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면서 젊던 얼굴이 쉬지 않고 변천해 가니, 달리는 말과 같다느니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느니 서쪽으로 지는 햇빛과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무상이 신속함을 말한 것이며, 똥 무더기 같다느니 꿈속 같다느니 원수와 같다느니 독사와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허망하여 좋은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공자는 “나는 말이 없고 싶다.&rd
물 긷고 향 피워서 복전이나 빌며 마구니 굴 속에서 나귀의 해를 보내노라 몇 겁 동안 약상 신세 물속의 거품이었지 이 몸이 불 속에 핀 연꽃임을 문득 알겠구나 소를 모는 것이 오대산 성인임을 누가 알리요 북을 치는 여암 선인은 만나기 어려워라 망념을 잊은 한 생각이 도리어 구속받는 것 봄새가 울어 나그네 잠을 깨우누나 添香換水願福田 鬼魔窟裡送驢年 弱喪幾劫水
이 ○을 두고, 이것이라고 한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격이요, 이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머리를 끊고 살고자 하는 격이니, 여기에 이르러 어떻게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 고인이 “생각하고자 하나 생각할 수 없어 그 자리를 밟을 때 만리 하늘에 구름이 없어 늘 드러나 있다.”라고 하였으니, 이 또한 쓸데없는 말일 뿐이다. 또 &ld
“《선요(禪要)》에 ‘어떠한 것이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달은 소식입니까?’ 하니, ‘남쪽 산에 구름이 일고 북쪽 산에 비가 온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도리입니까?” “비유하면 자벌레가 한 자를 갈 때 한 번 구르는 것과 같다.” “擧《禪要》云: &lsq
붓 가는대로 이렇게 글을 쓰노라니 마음이 착잡해라 이 경계를 누구와 더불어 말할거나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 마음과 말 밖이니 중생과 부처는 없고 산과 물은 있구나 因筆及此心緖亂 遮箇境界共誰伊 鵠白烏黑心言外 無生佛兮有山水 해설 이 시에는 사연이 있다. 경허 스님이 견성한 뒤 천장암에서 보임할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전등(傳燈) 법맥이 끊어진 뒤라 경
딱딱한 법문만 읽다 보면 독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듯하여 이번에는 경허 스님의 성공(性空) 경계를 잘 보여주는 시 한 수를 소개할까 한다. 당(唐)나라 방 거사(龐居士)는 견성을 두고 “이는 부처 뽑는 과거장이니 마음이 공하면 급제하여 돌아간다[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라 했거니와 기실 선(禪)은 심공(心空), 성공(性空)의 도리를 깨닫
대저 참선하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무상(無常)이 신속하고 생사(生死)의 일이 중대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므로 고인(古人)은 “오늘은 비록 살아 있더라도 내일은 보장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단단히 생각하여 조금도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일체 세간의 일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않아 아무 작위(作爲)함이 없이 마음이 고요해야만
달마대사는 “마음을 관(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총섭(總攝)한다.”라고 하였고, 고덕(古德)은 “심지(心地)가 비고 툭 틔어 막힘이 없는 것이 보시이며, 심지가 청정하여 비루함이 없는 것이 지계(持戒)이며, 심지가 담박하여 시비가 없는 것이 인욕이며, 오묘하고 고요한 이치를 간단없이 비추어보는 것이 정진이며, 확연
대저 참선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단지 자기 집 속에서 자기 주인공을 분명히 보아서 외물(外物)에 뒤섞이지도 않고 생사에 끌려가지도 않아 홀로 우뚝하고 명백하게 드러나고 평안하여 속박된 것도 아니고 해탈한 것도 아니고 번뇌도 아니고 열반도 아니라 종일 옷을 입어도 한 오라기 실도 몸에 걸친 적이 없고 종일 밥을 먹어도 한 톨의 쌀도 씹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천장암(天藏菴)이 좋으니 한 쪽은 산이요 한 쪽은 바다입니다. 비록 이러하지만 유람객이 오지 못하는 곳일 뿐 아니라 식견이 트인 통인(通人)·달사(達士)도 찾아오지 못합니다. 통인·달사들만 찾아오지 못할 뿐 아니라 부처와 조사도 여기서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니, 괴롭고 괴롭습니다. 이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겠습니까. 들은
반야삼매의 힘으로 금강의 바른 정(定)에 편안히 머물고 계신다니, 도체(道體)가 평안하고 만복하심을 축하합니다. 이 중은 도에는 진전이 없고 사람은 제도하지 못하고 있으니, 비록 평안하나 무슨 말을 하리오. 드릴 말씀은 지난번에 보내주신 <염기가(拈己歌)>와 두 연구(聯句)를 쓴 것은 이 글씨 이 노래를 평범한 세상 사람이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한가로이 지내시는 근황이 좋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소승은 줄곧 병으로 신음하는 두타로 지낼 뿐입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지난 달 모일에 실상사(實相寺) 약수암(藥水庵)의 승려 편에 서찰 한 통을 부쳤는데, 받아 보셨는지요? 지금 용문(龍門)으로 가는 인편이 있기에 몇 자 적어서 부칩니다. 유가(儒家)에서는 “군자는 자기를 미루어 갈 뿐이니, 자기에
결제 때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려치고 이르기를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와 천하의 선지식 노화상들이 모두 여기에 있도다.” 하고, 또 한 번 주장자를 들어서 허공을 한번 긋고는 이르기를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와 천하의 선지식 노화상들이 이를 따라 갔도다. 대중은 도리어 알겠는가?” 하고는, 아무도 대답하
《경허집》은 1931년에 한암(漢巖) 중원(重遠)이 편집하여 필사한 한암필사본과 1943년에 선학원(禪學院)이 편찬한 선학원본 두 본(本)이 있다. 선학원본에는 한암필사본보다 98수 가량의 시가 더 실려 있는데, 이 시들의 대다수는 경허가 북방에서 지은 것들이라 한다. 그리고 한암필사본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대개 선사로서의 경허의 사상과 모습이 분명히 드러
《경허법어》1)에는 <혜월법자에게 주다〔與慧月法子〕>란 제목으로 경허가 제자 혜월(慧月, 1862~1937)에게 주었다는 전법게가 실려 있다. 일체의 법이 了知一切法 자성은 아무 것도 없음을 요달해 알지니 自性無所有 이와 같이 법성을 알면 如是解法性 곧 노사나불을 보는 것이리 卽見盧舍那 세제(世諦)를 의지하여 무문인을 거꾸로 제창하라. 청산 아래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으니 四顧無人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衣鉢誰傳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衣鉢誰傳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구나 四顧無人 봄 산에 꽃은 웃고 새는 노래하며 春山花笑鳥歌 가을밤에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해라 秋夜月白風淸 바로 이러한 때에 正恁麽時 몇 번이나 무생(無生)의 한 곡조 노래를 불렀던가 幾唱無生一曲歌 한 곡조 노래
스님의 풍모와 일상생활을 말하면, 신장은 크고 용모는 고인(古人)과 같았으며, 뜻과 기운은 과감하고 음성은 큰 종소리 같았으며, 걸림 없는 변재(辯才)를 갖추었으며, 세상의 일체 비방과 칭찬에 동요하지 않음이 산과 같아서 자신이 하고 싶으면 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어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그래서 술과 고기도 마음대로 마시고 먹었으며 여색(女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