고도 3천 2백m의 데우랄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갑자기 황량해졌습니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히말라야 호텔을 지나면서부터는 기온이 확연하게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히말라야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데우랄리를 향해 가는 길은 상상했던 그 히말라야였습니다. 어깨를 움츠리고 묵묵하게 걷도록 만드는
영화 〈안경:めがね〉의 주인공 타에코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픈 중년의 여교수이다.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맘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와 매년 마을로 찾아오는 수수께끼 빙수아줌마 사쿠라, 시도때도 없이 민박집에 들르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를 만나게 된다. 마을에 도착한 날, 타에코가 민박집 주
겨울은 군고구마의 단맛과 흰 눈의 낭만이 있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추위에 예민한 이들에겐 최악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올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지 어떨지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더위도 참기 힘들지만 추위 또한 정신이 나갈 정도로 힘든 경험이다. 게다가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과 배가 차가운 이들의 겨울나기는 한 차례의
12세기 중국에서 발간된 《조정사원(祖庭事苑)》은 선어록에 등장하는 2400여 개의 고사와 숙어를 모아 그 출전과 뜻을 풀어놓은 사전이다. 여기에 ‘거사(居士)’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거사란 보통 네 가지 덕(德)을 갖춘 이를 칭하는 것이다. 첫째 벼슬을 구하지 않고, 둘째 욕심이 적고 덕을 쌓으며, 셋째 재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음식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연령층에 따라 달라서 어떤 이는 따뜻한 카라멜 마끼야또 한 잔일 수도 있고, 혹은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 주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 나는 추운 겨울이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무국 생각이 간절하다.무쇠를 두들겨 둔탁하게 만든 쇠칼로 껍질이 푸른 커다란 무를 넓적하게
십여 년 전, 어느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절 아랫마을에 식당을 하는 맘 좋은 보살이 있었다. 이 보살은 보증을 서거나 꿔준 돈을 못 받아 늘 형편이 어려웠다. 그 보살의 친구가 보살을 데리고 절에 왔다.“스님, 이 친구는 맘이 너무 착해 늘 당해요.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또 돈을 꿔주고 못 받고 합니다.”스님이 그를 쳐다보고
차를 만드는 전통기술이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된 것은 2016년이다. 차를 만드는 기술, 바로 제다(製茶)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셈이니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린 계기였으며, 전통 차의 문화적 특성이 보존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제다의 의미는 무엇이며 제다는 무엇 때문에 차 문화의 근간이라 하는 것일까.
흥국사는 대표적인 호국사찰입니다.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의 전라좌수영을 지원한 의승수군의 사령부 역할을 하였지요.현재의 대웅전은 1690년에 중창한 것으로 순천 송광사 대웅보전의 설계도면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내부 단청문양이 한국산사 단청문양의 정수로 손꼽힐 만합니다.연꽃, 모란, 넝쿨, 보상화, 봉황 등 문양이 다채롭고 대단히 세련됩니다.사찰
교림출판 서우담 대표는 오늘도 7시에 사무실에 나와 바탕화면이 탄허 스님인 컴퓨터를 켠다.새벽 2시에 일어나 남들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생활은 출가해서 탄허 스님을 시봉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습관이다.한암 스님께 한 자 한 자 필사해서 배운 탄허 스님탄허 스님은 1934년 한암 스님을 은사로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해, 후학을 양성하고 팔만대장경 번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 리즈는 안정적인 직장과 번듯한 남편, 그리고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있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의문이 생겨 떠날 결심을 하며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무 느낌도 없었어. 열정도, 믿음도, 감정도, 아무것도! 힘든 시기라서 그렇
미국 뉴욕의 불자들이 청소년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항의 행동’에 동참했다.뉴욕 불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불교행동연합(Buddhist Action Coalition)’은 9월 20일 열린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청소년 파업(The Youth Climate Strike)’을 지지하는
삼회향놀이는 사찰에서 천도재를 지낸 이후에 펼쳐지는 뒷풀이 형태의 놀이이다. 한국불교에서 천도재는 불교의식을 대표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고대 사회 이후 불교의식은 국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 주류였으나 고려 후기 즉 원나라의 간섭기에 접어들면서 인간 본연의 염원을 기원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직지사 대웅전 곳곳에는 다양한 형상의 수월관음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벽화의 위치에 따라 작품의 크기나 구도, 표현 대상이 다릅니다.사진은 동측 상벽에 봉안한 백의수월관음벽화입니다.관음보살과 버드나무 꽂힌 정병을 든 선재동자, 파랑새가 등장하는 간단한 구도의 수월관음도인데 나들이 나선 모자(母子)를 보듯 참 다정합니다.법을 구하러 관음을 찾아간 선재동자는
사람 스스로 해친 것을 복구한다는 의미에서 사람의 손이 최소한으로 미쳐야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산은 스스로 유지해나간다.나무는 스스로 자라고 꽃은 시절마다 피어난다. 해와 달은 뜨고 지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새와 나비는 열매를 먹고 꽃가루를 옮긴다.사람 또한 자연의 섭리처럼 살아가야 온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연의 그것
▲ 재단법인 선학원 중앙선원이 자리하고 있는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1층 전시실. 근대불교의 역사와 불교계 독립운동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 한양도성 북악구간 성벽길. 태조 5년(1396) 처음 쌓은 뒤 1910년 경술국치를 맞을 때까지 514년 간 한양의 도성으로 자리를 지켰다. ▲ 한양도성을 따라 낮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앉은 성북구 북정
청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 적인 식품이자, 최고의 영양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시작되는 때면, 뜨끈하게 식욕을 돋우는 청국장이 최고다.청국장은 기마민족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콩을 삶아 말 안장 밑에 두고 말의 체온을 이용해서 자연 발효시켜 만들어 먹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청국장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
밤부에서 도반 오르는 구간은 걷기에 좋았습니다. 평탄했고,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길 양쪽으로 대나무가 울창했으며, 아래쪽으로는 계곡이 흘렀습니다. 계곡물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바람소리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걷는 게 보약인지 한참 걷다보니 피로감도 없어지고 기분도 한결 좋아졌습니다.출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도반에 도착
자신이 전생에 중국의 승려라 믿었던 영국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존 블로펠드(John Blofeld, 1913~1987)로 어린 시절 우연히 마주친 자그마한 불상에 매혹되어 밤마다 불상에 꽃을 바치는 의식을 행했다. 그 불상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블로펠드는 케임브리지대학에 다니는 동안 동양에 관한 여러 서적들을 섭렵하면서 불교에 심취했다. 그
무더위가 가고 아침, 저녁으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몸에 바람이 불면 어떻게 될까? 바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중풍(中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중풍을 풀이하면 ‘바람에 적중 당했다’는 뜻이다. 양방에서 보면 혈관성 질환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신경세포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반신마비, 언어장애, 연하
사회가 변하면서 가족이라는 개념도 변했다. 예전에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로 한정해 가족이라 했지만 현재의 가족은 ‘혈연, 인연, 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며 그 범위가 넓어졌다. 가족의 구성에서 ‘사랑’이 우선인지, 구성원의 ‘자격’이 우선인지 질문을 던진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