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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회향놀이
천도재 준비 지역민에 보답한 뒷풀이 마당
2019년 10월 17일 (목) 17:30:56 심효섭 가천박물관 학예실장

삼회향놀이는 사찰에서 천도재를 지낸 이후에 펼쳐지는 뒷풀이 형태의 놀이이다. 한국불교에서 천도재는 불교의식을 대표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고대 사회 이후 불교의식은 국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 주류였으나 고려 후기 즉 원나라의 간섭기에 접어들면서 인간 본연의 염원을 기원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받아들여 성행하게 된 것이 천도재였다.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영산재, 수륙재, 생전예수재 등의 재 의식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천도재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은 관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채비를 하게 된다. 재에 필요한 각종 장엄물의 마련과 불보살, 신중, 영가에게 올릴 각종 공양물을 준비하여 진설(陳設)한다. 따라서 천도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의식승들 이외에도 많은 신도가 참여하게 되므로 지역의 축제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천도재를 설행한 사찰과 스님들은 이들의 수고로움에 보답하기 위해서 흥겨운 뒷풀이 마당을 펼치는데 이것이 삼회향놀이인 것이다.

삼회향놀이가 천도재의 설행과 더불어 성립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회향’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1722년에 간행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이라는 의식집이다. 이 책은 지환(智還)이 편집한 것으로, 수륙재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만을 추려 모은 의식집이다. 책에는 수륙재의 절차 가운데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봉송의식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삼회향을 기록하고 있다.

삼회향(三回向)환희장마니보적불(歡喜藏摩尼寶積佛)원만장보살마하살(圓滿藏菩薩摩訶薩)회향장보살마하살(回向藏菩薩摩訶薩)

수륙재의 말미에 위와 같이 삼회향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삼회향놀이가 재의식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희장마니보적불’은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사중죄(四重罪)를 멸할 수 있다고 하는 부처님이다. 삼회향놀이는 환희장마니보적불의 가피와 원만장보살마하살과 회향장보살마하살의 원력 아래 신명나게 펼쳐지는 놀이인 것이다.삼회향놀이는 재 의식에 참여했던 모든 대중들이 함께하는 놀이마당으로, 축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제천의식이 거행된 이후에 펼쳐졌던 축제에서 그 연원을 구할 수 있으며, 고려시대에 들어와 연등회와 같은 불교행사에서 백희잡기(百戱雜技; 각종 노래와 춤의 종합적인 공연)를 연행했던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재 의식이 고려 후기 이후 조선의 건국기에 들어서 성행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삼회향놀이 또한 조선시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개최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 삼회향놀이가 펼쳐진 구인사 대조사전 앞마당과 운집한 사부대중(2009년 9월 15일)

법문도 공연도 재밌게,

흥 오르면 신도 참여 놀이마당 열려

삼회향놀이는 법주와 바라지에 의해 진행되는 회향설법, 의식승들의 범패와 작법, 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와 펼치는 뒤풀이(또는 잡희) 그리고 탑돌이와 회향문을 낭독하는 마무리(파장)의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회향설법은 삼회향놀이의 시작으로 재 의식을 담당하였던 법주스님과 바라지가 등장하여 법문의 형식을 취하되, 좌중을 즐겁게 하는 재담과 대중들에게 복이 있기를 기원하는 축원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노고가 많았던 소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 펼쳐질 놀이마당에서 흥겹게 놀 수 있도록 분위기를 고조시킨다.회향설법에 이어 의식승들이 등장하여 공연을 펼치는데, 범패와 화청 그리고 바라춤과 나비춤 등을 보여준다. 재에서 보여주었던 범패와 작법무가 질서 정연하고 엄숙한 것이었다면, 이 때 보여주는 의식승들의 공연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한껏 보여주는 것이 다르다. 의식승들의 공연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뒷풀이 마당이 진행된다. 뒷풀이는 전문 연희자들에 의한 공연과 사부대중이 나와 한바탕 놀게 되는 놀이마당으로 구성된다. 전문 연희자들에 의한 공연은 사찰의 의지에 따라 그 규모와 초청 인원이 달라진다. 줄타기 놀이가 진행되기도 하고, 사물놀이가 펼쳐지기도 하는데 정해진 것은 없다.

