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봄이 찾아온 거리.

모두가 뛰쳐나와 만세를 부르며 기뻐한다.

살랑이는 바람을 데려온 나비들도 기쁜 듯 춤을 춘다.

 

꽃잎은 눈송이처럼 흩어지고

아름다운 풍경에 다들 넋을 놓고 미소짓는데

유독 울상인 저기 저 아이.

 

어린 누이는 다 자라지도 못한 채

바스라진 언니가 못내 가여워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아이를 달래던 소년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떠난 아버지가 그리워

참던 눈물을 뚝, 뚝 흘린다.

 

이 풍경을 가장 보고싶어 했을 누군가가 떠올라서.

이 거리에 없는 누군가가 떠올라서.

모두들 가슴 속에 그리운 이를 그린다.

 

어느새 울음은 사방으로 번지고,

각자의 품속에 끌어안은 태극기에는

눈물 번진 자국이 가득하다.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사람들의 위로

나비들이 살랑이며 지나간다.

마치 위로라도 하는 듯이.

 

우리는 괜찮다고.

이 땅에, 당신들에게 이 봄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다고.

지금, 우리도 제대로 이 풍경을 보고 있다고.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