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타까 알라바까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 핫타까를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이익과 환대와 명성은 두려운 것이다. 자극적이고 거친 것이며 가장 높은 안 락한 경지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된다. 믿음이 있는 여성이라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외아들을 찟따 장자와 핫타까처럼 되어야 한다고 가르 쳐야 한다. 이 두 사람은 나의 재가불자 가운데 표준이 되고 척도가 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사랑하는 외아들의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핫타까의 인품은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핫타까의 신분은 왕자였습니 다. 한 나라의 왕자라면 그 권세가 대단하겠지요. 가진 재산도 어마어마할 것 입니다. 자칫 권력과 부를 함부로 휘둘러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두려움에 떨 게 만들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늘 말씀하십니다. “이익과 환 대와 명성은 두려운 것이고 사람들이 안락한 경지[열반]에 이르는 데 걸림돌 이 된다.”라고요.

그런데 조심해야 할 이익과 환대와 명성을 다 얻은 핫타까 왕자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핫타까 왕자라는 이가 정말 궁금한데 경전에는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부처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에피소드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사한 삶보다 번뇌 없는 삶” 강조

어느 때 세존께서 알라비국의 숲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그때 핫타까 왕자가 산책하다가 부처님을 보고 다가와서 이렇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잘 주무셨습니까?”

그러자 부처님이 답했습니다.

“왕자여, 나는 잘 잤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 말을 듣고 왕자가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겨울밤은 몹시 춥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리가 내리는 철입니다. 소가 밟고 간 땅은 울퉁불퉁한데 나뭇잎을 모아 만든 자리는 얇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입고 계신 가사도 겨울바람을 이겨내기에 너무 얇습니다.”

왕자의 말을 보면 부처님은 한뎃잠을 주무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숲에서 밤을 보내신 뒤에 이른 아침 왕자가 산책길에 그런 부처님을 뵙고 안부 인사를 올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처님도 한 나라의 왕자였고, 포근하고 따뜻한 잠자리에 대한 기억도 있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나뭇잎을 모아 깔개로 삼고 가사를 덮고 겨울밤을 지내신 것이지요. 왕자에게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왕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훌륭한 침실에서 사람들의 시중을 받으며 포근한 이불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 잠자리라면 정말 잠을 잘 자고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뭔가를 갈구하고 무엇인가에 대해 분노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는 결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에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떨쳐 버렸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도 잠을 잘 잡니다.”-《앙굿따라 니까야》 〈알라바까의 경〉

세상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잠을 자는 핫타까 왕자에게 부처님의 이 법문은 어떤 뜻을 안겨주었을까요? 자기 마음속에 어 떤 번뇌가 있는지를 알아차려서 그 번뇌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부귀영화를 누리는 일이라는 법문은 왕자가 평생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삶 의 나침반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사섭법으로 대중을 포용하는 데 으뜸

핫타까 왕자는 어디를 가나 늘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녔습니다. 부처님을 찾 아 법문을 청할 때에도 그의 뒤에는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 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모습에 감탄하면서 물으셨습니다.

“핫타까여, 그대를 따르는 이 대중은 정말 엄청납니다. 어떻게 이 많은 사 람들을 포용합니까”

핫타까가 대답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이 대중을 포용합니다. 그것 은 바로 사섭법(四攝法)입니다. 저는 어떤 사람을 볼 때 ‘이 사람에게는 보시를 해야겠구나’라고 판단이 서면 그를 보시(布施)로써 포용합니다. 또는 ‘이 사람 에게는 다정한 말을 건네야겠구나’라고 판단이 서면 그를 다정한 말[애어(愛語)]로 포용합니다. 또는 ‘이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는 일을 해줘야겠구나’라고 판단이 서면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행(利行)]로 포용합니다. 또는 ‘이 사람에 게는 동등하게 대해주고 배려해야겠구나’라고 판단이 서면 그를 동등하게 대 하고 배려함[동사(同事)]으로써 포용합니다.”

핫타까가 이렇게 고하자 부처님의 찬탄이 이어집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핫타까여, 그대는 대중을 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대중을 잘 포용하는 사람은 바로 이 네 가지 수단으로 그리 했습니다.”

부처님은 훗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재가 남성 신도 가운데 네 가지로 대중을 잘 포용하는 것[사섭법]으로 으뜸가는 이는 바로 핫타까이다.”

사람들이 자꾸 만나고 싶은 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피하는 이도 있습 니다. 어떤 인격을 지녔는가가 바로 이것으로 드러납니다. 핫타까 왕자는 언 제나 사람들에게 베풀고, 다정한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배려합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으뜸이 라고 부처님은 인정했고, 그런 까닭에 아들을 키우는 부모는 핫타까 왕자를 롤 모델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대중이 따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성공이 아닐까요?

훌륭한 법 지니고 ‘겸손’까지 갖추다

핫타까는 왕자라는 신분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누리며 살고 있고, 사람들에 게 그들이 필요한 것을 잘 알아서 포용하는, 따뜻한 인품을 가진 사람입니 다. 이런 핫타까를 두고 부처님이 찬탄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어느 날 세존 께서 알라비 국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아주 훌륭한 일곱 가지 법을 지녔다는 사 실을 알아라.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핫타까 알라바까는 믿음이 있고, 계행 을 지키고, 부끄러움을 알고, 창피함을 알고, 많이 배우고, 관대하고, 지혜를 갖추었으니 이것이 일곱 가지 훌륭한 법이다.”

핫타까 왕자가 지닌 일곱 가지는 경전에서 ‘성스러운 일곱 가지 재물[칠성재]’ 이라 부르는 법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챙겨야 할 재물이요, 이번 생과 다음 생 에도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재산입니다. 그렇다면 핫타까 왕자는 대중을 거느리는 네 가지 법도 완벽하게 갖추었고, 열심히 모아야 할 진정한 재산 일곱 가지도 다 모아두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들은 한 스님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갖추고 핫타까 왕자의 처소로 찾아갔습니다. 스님은 핫타까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들려주었습니다.

“벗이여, 그대는 일곱 가지 아주 훌륭한 법을 지녔다고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핫타까가 물었습니다.

“존자여, 그때 흰옷을 입은 재가자 누구라도 그곳에 있었습니까?”

“벗이여, 그때 흰옷을 입은 재가자 누구라도 그곳에 없었습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스님은 핫타까 알라바까의 처소에서 탁발을 마친 뒤 세존 계신 곳으로 와서 자기의 오전 일과를 보고하며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부처님께서 찬탄하실 때 재가신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제 말을 듣고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처님은 핫타까 왕자를 찬탄하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구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그 훌륭한 가문의 아들은 겸손하다. 자신에게 있는 착하고 건전한 것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핫타까 알라바까가 여덟 번째 아주 놀랍고 경이로운 원리 즉 겸손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라.”-《앙굿따라 니까야》

부처님도 칭찬할 정도의 인품을 가진 핫타까 왕자답습니다. 사섭법으로 대중을 잘 포용하는 데다 일곱 가지 성스러운 재물도 완벽하게 갖춘 핫타까는 겸손함마저 지녔으니 이만하면 세상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될 만하지 않을까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기억해도 좋을 인물입니다.

이미령• 경전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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