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 적인 식품이자, 최고의 영양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시작되는 때면, 뜨끈하게 식욕을 돋우는 청국장이 최고다.

청국장은 기마민족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콩을 삶아 말 안장 밑에 두고 말의 체온을 이용해서 자연 발효시켜 만들어 먹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청국장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전하는데, 687년 신라 31대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맞을 때 폐백 물품에 ‘시(豉)’라는 이름으로 적혀 있다.

1715년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청국장에 해당 되는 ‘전국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또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들의 식량에 청국장이 있었다는 기록도 전한다. 청국장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서역으로 전해졌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까지 청국장을 먹는 민족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청국장은 낫또(야요이시대 때 사찰의 부엌을 의미하는 납소에서 유래)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식탁의 필수품이 되었다. 볏짚에서 자연 서식하는 바실루스균이 콩의 자연발효를 도와 탄생한 청국장은 장내의 부패균 활동을 억제해서 부패균이 만들어내는 발암물질 등 질병 유발 물질을 줄인다. 청국장 1g에 10억 개 이상의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독작용이 탁월해 장을 튼튼하게

내 고향은 함경도다. 어릴 적 기억으로 함경도 사람들은 청국장을 즐겨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전쟁과 피난살이 와중에 어찌 한가롭게 청국장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을까 싶지만, 어머니가 끓여준 청국장을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추운 지방인 탓에 몸을 덥게 해주는 고추장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이 때도 매운 음식을 못 먹어 어머니에게 자주 “간나(계집애)가 식성이 까다롭다.” 라고 꾸중 듣던 기억이 난다.

사십대 이후 충청도 지방에 살면서부터 청국장을 자주 접했다. 처음에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선뜻 수저를 대지 못했으나 자주 먹다 보니 그 냄새가 구수해졌다. 지금은 직접 만든 생청국장을 자주 먹을 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청국장의 이로운 점을 선전하는 애호가가 되었다.

청국장에는 비타민E가 들어 있어 지방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노화나 주름살을 예방해 준다. 또한 콩보다 청국장으로 만들어지면 비타민B2가 더 많이 생성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지방분을 감소시킨다.

나는 젊은 시절 변비로 고생을 많이 했다. 불규칙적인 식생활로 자주 굶거나 늘 쫓기듯 급히 먹었고,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으며 꼭꼭 씹어 먹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 탓에 늘 명치끝이 단단하고 뱃속이 편치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배변제로 임시변통을 했지만, 몸은 여전히 온갖 버려야 할 쓰레기를 담고 다니는 꼴이었다. 몸이 무거워져 과체중에다 급기야는 다른 장기까지 나빠졌다. 몸이 불편하니 마음도 과민해져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몸을 바꿔야 했고, 몸을 바꾸기 위해서는 음식을 바꾸어야 했다. 그때부터 다양한 자연음식에 관심을 갖고 배우면서 식생활을 개선했다. 덕분에 청국장을 손수 담가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청국장의 탁월한 해독작용이 장을 튼튼하게 하고 숙변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줬다.

2천 년대 초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수행자의 음식도 함께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사찰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육류를 전혀 먹지 못하는 탓에 사찰음식은 내게 천혜의 기회였다.

사찰음식을 딱히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오신채를 쓰지 않는 채식’으로, 대승불교 전통에서 전해오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전에서 “오신채(마늘, 파, 양파, 부추, 달래)를 날로 먹으면 성격이 사나워져 남과 다투기를 좋아하고, 익혀 먹으면 음한 생각이 치성하니 삼가라.”고 한 것에 근거를 둔다.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오신채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 채식요리로, 요즘 말로 웰빙(well-being)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한국의 사찰문화를 통해 전해지는 음식이 한국의 사찰음식이다. 우리의 사찰음식은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고상한 음식문화 전통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소중히 하고 건강을 지켜 주니 현대인들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음식이다. 무엇보다도 수행자들처럼 청정한 정신활동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발전시켜 온 전통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청국장과 겨자소스

청국장을 손수 만들어서 먹으면 다이어트와 건강, 항암 효과까지 일석 삼조의 행운이 따를 것이다. 요즘에는 값이 싼 요구르트 만드는 기계가 나와 있는데, 이것으로 간편하게 청국장을 만들어 보자. 여기서 관건은 볏짚으로 콩을 감싸는 것이다.

재료- 국산 흰 메주콩 100g, 볏짚 30g, 물 2컵

소스- 겨자 5g, 집간장 1작은술, 사과 1/5쪽, 식초 작은술, 설탕 1/2작은술을 믹서기에 간다.

1. 콩은 충분히 불린다.

2. 압력솥에 분량의 물을 붓고 중불에서 콩을 삶는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서 아주 천천히 콩국물이 넘치지 않게 뜸들이 듯 하여, 국물이 콩에 다 스며들 때까지 충분히 무르도록 삶는다.

3. 요구르트 기계에 들어있는 청국장 틀에 볏짚을 둘로 나누어 바닥에 반을 펴고 그 위에 뜨거운 상태의 삶은 콩을 수저로 살살 펴서 담고, 남은 볏짚을 위에 덮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4. 시간을 24시간(청국장)에 맞추어 부엌 한쪽에 두면 다음날 엄청나게 실처럼 늘어진 잘 발효된 청국장을 뜰 수 있다.

5. 흰 실이 줄줄 늘어나는 청국장 한 수저를 그릇에 담고 양념 소스를 만들어 위에 끼얹어 생청국장으로 먹는다.

6. 하루 한 번씩 식전에 먹으면 약 일주일 만에 변비 해소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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