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이 새겨진 비 조각. <사진=불교문화재연구소>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일감 스님)가 발굴 중인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대장경(大藏經)’이 새겨진 비 조각과 아궁이를 갖춘 대형 온돌 건물지가 확인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지난 8월 9일부터 청동정병이 출토된 동원 1호 건물지 서편과 서원 탑지 주변을 조사한 결과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이란 명문이 새겨진 비 조각과 귀면와(鬼面瓦), 가릉빈가 상수막새 등 통일신라시대 유물을 다량 발굴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제작기법이나 조형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매우 높아 신라 왕경(경주 지역)에서 장인을 파견하여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당조장대장경이지함’이란 명문이 새겨진 비 조각은 흥전리 사지에 주석했던 승려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 유물로 주목된다. 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비 조각은 통일신라시대 승려들이 선진문물인 당나라 대장경을 지속적으로 접하고 연구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발견된 비 조각들을 종합해 흥전리 사지에 주석했던 승려가 김씨로 신라 왕경 명문집안 출신이며, 당나라에 유학해 대장경을 접하고 국통에까지 오른 이로 추정했다. 현존하는 통일신라시대 비문 중에서 ‘대장경’이 언급된 것은 곡성 태안사에 있는 ‘대안사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大安寺寂忍禪師照輪淸淨塔碑)’ 뿐이다.

동원지역 서편 조사에서는 판석으로 만든 아궁이와 ㄷ자형 고래 시설을 갖춘 구들 등 다양한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온돌시설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문화재청이 진행하고 있는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삼척 흥전리 사지를 발굴하고 있다. 사지는 동원(東院)·서원(西院)으로 구성된 대형 산지가람이다. 연구소는 그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 등 주요 시설을 확인했다. 또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 조각과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청동정병(靑銅淨甁) 등을 발굴해 이 절이 통일신라시대 국통과 관련된 사찰이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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