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안경:めがね〉의 한 장면.

영화 〈안경:めがね〉의 주인공 타에코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픈 중년의 여교수이다.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맘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와 매년 마을로 찾아오는 수수께끼 빙수아줌마 사쿠라, 시도때도 없이 민박집에 들르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를 만나게 된다. 마을에 도착한 날, 타에코가 민박집 주인인 유지에게 “마을 주변에 관광할 만한 곳이 없냐”고 묻자 “이 마을은 사색하는 것이 특기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유지가 대답한다. 혼자 조용히 지내고픈 타에코에게 이곳생활은 무척 불편하기만 했다. 아침마다 빙수 아줌마 사쿠라는 타에코의 허락도 없이 불쑥 그녀의 방에 들어와 있다. 아침 식사시간은 조용히 혼자 즐기고 싶은데 아침 밥은 꼭 같이 먹어야 된다며 민박집에 모여드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또, 아침마다 바닷가에 모여 다 같이 기이한 체조를 하는 마을 사람들의 색다른 행동은 타에코에게 무례한 불청객으로 보였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질린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민박집을 떠났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 민박집에 정착한다. 그 후 그녀에게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혼자 양치질을 하면서 바닷가에서 하는 체조를 따라해 보기도 하고, 바닷가에 나가 손뜨개질을 하면서 “사색”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빙수가 싫다던 그녀가 사쿠라의 빙수를 먹으면서 점차 그 마을의 분위기와 동화되기 시작한다.

타에코: 사색이라는 게 이 동네의 무슨 풍습 같은 건가요?

유 지: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저 습관 같은 거죠.

…(중략)…

타에코: 사색 같은 거에 무슨 요령이라도 있는 건가요?

유 지: 요령이라, 예를 들면 옛 추억을 그리워한다든지 누군가를 곰곰이 떠올려 본다든지.

타에코: 그럼 유지씨도 누군가를 곰곰이 생각하곤 하는 건가요?

유 지: 저요? 저는 그런, 전 그냥… 그저 여기서 차분히 기다릴 뿐입니다.

타에코: 뭘요?

유 지: 흘러가 버리는 것을.

평소 사색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타에코는 마을 사람들이 사색을 한다고 하니까 그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풍습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고, 따로 사색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타에코는 끓고 있는 팥을 한정 없이 바라보고 서 있는 사쿠라의 행동이 이상해 보였다. 왜 그렇게 서있냐고 묻는 질문에 사쿠라는 “중요한 건 조급해 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사쿠라는 끓는 팥에 집중, 팥이 잘 익기를 기다리며 사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색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 순간에 조급해 하지 말고 차분히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명상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명상을 한다고 할 때, 명상을 잘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고, 명상을 통해 특별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선이해를 가지고 명상에 접근한 사람들은 얼마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해버린다. 숟가락질을 하기 전에 음식이 입에 들어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흡에 신경 쓴다는 것, "어색하고 불편해"

여기서 호흡명상 프로그램에 동참했던 한 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60대인 그녀는 하루의 반 이상의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낸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관심을 쏟아야 했다. 또, 그녀는 바쁜 며느리 대신 손녀의 유치원 등하교와 돌봄을 맡고 있다. 그래서 손녀에게 관심을 쏟아야 했다. 더하여 간이 나쁜 아들이 있어 오늘도 야근하고 늦게 들어올까, 술 마시고 들어올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녀의 하루 대부분 관심은 가족에게 향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관심이 향하는 때는 몸이 불편하거나 아플 때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쉬는 호흡에는 더더욱 관심을 둘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내가 호흡을 하고 살고 있었나?’ 할 정도로 저는 항상 몸과 마음이 바빠요. 딱히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같이 운동 가고, 다녀와서 손녀딸 유치원 데려다 주고 오면 남편이 11시반, 12시에 와요. 그러면 같이 점심 먹으러 나가고, 쇼핑하거나 사우나 갔다가 들어오면서 손녀딸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고, 틈틈이 아이들 봐주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그러니 내가 ‘호흡을 하네 마네’ 하고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그녀는 호흡명상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호흡에 관심을 두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호흡은 불편하고 복잡하고 어려웠다.

호흡이 너무 어려워요. 평소 ‘내가 호흡을 하고 살았나’ 할 정도로 무관심해도 불편하지 않았는데, 기준점에 신경을 쓰고 호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해요. 코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가슴이 느껴지고, 가슴을 느껴보려고 하는데, 코에 신경이 쓰이고, 복잡하고 어렵네요.

그녀와 같은 반응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호흡을 의식하는 순간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다. 우리는 호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도 그것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흡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며 호흡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낯설다. 마치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뭔지 모르게 불편하고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낯섦에서 벗어나 익숙해지기까지 어색함과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끓는 팥을 보며 조급해 하지 않고 팥이 익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차분히 기다리는 영화 속 인물 사쿠라처럼 그런 마음으로 명상을 해야 한다. 또한 명상은 하루아침에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습관 같이 늘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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