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명상 관련 번역서를 내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영어로 된 불교와 명상 관련서를 직접 번역해 책으로 출판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자기만족’을 위한 자비 출판은 아니다. 독자의 필요에 따른 선택을 받아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지금까지 《불교는 왜 진실인가》,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등 몇 권의 책을 냈다.

그렇다. 나는 불교와 명상에 관심이 있다. 관심이 있다는 건 그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일 테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보면 그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또 무얼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아무튼, 그렇다면 나는 불교와 명상에 관심이 있으며 그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불교는 무엇이고, 명상은 또 무엇인가?

이 단어들이 가리키는 바가 매우 광범위하며, 사람마다 맥락에 따라 의미하는 바도 각양각색이어서 여기서는 불교를 조금 좁게 한정하고자 한다.

나는 불교의 종교적, 신앙적 측면보다 불교가 우리 삶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측면에 관심이 있다. ‘좋은 삶(good life)’을 사는 방법으로서의 불교, 종교보다는 삶의 철학으로서의 불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좋은 삶을 위해 불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명상, 그중에서도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라고 생각한다.

해로운 것 제거하고 지혜·사랑 채우는 불교명상

불교와 명상의 핵심 가르침은 간단히 말해 마음챙김, 쉽게 말하면 지금-여기에 깨어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여기 깨어있기’라는 불교 명상의 본질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불교를 삶의 방식으로 택했다. 여기서, 깨어있기가 정말 우리의 삶을 더 좋게 할 수 있는가를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내가 불교를 삶의 방식으로 택한 이유 역시 자연스럽게 설명될 듯하다.

과연, 깨어있기는 우리의 삶을 더 좋게 할 수 있는가? 알아차림, 깨어있기가 좋은 삶을 위한 불교의 방법이라면 그것은 과연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삶을 ‘실제로’ 더 좋게 만드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는 것은 위 질문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대답이 될 듯하다.

깨어있기가 좋은 삶을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개략적으로만 말해본다면 그것은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해로운 마음을 제거해 마음을 청정하게 만드는 것일 테다. 그런데 마음에 해로운 것이 사라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는 결코 아니다. 이 자리는 지혜와 사랑이라는 불교가 지향하는 최고선의 마음으로 부지런히 채워야 한다.

마음의 해로운 것을 제거해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이 음(-)의 차원에서 행하는 마음 작업이라면, 더없는 지혜와 무한한 사랑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작업은 양(+)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마음 작업이라고 할 만하다.

마음챙김이라는 불교 명상은 이처럼 음과 양의 양방향에서 자기 마음에 대해 작업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궁극의 차원에서 더 좋은 삶이 된다고 본다. 물론 불교의 이런 지향을 자기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우리들 각자의 선택이다. 또 이것은 좋은 삶을 위한 방법으로서 불교 명상의 메커니즘을 아주 개략적으로 살펴본 것에 불과하다. 그 각론과 주석은 무수히 많고 길 테지만 여기서 그것까지를 모두 다룰 여유는 없다.

물론 좋은 삶을 위한 방법으로서 깨어있기의 작동 메커니즘에 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지 모른다. 불교 수행은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라는 직관적 앎을 통해 닦는 것이다. 깨어있기 수행을 ‘직접’ 해보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음을 스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보충자료로 유용한 ‘불교출판’

깨어있기가 더 좋은 삶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러한 설명이 직접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보충자료’로서 꽤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으면 수행에 더 큰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책은 각자의 수행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근거로서의 역할도 한다. 간단히 말해 ‘이론과 실천’, ‘교학과 수행’이라는 상호보완의 방정식에서 ‘이론’과 ‘교학’의 자리에 책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이것이 내가 불교 책을 내는 이유다.

그렇다면 누가 쓴 어떤 책을 출판해야 하는가? 수행의 길에서 우리보다 조금 먼저 앞서간 이들의 말과 글을 참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을 ‘스승’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가고자 하는 수행의 길에서 귀감으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며, 우리의 시행착오를 줄여 더 효과적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돕는 사람들이다. 물론 가장 큰 스승은 부처님이겠지만(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은 경전으로 남아 있지만) 현대인의 감각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문체와 내용이라면 나름의 유용한 쓸모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저자들(스승들)의 책을 내려고 한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불교와 명상 책을 출판하려는 나의 시도가 과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행히 여태까지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마음으로, 물질로(마음 못지않게 중요하다!) 도와주는 분들이 계신다.

그리고 위에 말한 소기의 목표란, 보통 수준의 교육을 받은 누구라도 책을 통해 불교와 명상이 뜬 구름 잡는 난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원리와 설명 체계를 상식으로 납득해 자기 삶에 적용 가능한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게 돕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출판 현실이 아무리 고달파도 이 한 가지만을 보고 간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은 없으리라. 비록 큰돈은 못 벌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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