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흥전리 사지 전경. 사진 제공 문화재청.
삼척 흥전리 사지 전경. 사진 제공 문화재청.

강원도 동북지역 선종 사찰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삼척 흥전리 사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그동안 문헌으로만 확인됐던 신라 승관제도를 유구와 유물을 통해 실증할 수 있는 유적”이라며, 11월 28일 ‘삼척 흥전리 사지’를 사적으로 지정했다.

‘삼척 흥전리 사지’는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가 문화재청 ‘폐사지 기초조사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아홉 차례 발굴 조사한 절터다.

이곳에서는 통일신라 후기부터 고려 전기에 이르는 시기에 강원도 동부 지역의 유력한 선종사원이었음을 입증하는 ‘국통(國統), ‘대장경(大藏經)’ 등 글자가 새겨진 비석 조각과 ‘범웅관아(梵雄官衙)’가 새겨진 청동관인 등 유물이 출토됐다. ‘국통’은 신라시대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하던 승려이고, ‘범웅관아’는 승단 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짐작되는 인장이다. 범웅은 석가모니, 관아는 승관(僧官)을 뜻한다.

삼척 흥전리 사지 출토 ‘국통(國統)’명 비편. 사진 제공 문화재청.
삼척 흥전리 사지 출토 ‘국통(國統)’명 비편. 사진 제공 문화재청.

절터에서는 이밖에 완벽한 형태의 청동정병 2점, 인주까지 함께 남아 있는 인주함, 금동번 투조장식판, 금동사자상 등 사찰 유적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월에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현승욱 강원대 교수는 이곳에 있던 사찰이 “9세기 이후 지방 세력 견제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신라 왕실이 중창한 승관 사찰이자 선종사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박승현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신라 왕실이 9세기 이후 지방 세력 견제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중창한 승관(僧官) 사찰이자 선종 사원”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척 흥전리 사지 출토 ‘범웅관아(梵雄官衙)’ 명 청동관인. 사진 제공 문화재청.
삼척 흥전리 사지 출토 ‘범웅관아(梵雄官衙)’ 명 청동관인. 사진 제공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삼척 흥전리 사지’에 대해 “문헌에서만 확인되던 신라 승관제도를 유물과 유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유적이자 지방 세력을 견제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통일신라의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출토 유물로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불교미술의 뛰어난 예술성과 수준 높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원식 공간 배치와 다양한 형태와 시설을 갖춘 건물지를 통해 고대 평지 사찰에서 산지 선종 사찰로 변화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지”라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절터에서 수습된 명문기와나 비석 조각 등 유물에서 절 이름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지 않아 사적 지정 명칭을 ‘삼척 흥전리 사지’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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