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청동승관인. <사진=문화재청>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통일신라시대 승단이 사용한 청동 인장이 발굴됐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가 발굴조사하고 있는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승관인(僧官印)을 발굴했다고 12월 5일 밝혔다. 발굴된 청동 승관인은 이날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공개됐다.

발굴된 청동 인장은 2개로, 모두 완전한 형태다. 이 중 하나는 청동인주함에 담긴 채 발굴됐다. 2점 모두 정사각형인데, 윗면에 끈을 달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 주문방인(朱文方印) 형태다.

한 점에는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이 새겨져 있다. 범웅(梵雄)은 석가모니불을 의미한다. 서체는 당나라 관인과 유사한 구첩전(九疊篆, 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 형태다. 이 청동 인장은 경주 황룡사지 출토품과 손잡이와 명문 서체 등 전체적인 형태와 크기가 비슷하다. 다른 인장에는 ‘만(卍)’자 상으로 선을 연결한 문양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굴한 청동 인장은 한국 인장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범웅관아(梵雄官衙)’라는 명문은 통일신라시대 승단 조직과 국가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사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국사기》에는 문무왕이 모든 관인을 국가가 주조(鑄造)하도록 명한 기록이 있고, 《고려사》에는 정종 때 식목도감이 지방 주군(州郡)에서 사용하는 승관인을 거둘 것을 주청하는 기록이 있어 국가가 승관인을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흥전리 사지에서는 강원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고(醬庫) 터가 확인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지 내부에는 큰항아리 12점이 정연하게 묻혀 있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와 경주 황룡사지, 성건동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는 그동안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 등이 확인됐다. 특히,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석 조각을 비롯해 청동정병(靑銅淨甁), 금동번(金銅幡, 깃발) 등 유물이 출토돼 이 사찰의 격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의 하나로 삼척시청,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삼척 흥전리 사지를 발굴조사하고 있다.

삼척시청은 흥전리 사지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고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차 발굴조사 성과를 집성한 학술대회를 내년 2월에 개최할 계획이다. 학술대회에서 도출된 조사 성과와 의의, 정비 방안 등을 토대로 2018년 사적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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