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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놀며 자라는 아이들
2019년 10월 17일 (목) 17:18:19 이민형 채비움서당 훈장

사람 스스로 해친 것을 복구한다는 의미에서 사람의 손이 최소한으로 미쳐야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산은 스스로 유지해나간다.

나무는 스스로 자라고 꽃은 시절마다 피어난다. 해와 달은 뜨고 지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새와 나비는 열매를 먹고 꽃가루를 옮긴다.

사람 또한 자연의 섭리처럼 살아가야 온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연의 그것 같이 못하는가, 안하는가? 생각해보면 안하다 보니 못하게 된 것일 텐데 그 이유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물질이 세상의 모든 기준처럼 되어감에 따라 우리 사회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참다운 인격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서당의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사람다움이다. 사람다움이란 올바름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여,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소통하며 관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서당에서는 매달 정해진 날에 성미산에서 아이들과 야외 수업을 한다. 한번은 사자소학 강독 그리고 한번은 생태인문학이다. 사자소학 강독은 숲속에서 글을 읽고 그 뜻을 새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개방된 밖에서 하는 수업이라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나무그늘에 앉으면 바람결에 꽃향기도 불어오고 산새소리도 들리고 아랫마을 풍경도 볼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자연에서 풀 수 있으니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해질 것임에 분명하다.

숲에서 “하늘천 따지”

   
▲ 옹달샘을 관찰하는 아이들.

이러한 환경에서 옛 글을 읽다보면 조급함은 여유로워지고 정신 상태가 점차 안정되어 평온해진다. 저절로 사색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수신(修身)의 덕목을 갖추게 된다. 이에 산 능선의 굴곡에 맞춰 한자에 선율을 담아 읽어간다. 꼬마 선비들이 어색한지 웃음보가 터진다. 높은 음, 낮은 음, 컬컬한 음 등 가지각색의 음정과 박자에 성현의 말씀처럼 어린 아이 말씀처럼 되어 간다. 순수하고 소박한 소리는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에게도 정감 있게 들리나 보다. “도심의 산에서 한문책 읽는 소리를 듣다니 놀랍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나도 어려서 서당을 다녔는데 그때 생각이 난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처음에 어색해했던 아이들도 수업 횟수가 늘어날수록 큰소리로 아름다운 합창을 한다. 숲 사이사이로 그들의 생각이 담긴 선율이 바람 따라 펼쳐진다. 이렇듯 숲속에서 옛글을 익히는 것은 어린 시절 감수성에 큰 영향을 준다.

글 읽기가 끝나고 나면 숲을 산책한다. 마치 산사의 스님들이 포행 하듯이 아이들과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옹달샘에 도착하여 주변의 꽃과 나무, 새들을 살펴보며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가 심고 키운 숲속 친구들이 잘 자라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자연이 허락한 이 작은 숲에서 서당의 아이들은 오늘도 커다란 숲의 품에 안겨 자연이 나누어주는 포근함 속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 땅콩 먹으러 온 까치.

새는 천연 해충퇴치제

성미산에는 집단생활을 하는 직박구리와 물까치 그리고 붉은 오목눈이가 있다. 특히 직박구리와 물까치는 마을 사람들도 인정한 수다쟁이다. 시끄럽기가 성미산에 살고 있는 새들 중 으뜸이다. 특히 지난겨울 새 먹이 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터라 번식률도 높았고 심한 무더위가 없어서 어린 새 대부분이 양호하게 성장하여 개체수가 늘어났다. 실제로 산 주변에 주차된 차 지붕 위에 새의 분변이 늘어났다.

새가 늘어나면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있는데 좋은 점은 유해한 해충을 잡아먹는 것이다.

올해는 산모기와 지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새의 개체 수 증가는 천연 해충퇴치제 역할 및 각종 식물의 번식에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홍릉 주변에 인공 새집 10개를 만들어서 모니터링을 하였는데 새집 한가구당 18만 7천 5백여 마리의 해충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1년에 약 48만원 어치의 구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숲을 건강하게 하고 사람들의 일상을 쾌적하게 해주는 역할로 새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생태인문학 수업은 숲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엿볼 수 있다.

새도 먹고 나도 먹고

   
▲ 나무줄기에 견과류를 끼우는 새모이 작업.

아이들과 새 먹이를 준비하고 길을 나선다. 가방엔 견과류와 개별 간식을 준비하고 산에 도착하면 나무 기둥 껍질 틈 곳곳에 새 먹이를 꽂아둔다.

8명의 아이들이 한 번에 천여 개 정도를 나누어준다. 이때 아이들은 숲속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책임감을 갖고 새와의 놀이로 받아들인다. 이 나무 저 나무 나누어주고 난 후 멀찌감치 떨어져서 새가 오기를 기다린다. 간식을 꺼내어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깔깔 거린다. 꼭 새처럼 재잘댄다.

잠시 후 새들이 날아온다. 7년 가까이 새 먹이를 주다보니 성미산 새들은 아이들을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고 즐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와, 우리가 나누어준 땅콩을 먹는다.”라고 소리친다.

아이들은 나눔과 배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다움을 아이들은 숲속의 새에게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우리의 숲에서 나무와 꽃과 새와 함께 놀면서 맑은 공기와 편안함을 배우고 익힌 아이들은 훗날 스스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산에서 뛰어 놀고 그 놀이를 통하여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본 중의 기본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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