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사진 보스턴미술관 누리집.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사진 보스턴미술관 누리집.

미국 보스턴미술관(관장 매튜 테이틀바움)이 소장하고 있는 석가모니불과 지공 스님의 사리 각 1과, 나옹 스님의 사리 2과 등 사리 4과가 기증 방식으로 국내로 돌아온다. 또 사리를 봉안했던 ‘은제도금라마탑형(銀製鍍金喇嘛塔形) 사리구’(이하 사리구)는 전시와 보존처리를 위해 임시 대여 방식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2월 6일 보도자료를 내 5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과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미국 현지에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 등 관계자와 협상한 결과를 전했다.

합의에 따라 사리 4과는 부처님오신날인 5월 15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되고, 사리구는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임대 형식으로 돌아오게 된다.

문화재청은 임대 기간 동안 사리구 보존과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 진흥을 위해 보존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리구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14세기 고려시대 작품이다. 원나라 국교인 라마교의 영향으로 라마탑 모양으로 조성됐다.사리구는 원래 양주 회암사 또는 개성 화장사에 봉안돼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미술관은 1941년에 발간한 간행지에서 원 소장처를 회암사로 추정했다.

사리구는 14세기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사리구 안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銀製鍍金八角堂形)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는데, 사리구 명문에 따르면 석가모니불 사리 5과, 가섭불 사리 2과, 정광불 사리 5과, 지공 스님 사리 5과, 나옹 스님 사리 5과가 각각 모셔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사리는 이번에 돌아오는 사리 4과뿐이다.

조계종과 문화재청, 보스턴미술관 관계자들이 2월 5일 보스턴미술관에서 사리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반환 협상을 하고 있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조계종과 문화재청, 보스턴미술관 관계자들이 2월 5일 보스턴미술관에서 사리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반환 협상을 하고 있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사리와 사리구는 일제강점기 때 도굴돼 일본으로 반출된 뒤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 결과는 지공·나옹 두 스님의 사리가 기증 형식으로 반환되고, 사리구가 임시 대여 형식이기는 하지만 국외로 반출된 지 한 세기 만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인 사리구는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남은 과제의 일정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도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이라며, “환지본처(還至本處)의 의미를 새기며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또 “보스턴미술관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와 사리구를 돌려받기 위한 노력은 2008년부터 이어져왔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조선불교도련맹과 2008년 8월 사리와 사리구 환수를 위한 공동 대응에 합의하고 반환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도난당했거나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신앙의 대상인 사리만 반환하겠다’는 보스턴미술관과 ‘사리와 사리구가 함께 반환돼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입장 차이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23년 4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조계종과 문화재제자리찾기 등의 환수 활동과 협상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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