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산 바로 아랫동네에서 잠시 살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호젓한 도봉계곡 쪽 숲길로 산책하는 호사를 자주 누렸다. 산책의 반환점은 도봉서원이었다. 당시 대규모 발굴조사와 정비작업 때문에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도봉서원이 조광조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는 것 정도는 안내판을 읽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2017년), 도봉서원에서 의외의 소식이 들려왔다. 발굴과정에서 불교유물이 출토된 것이다. 유자들이 멀쩡한 절을 파묻고 그 위에 서원을 세운 일은 비일비재인지라 서원 터에서 불교유물이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그 유물이 지금껏 탁본으로만 전해지던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실물 비편(碑片)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소나(Soṇā)는 사밧티(사위성)에 살고 있는 여성입니다.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나 곱게 자라서 자신의 신분에 걸맞는 집안으로 시집을 갔습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아들 일곱, 딸 셋을 낳고 행복하게 지냈지요. 자식을 많이 두었다는 뜻에서 바후뿌띠까라고도 불립니다. 어느 날 남편이 구도자가 되어 집을 떠났지만 소나는 홀로 자식을 잘 거두고 집안도 잘 건사하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소나는 할머니가 됐습니다.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아 무슨 일을 해도 힘에 부치고 기운이 달렸지요. 때마침 자식들이 찾아와서 어머니 소나에게 이렇게 요청했습니다.“어머니, 이제 저희에게 재산을 물려주시고 편히 지내세요. 저희가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소나는 장성한 자식들에게 고루 재산을 물려주었습니다. 자기 몫으로는 한 푼도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은 홀어머니인 소나를 극진히 모시겠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습니다. 열심히 살면서 자식들을 잘 키웠고 이제 재산마저도 나눠주었으니 소나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은 다한 셈입니다. 이제 자식들을 찾아다니며 여생을 즐기다 가면 그만입니다. 자식들은 홀어머니 소나가 찾아오자 반갑게 맞이했습니다.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가칠단청(假漆丹靑)은 무늬 없이 석간주(石間硃)*나 뇌록(磊綠)** 등으로 바탕칠만 하는 가장 단순한 단청을 말한다. 장식 효과보다는 목재를 습기와 병충해로부터 보호하여 목조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단청 본래의 목적에 치중한 단청이다. 일반적으로 기둥 부분은 붉은색 계통의 석간주를 칠하고 나머지 부분은 푸른색 계통의 뇌록 등 최소한의 색상만으로 칠하기 때문에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조선시대에 겸양과 절제의 유교적 가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많이 세워지다보니 유교단청으로 대표되는 가칠단청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래서 궁궐이나 사찰과 같이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쓰이는 화려한 단청과는 달리 종묘나 성균관, 향교, 사당 등 유교적인 건축물에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공덕에도 유루(有漏)와 무루(無漏)가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유루법이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 즉 유한한 법을 일컫습니다. 무루법이란 영겁이 다하도록 변치 않는 것, 즉 무한한 법을 일컫습니다.이 세상의 부귀영화는 모두 유루법에 속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권력이 있고,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없어지므로 유루에 속합니다. 하지만 자성(自性)을 반조(返照)하여 원력을 세원 뒤 남을 위해 자비행을 실천하면 그 공덕은 세세생생 사라지지 않으므로 무루에 속합니다.
불연(佛緣)의 땅 영동산세가 험한 영동지방은 오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영동, 서울-양양 두 개의 고속도로와 미시령터널, 고속철도 등이 개설돼 쉽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이 됐지만, 옛날에는 대관령이나 구룡령, 미시령, 한계령, 진부령 같은 험하디 험한 큰 고개를 넘어야 할 만큼 오지였습니다. 오죽하면 ‘대관령’이라는 이름이 고개가 험해서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왔다는 이야기가 전할까요?교통의 오지였던 만큼 영동지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생선 냄새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선 향 냄새가 난다.출판사 침묵의 향기는 20년간 한결같이 영성(靈性), 깨달음에 관련한 책을 펴낸다. 김윤 침묵의 향기 대표는 “궁극의 진실을 알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풀어서 말했다.책 한 권으로 바뀐 인생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 무역회사에서 8년간 일했다. 일하는 동안은 몸
마하시선원의 정규 일과는 이렇습니다. 오전 3시에 일어나 4시 이전에 숙소를 나와야 했습니다. 이때 여자 숙소 출입문은 잠겼습니다. 이 문은 오전 9시가 돼야 열렸습니다. 그 사이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고, 나갔던 사람은 중간에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남자 숙소에서는 한 스님이 일일이 방을 찾아다니면서 명상
어제 아침은 딸기에게 매우 특별한 아침이었다. 밤새 눈이 내려 아파트 창문 너머 세상은 온통 하얗게 덮여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엘사 옷이 아니면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고집을 피워 가까스로 엘사 드레스에 엘사 머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 날은 딸기가 아닌 엘사가 되어 유치원에서도 엘사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자유놀이 시간에 딸기는 혼자서 자
To. 당신에게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편지를 쓰느라 서툰 제 글솜씨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제 어린 시절과 당신이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해주고 싶어 펜을 잡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서울의 서대문구에 살았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몇 분 걸으면 평화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비둘기들이 산책하는 서대문 독립공원이 있었습니다.
