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군고구마의 단맛과 흰 눈의 낭만이 있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추위에 예민한 이들에겐 최악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올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지 어떨지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더위도 참기 힘들지만 추위 또한 정신이 나갈 정도로 힘든 경험이다. 게다가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과 배가 차가운 이들의 겨울나기는 한 차례의 지옥 나기가 된다.

흔히 손발이 차거나 추위를 많이 타면 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보약을 쓰려고 한다. 그럼 보약만 쓰면 몸이 따뜻해질까? 따뜻한 약의 대표선수인 인삼이나 홍삼을 쓰면 몸이 따뜻해질까?

일단 답은 보약이나 인삼으로 무조건 따뜻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방을 예로 들어보자, 보일러를 최고 온도로 튼다고 해도 창문이 열려 있으면 따뜻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보일러로 보면, 보일러를 가동할 연료가 부족할 수도 있고, 온수 파이프가 골고루 안 깔렸을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냉기가 남아 있을 것이다.

몸도 이와 같다.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내 몸이 왜 차가운 것일까?’ 하는 질문부터 시작해야지, 따뜻한 음식이나 약만 쓰면 된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그럼 몸이 차가운 원인을 찾아보자.

첫째, 체질적인 소인이 있다. 단열이 잘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있다. 또 연료 효율이 좋은 보일러가 있고 낮은 보일러가 있다. 이런 차이를 체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체질을 알면 더 정확하게 냉증을 치료할 수 있다.

둘째,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추운 경우가 있다.

즉 본인은 어깨가 시려 죽겠는데, 다른 사람이 그 부분을 만져 보면 체온이 정상인 경우다. 이런 경우는 근본적으로 심리 문제일 경우가 있다. 심리 상태 중에서도 놀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데, 그 놀란 마음을 안정시켜야 된다.

셋째, 소화 흡수가 안돼서 추운 경우도 있다. 사람은 음식에서 에너지, 즉 열을 얻는다. 소화기가 안 좋은 사람은 추위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소화 잘되게 하면 될 것이다.

넷째, 화병 등으로 가운데가 막힌 경우가 있다.

속에서는 천불이 나는데 손발은 몹시 찬 경우다. 이럴 때는 가운데를 풀어주면 된다. 이 가운데를 한의학에서 ‘중초(中焦)’라고도 하고, ‘심포(心包)'라고도 볼 수 있다.

다섯째, ‘맥관계(vascular system)’ 라고 하는 심혈관 계통이 약한 경우다.

즉 보일러의 펌프나 파이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는 심혈관 계통을 강하게 해주면 되는데, 보통 따뜻한 성분의 약이나 보약, 인삼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여섯째, 몸에 부종이 많은 경우에도 몸이 차가워진다.

다섯째 경우와 비슷한데, 이 경우는 따뜻하게 해주기보다 물을 빼주는 게 더 빠르기 때문에 따로 구분했다. 차가우면서 붓는 사람은 먼저 붓기를 빼주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경우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몸이 차다고 신호를 보내오면, 왜 그럴까 고민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들에게 좋다고 내게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아이를 기를 때, 남들이 좋다는 걸 다 해주기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살피면서 해주는 것이 아이를 존중하는 일일 것이다. 몸도 아이와 같다. 내 아이를 존중하듯이 내 몸도 존중하면서 살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추위에 대해서 그냥 “춥다”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소리 “추워요”를 듣고 “왜 춥니?”라고 물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수족냉증을 극복하는 따뜻함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몸의 추위를 넘어서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하는 마음의 온정이 있다면, 몸도 저절로 따뜻해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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