연희자들의 공연으로 흥이 오르게 되면 사부대중 스스로 나와서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주며, 신명나는 놀이마당을 펼친다. 재를 준비하고 의식에 참여하였던 사부대중들은 자신들의 소임을 보여주고 그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과시하듯 각종 지물을 들고 나와 춤추고 노래한다. 음식을 준비하였던 사람들은 칼과 도마를 들고 나오고, 기와 번을 들었던 자들은 이를 들고 나와 덩실 덩실 춤을 춘다.이때 대중은 가면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스님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신명나게 놀기 위함이다. 뒷풀이 마당의 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마당으로 나와 흥겨운 춤을 춘다. 의식에 사용되었던 모든 지물이 등장하고 삼현육각과 사물놀이 등 모든 악기가 소리를 내어 천지는 진동하고 형형색색의 지물이 들썩들썩하게 되어 사부대중의 화합과 소통을 이루는 시간을 갖는다.뒷풀이 마당이 끝나 가면 법주와 바라지가 등장하여 마무리를 한다. 마당을 가득 채우며 신명나게 놀았던 사부대중들은 의식승의 인도로 탑돌이를 진행한다. 이는 격을 헐어버리고 즐겁게 놀았던 분위기를 전환하여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탑돌이가 행렬을 멈추게 되면 모두 ‘성불하십시오’ 라는 말과 함께 삼회향놀이를 마치게 된다.

   
▲ 삼회향놀이에서 바라춤을 추고 있는 스님들.

1960년대부터 발굴, 충북 무형문화재 지정 성과

삼회향놀이가 학술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최정여 교수에 의해 작성된 논문 〈사원잡희(寺院雜戱) 삼회향(三回向, 속칭 땅설법)〉에서다. 이 글에서 최정여 교수는 1963년 8월초에 서울 서대문구 인왕사(仁旺寺) 주지였던 정순정(鄭淳政) 스님에게서 들은 삼회향놀이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삼회향놀이는 1960년대 전국의 불교의식을 조사하였던 홍윤식 교수에 의해서도 드러났다. 홍윤식 교수는 전국의 범패와 작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계종 소속의 어장이었던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삼회향놀이의 존재를 듣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된 삼회향놀이는 200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간행된 학술조사보고서 《불교민속놀이》에 수록되었다.

삼회향놀이를 복원하고자 하는 원력을 세웠던 홍윤식 교수는 권수근 스님의 불교 의식에 관한 제반 역량이 천태종의 춘광 스님에게 전수되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홍윤식 교수의 학술적인 자문과 춘광 스님의 복원 노력으로 2009년 9월 15일에는 구인사 대조사전 앞에서 3천여 명의 대중이 모인 가운데 삼회향놀이가 처음으로 재현되었고, 2012년 5월 11일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삼회향놀이의 무형문화재 지정으로 말미암아 그 관심이 확대되었다. 경남 창원시 무학산 백운사에서 전승되고 있는 ‘아랫녘 수륙재(국가무형문화재 제127호)’에서는 오래전부터 수륙재가 끝날 무렵에 삼회향놀이를 펼치고 있었음이 알려졌고, 서울 진관사 수륙재(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에서도 재가 끝난 후에 삼회향놀이를 설행하고 있어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 풍물패들의 흥겨운 놀이로 분위기를 돋우는 장면.

양반·천민, 승·속 사이 평등과 환희의 소통 시간

삼회향놀이가 성립되어 행해졌던 조선시대는 양반과 천민이라는 계급이 존재하던 시기였고, 천도재의 개최도 결국 경제적인 지배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왕실과 사대부들에 의해 가능하였다. 또한 천도재는 승과 속이라는 계층이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였다. 승려들은 속인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었고, 불보살을 대신하는 매개자이기에 신분상의 구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삼회향놀이는 이러한 구속에서 벗어나 누구나 평등하게 놀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천도재를 의뢰한 상류계층이나 의식을 집전한 스님들도 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연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계급과 계층을 떠나 평등과 환희가 이루어지는 소통의 시간인 것이다.

삼회향놀이는 축제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데 무엇보다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천도재 자체가 음악과 무용 그리고 무대와 장엄 등 축제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의식이라는 틀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엄숙함과 정연한 질서 안에 설행됨으로써 종교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으나 삼회향놀이는 천도재가 지니고 있는 각종 예술의 바탕 위에 승속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예능과 연희적 재능이 표출됨으로써 자유분방한 연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참가자들의 흥겨운 분위기는 높아지고 축제적인 성격이 강화되었다.

삼회향놀이는 신분제가 존재하던 조선시대에 형성되어 신분의 고하와 승속의 차이를 떠나 평등과 환희를 즐기는 소통의 시간이자 축제의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이는 다양한 계층과 문화가 현존하는 현대의 사회에서도 갈등을 치유하는 문화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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