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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의 첫 만남
2019년 10월 18일 (금) 15:31:43 용진 스님 비·채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 리즈는 안정적인 직장과 번듯한 남편, 그리고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있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의문이 생겨 떠날 결심을 하며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무 느낌도 없었어. 열정도, 믿음도, 감정도, 아무것도! 힘든 시기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지나치잖아. 겁나죽겠어. 차라리 죽고 말지. 평생 이렇게 살게 되면 어떡해?”

뭔가 특별함을 찾고자 떠났던 여행 중 그녀는 인도 아쉬람에서 구루의 가르침과 명상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구루의 가르침과 명상은 뭔가 특별함을 기대했던 그녀에게 낯설고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나름 집중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짜증만 더해졌다. 어느 날 리즈는 ‘명상의 동굴’ 방에서 1분도 못 채우고 자리를 박차며 나오는 길에 텍사스에서 온 리처드와 맞부딪치게 된다. 그는 리즈에게 “노력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 다 포기하고 그냥 앉아 있어보라고. 그럼 답이 나올 거야.”라고 말을 건넨다.

그렇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잘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잘 하고자 하는 마음부터 내려놓는 것이다.

3분만 호흡명상해도 변화 시작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그들의 정신은 혹사당하고 있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각각 학교와 직장에서 동료들과 경쟁하며, 하루하루를 쫓기는 듯한 압박감으로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몸은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각박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정신과 감정은 소진되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감을 우리는 통상 ‘스트레스’ 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명상은 인도의 힌두교나 불교 등의 종교에서 영적인 수행의 방편으로 사용되어왔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 해탈과 깨달음을 얻고자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명상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데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명상 붐’이 일어났다. 현대사회에서 명상의 역할은 스트레스 감소 및 정신적 안정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다.

명상의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호흡이다. 호흡은 생명유지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호흡을 이용하여 감정 상태나 신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격한 운동을 하거나 화가 났을 때, 우리의 호흡은 어떠한가?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반대로 마음이 여유롭고 신체적으로 편안할 때는 호흡의 속도가 느려지고 숨결이 부드럽다. 이렇게 호흡을 인식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호흡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숨을 쉰다’는 경험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일상에서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쁜 생활 사이사이에 항상 끊임없이 쉬고 있는 호흡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돌리는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에서 명상에 대한 편견 없이 쉽게 명상을 할 수 있다. 3분 정도 자신의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호흡명상을 한다면 이 낯선 경험은 세상과 소통하는 첫 관문이고,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쉽고 빠르게 집중할 수 있다니…

내가 호흡명상을 만난 것은 2012년 가을이다. 화두참선으로 선방을 오가며 정진하던 생활을 그만 두고 명상상담 지도자과정에 입문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화두’라는 막연한 관념에 집중하는 것보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생생한 대상의 객관적 관찰이 더 잘 이해되고 받아들이기 쉬웠다. 이 때 만난 호흡명상은 정신적 성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한 번이라도 호흡을 한다고 인식했던 적이 있었던가? 잠에서 깨어나 의식이 작동되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단 한 번도 호흡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물론 화두를 들면서 들숨과 날숨에 맞춰 ‘이 뭣고’를 되뇌긴 했다. 그때는 화두가 전경(前景)이었고, 호흡은 배경(背景)이었기 때문에 호흡에 주의를 두지 않았다. 또, 요가를 배웠을 때도 아사나(Āsana)와 함께 호흡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이 역시도 아사나가 전경이었고, 호흡은 배경이었기에 호흡보다는 아사나에 더 집중을 했다.

항상 자연스럽게 숨 쉬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들숨과 날숨을 배경에서 전경으로 떠올리는 순간, 호흡은 나에게 어색하고 낯섦 그 자체였다. 숨을 어느 정도 들이마셔야 하고 내쉬어야 하는지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또,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라고는 하는데 어떤 호흡이 자연스러운 호흡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집중은커녕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 낯설고 불편했던 호흡과 씨름하는 동안 어느새 호흡은 점점 내 의식의 지평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호흡과 함께 하는 시간이 편안함과 고요함의 시간이 되었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감정자극을 알아차리면 잠시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한다. 코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의 느낌과 들숨과 날숨에 따른 가슴과 아랫배의 움직임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그 안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호흡만 있을 뿐.

이런 경험은 적어도 나에게는 놀라움이었고,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렇게 쉽고 빠르게 집중하는 방법을 알리고 함께 하고픈 마음에 호흡명상 집단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호흡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참여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자, 이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들숨과 날숨에 두어본다.

들숨과 날숨이 되풀이 될수록 몸과 마음이 풀어지면서 점점 이완 되는 것을 알게 된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나의 삶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거부하지 말고 온전히 받아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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