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방 윗목에 콩나물시루를 들여놓고 키웠다. 콩을 시루에 넣고 빛을 차단한 채 물만 줘도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랐다. 일종의 수경재배인데, 어린 눈에 노란 새싹이 돋아 시루가 터져라 빼곡히 자라는 게 신기했다. 지금도 그런 버스•지하철 노선이 있겠지만, 1970년대 버스는 ‘콩나물시루’였다. 출근과 등교 시
작년 말부터 나라가 시끄럽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와 연루된 이들이 구속되었고,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공석(空席)인 위급상황에서, 북의 김정은 집단은 핵무기로 위협하고 미중일 삼국 역시 자국의 이익만 챙기려 든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주자들은 국가와 민족의 이익과 안위를
원효 탄생 1천 4백년 다툼 멈추고 화해하는 유연한 화쟁으로 사회분쟁·갈등 해소되길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새벽, 올해도 많은 사람이 산과 바다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으며 각자의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을 때마나 늘 되새기는 말이지만, 지난해처럼 ‘다사다난’이란 말이 적절한 때가 또 있었나 싶을
대한민국 국민이 화났다. 지난 토요일(11월 5일), 서울 도심은 국민들의 분노로 붉게 타올랐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여 금세 광화문과 시청, 종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어느 특정 정파나 단체의 지시에 의해 강제로 모인 게 아니라 대통령의 잘못을 꾸짖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순수한 시민들이었다. 교복을 입은 중고
신라인 삶의 흔적있는 세계적 역사문화도시 성급한 발굴 · 개발보다 천년풍류 느끼게 할 일보름 뒤 경주에서 국제PEN한국본부 주최의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문학행사가 개최된 것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지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한글과 한글문학의 세계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물상 가운데 오직 사람만이 말(言)을 한다. 물론 동물도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신호가 있고, 침팬지나 돌고래 같은 동물은 수십 개의 단어로 의사소통한다는 학설도 있지만, 사람처럼 다양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는 동물은 없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뛰어난 문명과 문화를 이룬 것도 말(言)과 글(文) 때문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
지난 5월 16일 이역만리 영국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작가가 노벨문학상, 콩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문학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낭보였다.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때마다 ‘혹시나?’하고 기다리다 실망했던 한국 문학인들은 모처럼 만의 쾌거에 모두 제일처럼 기뻐했
총선 결과에 희비 말고 민심받들어 봉사해야‘4월은 잔인한 달’이란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상투적 어구 가운데 하나이다. 이 말은 원래 T.S. 엘리엇의 대표작 의 첫구절에서 유래한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시의 본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전유(專有)되어 통용된다. 시에서
인간은 모방본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편리 시설도 인간이 자연을 모방하여 그것을 인간의 삶에 적합하게 변용시킨 결과이다. 인간은 인간을 대신해 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개발하여 온갖 기술에 접목시키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무인운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한 소녀에게 더 큰 슬픔 주는 일 없었으면” 각국의 수도(首都)나 고도(古都)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위인을 기념하기 위한 비(碑)•탑(塔)•사원(祠院).상(像) 등이 많다. 우리 서울만 하더라도 광화문의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을 비롯하여 셀 수 없을 정도의 기념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나는
만해에 있어서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관세음 보살의 현신1933년, 만해는 진성당 병원의 간호원 유숙원과 결혼을 하고 여러 지인의 도움을 받아 성북동 산자락에 조촐한 집을 마련하여 ‘심우장(尋牛莊)’이라 이름 지었는데, 총독부를 마주 보는 게 싫어 북향으로 터를 잡은 일은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재혼을 하고 사가(私家)를 지은 일은
아기천사가 남긴 '희망'지난 8월 4일 DMZ에서 지뢰가 폭발하여 우리의 젊은 두 병사가 다리를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군 추진철책 통문은 군사분계선 이남 440m되는 지점이어서, 북한군이 은밀히 침범해 지뢰를 매설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한 사병은 오른쪽 무릎 위쪽과 왼쪽 무릎 아래를, 다른 한 사병은 오른쪽 발목을 절단했다
나는 일산에서 학교까지 전철로 출근한다. 출근 시간이 다소 여유로워 앉아서 갈 수 있는 데다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이점까지 있어 웬만해선 전철을 이용한다. 퇴근해 집에 올 때도 환승역이 연달아 세 군데나 되어 자리에 앉을 기회가 많다. 이십 년 가깝게 전철로 출퇴근하면서도 별 불편을 못 느끼는 것도 복이라 생각하고 늘 감사히 여긴다. 전철 안 풍경이 달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