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흥전리 절터에서 출토된 탑비 조각의 주인공이 김 씨 성의 신라 귀족 출신 스님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은 3월 24일 개막할 예정인 ‘새로 발굴된 강원의 보물’ 특별전을 준비하려고 흥전리 절터 출토 비석 조각 16점 중 14점을 한자리에 모아 조사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3월 11일 공개했다. 이번에 조사하지 못한 비석 조각 2점은 현재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보관 중이다.
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흥전리 절터 출토 비석 조각 중 7점과 2점을 이어붙일 수 있음을 파악하고, 비석 조각에 새겨진 ‘화상(和尙)’이 다른 비석 조각의 ‘김성(金姓)’과 연결됐음을 확인했다. 7점을 이어붙인 비석 조각 탁본에는 ‘화상김성계림지(和尙金姓鷄林之)’라고 새겨진 글자가 선명하다. 이로써 비문에 등장하는 김 씨 성의 인물이 승려이자 탑비의 주인공임을 단정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탑비에 등장하는 계림 출신 김 씨를 승려이자 탑비의 주인공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특히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16년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이란 명문이 새겨진 비석 조각을 발굴한 뒤, 그간 발견한 비석 조각을 종합해 탑비의 주인공이 당나라에 유학해 대장경을 접하고 국통까지 오른 김 씨 성의 경주 명문집안 출신으로 추정한 바 있다.
박물관은 또 흥전리 절터에 최소 3기의 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조사한 비석 조각 14점 중 각각 이어붙인 7점과 2점을 포함한 11점은 서체와 옆면 조각으로 하나의 비석임을 알 수 있었고, 나머지 비석 조각은 표면 마감과 서체·자간이 다른 비편 1종 2점과 서체와 자간이 다르고 옆면에 장식이 없는 비편 1종 1편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붙인 총 9점을 포함한 총 11점의 탑비 옆면에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에서 볼 수 있는 고부조의 조각 장식이 새겨져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탑비 옆면 조각이 좀 더 그 모습을 드러내어 조각사 연구에 일정부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새로 발굴된 강원의 보물’ 특별전에 이어붙인 비석조각을 공개하고, 연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발굴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는 비편 2점을 인수하는 대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흥전리 절터에서 출토된 비석 조각은 홍영호 씨가 기증한 비석 조각과 강원문화재연구소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각각 발굴한 비석 조각 등 모두 16점이 알려져 있다. 흥전리 절터 비석 조각은 지금까지 각 기관별로 독립적으로 판독하고 해석해 왔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조사 사례는 기관 별로 따로 조사하고 보관한 발굴품을 통합해 조사·연구하면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조사 및 연구 기관 간 협업이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