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당신에게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편지를 쓰느라 서툰 제 글솜씨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제 어린 시절과 당신이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해주고 싶어 펜을 잡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서울의 서대문구에 살았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몇 분 걸으면 평화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비둘기들이 산책하는 서대문 독립공원이 있었습니다.
1926년 6월 10일 바람조차 한 점 흔들림 없이 고요하던 그 날! 중앙고보 와 중동학교 학생인 박용규, 곽대형, 김재문, 황정환, 이동환은 이미 불같이 뜨거워진 손을 꼭 맞잡고 길을 나섰다. 일제의 통제 아래 이루어진 식민지 차 별 교육에 대한 반발은 더 이상 그들을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밤새 피로 써 내려간 격문과,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에 깔렸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더듬어 찾아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진작 굳게 다짐하였던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건물 앞에서 망을 보았다. 아무래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유학생들은 미숙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중간에 길을 잃어 일본 경찰의 눈에 띄면 곤란하다. 다 쓰러져가는
너머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왜 저 너머를 보려고 해요당돌하게 물으면 허허 웃고 마는 그런 사람 어두운 현실에서도 밝은 미래 그릴 줄 알아모두를 울게 만들었던 사람 일렁이는 파도를 응시하는 눈빛이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이제 당신이 그리던 세상에, 당신만 없다
그토록 바라던 봄이 찾아온 거리.모두가 뛰쳐나와 만세를 부르며 기뻐한다.살랑이는 바람을 데려온 나비들도 기쁜 듯 춤을 춘다. 꽃잎은 눈송이처럼 흩어지고아름다운 풍경에 다들 넋을 놓고 미소짓는데유독 울상인 저기 저 아이. 어린 누이는 다 자라지도 못한 채바스라진 언니가 못내 가여워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아이를 달래던 소년도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당신의 입김 따라 날아온 홀씨 하나이곳에 떨어져 피어난 민들레 한 송이그 민들레에서 떨어진 홀씨 또 수백 통한의 눈물비 맞고나부끼는 태극기 바람으로 퍼져나간갈망의 씨앗이의지의 새싹 되고열망의 꽃이 되어어느새 노랗게 이불 덮은 흙바닥 보드라운 흰털 솟아나어른 민들레에서 홀씨 떨어져나가는 모습 보는데갑자기 눈물이 난다 깃털 다 뽑힌 채 안쓰럽게 남은대견한 저
어무이도 내가 부끄럽나아바이도 내가 더럽나 그리 부끄럽거든 날 다시 낳아도갓난 아이가 되면 아니데려가겠지그리 더럽거든 날 좀 벅벅 씻겨도피가 날 때꺼정 씻치면 깨끗해지겠지 어무이, 아바이언젠가부터 날개뼈 죽지가 근질근질한 거 보이날개가 나올라카는갑다내는 새가 될라카는갑다 도망가지도 몬했다고이번에는 훨훨 날라버리라고새가 될라카는 갑다 근데요 어무이,내 혼자
나는 반성합니다.당신이 펜이 칼보다 강함을 증명할 때종이 한 장 드리고 못하고곁에서 꺼진 촛불 지펴주지 못하고다 떨어진 먹 새로 갈아주지 못하고완성된 시조차 보지 않으려 외면한 것에 나는 또다시 반성합니다.당신이 총대를 메고 달려 나갈 때옆에서 함께 나아가지 못하고총알 한 자루 가져다주지 못하고다쳐 고통 받는 당신을 치료해주지 못하고쓰러져 가는 당신들의 희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만해 한용운 선생 추모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전을 빛내주었다. 편편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신 독립투사들을 기리는 감사함과 진정성이 드러나 심사하는 내내 감동스러웠다.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독립의 문제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으로 문학적으로 승화시키
상구는 며칠 전부터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발을 놀려 마을 어귀의 절로 향했다. 아침저녁으로 불공을 올리는 상구 할머니의 엄명으로 지난 닷새간 뻔질나게 오간 길이라 이젠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할머니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간다고 했지만, 사실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서 나뭇짐을 지는 것보다 절에서 하는 일이 훨씬 쉽고 재미도 났다. 또 큰 잔
어느 순간부터 산다는 건 밥벌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뭘 먹고 사는가.밥을 구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남들 먹는 것을 나도 먹는가.중년에 접어들면서 내 삶이 자꾸 이런 물음을 스스로 내고 그 답을 구하면서 “그게 산다는 거지, 뭐.”하며 씁쓸하게 자위하고 있다. 이런 내가 안쓰럽지도 않다. 지구 위 77억의 사람들
불교와 명상 관련 번역서를 내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영어로 된 불교와 명상 관련서를 직접 번역해 책으로 출판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자기만족’을 위한 자비 출판은 아니다. 독자의 필요에 따른 선택을 받아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지금까지 《불교는 왜 진실인??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등 몇
꽃은 새날에 핀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라고 법정스님이 말씀하셨다. 해서 나는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지러워도 여전히 꽃이 피니 ‘언제나 새날’인 것이다.작가로 살아온 나는 ‘새날’인 &l
어머니가 외아들을 보호하듯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한없는 연민을 일으켜그 자비심이 고루 퍼지게 하라.위, 아래, 옆으로,장애도 없고, 적의도 없고, 척짓는 일도 없이세상에 두루 스미게 하라.≪숫타니파타≫
한 바위에 두 삼존상을 나란히 모신 ‘경주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중 왼쪽 삼존상입니다. 마치 붓으로 그려낸 듯 간결하게 새겼습니다.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고 있는 보살상은 흔치 않다고 합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1호. 글·사진 이창윤.
경주 남산 탑골 옥룡암에는 네 면에 불보살과 비천, 스님, 사자, 탑 등을 가득 새긴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두 그루 나무 아래에서 수행하는 승려상’은 이 바위 동쪽 면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 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리수 아래에서 목숨을 건 수행 끝에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옛날 통일신라시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파세나디왕이 찾아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한 가지 여쭙고자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 바라문이 죽으면 도로 바라문으로 태어나고, 귀족이 죽으면 다시 귀족으로 태어납니까?”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다. “인생에는 밝음과 어둠이
만약 해방이후 50대 이상의 어른을 보고 하늘로부터 각별한 소명을 부여받은 특별한 존재라 한다면, 선뜻 인정하시겠는가. 하지만 극한상황을 극복,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혀야 히는 숙명을 누가 부정하랴.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을 이겨내는 기록 경신이 그들의 운명인 것을. 배고팠던 나라가 우리만은 아니었는데 어른들은 자식들과 ‘먹고 살기 위해&rsq
탄생불은 석가모니불이 탄생한 직후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으며 세상을 향해 탄생게를 외치는 모습을 표현한 불상이다. 불상으로 조성할 때는 보통 발가벗은 아기가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팔상도(八相圖) 등 탱화에서는 탄생게를 외우면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을 때마다 피어난 연꽃을 함께 묘사한다
그렇습니다. 제가 유독 부처님 일대기 중 대애도 비구니의 장례를 손수 치르는 장면에 감동받은 이유는 부처님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거니와 하나의 엄격한 수행공동체인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길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