이맹호 작가의 명함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이수자’, ‘문화재수 리기능자 화공’이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각자(刻字)는 나무나 돌에 글자를 파서 새기는 작업이다. 서울시 광진구 자 양동에 있는 ‘각연재(刻緣齋)’에서 만난 이맹호 작가는 반야심경 판각을 하는 중이었다. 서각으로 인연
“나는 너와 숙세에 인연이 있어서 어미와 아들로 맺어져 은애의 정을 나누었다. … 너를 보배처럼 소중히 여겼고 똥오줌의 악취도 싫어하지 않았으며 젖 먹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당에 갔다가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 면 문설주에 기대어 너를 기다리곤 했다 . … 네가 집을 떠난 후로 밤낮을 가 리지 않고 눈물을 흘
<교수신문>이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아시타비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뜻의 신조어로 ‘내로남불’이란 시쳇말 (時體-)을 한자로 조어한 것이다. 한국의 교수집단이 세상에 대해 이러한 일갈을 내지를 자격을 갖추었는지는 논외로 하자. &ls
핫타까 알라바까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 핫타까를 이렇게 칭찬했습니다.“이익과 환대와 명성은 두려운 것이다. 자극적이고 거친 것이며 가장 높은 안 락한 경지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된다. 믿음이 있는 여성이라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외아들을 찟따 장자와 핫타까처럼 되어야 한다고 가르 쳐야 한다. 이 두 사람은 나
단청(丹靑)이란 단사(丹砂)와 청확(靑雘)이라는, 안료를 만드는 광물질의 첫 자를 딴 단어입니다. 《삼국사기》 ‘솔거’조에는 신라 진흥왕 때 솔거가 황룡사 벽면에 그린 그림을 ‘화노송’이라 하며 “색이 바라자 절의 스님이 단청을 고쳐 그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백률사 어디에 있는 절인가경주는 한국의 불국토이다. 신라인은 수많은 절과 불상을 조성하여 경주를 이상세계로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불교문화가 사라졌으나 현존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충분하다.어느 왕조보다 불교가 융성했던 까닭에 신라불교는 별 어려움 없이 이루어 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신라의 불교수용은 수월하지 않았다. 초기 신라의 영
이번 달의 주제는 천식(喘息)으로 숨을 짧게 쉬고 기침을 자주 하는 병입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기침하는 것이 두려운 때, 천식 환자들은 고통이 클 것입니다.한자어로는 ‘숨찰 천(喘)’, ‘숨쉴 식(息)’이고 영어 표기인 ‘asthma’는 그리스어의 ‘날카로운 호흡’이
첫 선 전래자 법랑과 신행문헌상 우리나라에 선(禪)이 처음 전래된 시기는 7세기 중엽입니다. 법랑(法郞, ?~?) 스님이 중국 선종의 제4조 도신(道信, 580∼651) 스님에게 법을 배우고 귀국한 것이 그 시초이지요. 그러나 법랑 스님의 행적은 제자인 신행(神行 또는 信行, 704∼779) 스님에게 법을 전한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신행 스님은 스승이 입적하자 당으로 유학을 떠나 지공(志空) 스님으로부터 법맥을 잇습니다.중국 선종은 육조 혜능(慧能, 638~713) 대에 이르러 남종(南宗)과 북종(北宗)으로 나뉩니다.
올바른 기도는 흔들림 없는 마음, 즉 일념(一念)으로 불보살님께 지극하고도 극진하게 정성을 다해 올리는 기도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기 때문입니다.기도에는 중요한 차례가 있습니다.첫째, 기도를 올릴 때는 참회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회란 몸〔身〕, 입〔口〕, 마음〔意〕으로 지은 삼업(三業)을 뉘우치는 의식을 일컫습니다.
마하시선원에서 보낸 열흘사야도는 역시 다르다김은주·자유기고가간화선은 혼자서 하는 수행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어떤 경계를 만났을 때 이것이 바른 것인지 아닌지를 스승에게 점검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경계가 없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길입니다.반면에 위빠사나 수행은 자신의 공부 과정을 스승과 공유하는 것 같았습니다. 배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요즘 회사를 옮길까 고민하고 있다. 예전만큼 일에 능률이 오르지도 않고, 직장에서도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에 더 이상 이 회사를 다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입사동기들보다 초고속으로 과장이 되어 후배, 동료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심을 한 몸에 받으며, 상사의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제품 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