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의회 지지세력으로 분류되는 불교광장이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총무원장의 행보에 반발하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종회 최대 종책모임 불교광장 소속인 선광 스님을 포함한 8인의 종회의원은 24일 ‘현 종단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하의 성명을 내고 자승 총무원장을 직접 겨냥하며 “현 총무원장과 집행부는 종헌종법에 따라 선거에 대한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중앙종회 계파모임과 종회활동에도 개입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8인의 종회의원은 무관 · 진성 · 태관 · 덕산 · 혜초 · 환풍 · 설암 · 선광 스님이다.

이들의 이날 성명은 불교광장 회장 종삼 스님이 사퇴의사를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향후 선거구도를 놓고 종책모임의 이합집산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먼저 “최근 종단을 둘러싼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종도들이 중앙종회에 부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한다”고 했다.

이어 현 종단 사태에 대해 하나하나 열거하며 비판했다. 이들은 “수년간 은처자 의혹을 받고 있는 용주사 주지는 여전히 본사 주지직을 유지하고 있다. 성폭행범을 사면조치하고, 각종 범계 사실이 확인된 승려에 대해서도 가볍게 징계했다”면서 “정화 이후 현재까지 일관되게 내려온 비구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종헌의 정신과 이념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3권 분립주의에 입각한 종단의 민주화도 강조했다. 이들은 “중앙종회 스스로 집행부를 비판 견제하는 기능을 회복하여 실질적인 삼권분립제도를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총무원장은 종단의 대표자로서 종단의 공정하고 민주적 운영을 위해, 그리고 종헌종법을 준수하기 위해 중앙종회의 종책모임에 대한 관여와 개입을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사회적 기준과 상식에 맞는 종단 운영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총무원 청사 내에서 스님을 폭행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종단의 사과와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또 일부 비판 언론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종단의 혼란에 대해 불자들의 걱정을 넘어 사회에서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총무원장과 집행부가 귀를 열어 종도들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종헌종법의 절차에 따라 해결하려는 의지와 적법한 조치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지금의 종단 혼란을 극복하고, 종도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불교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고 진단하고 “지금이야말로 성찰과 자정, 그리고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현 종단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

중앙종회는 종도의 대표기관이고, 종헌‧종법을 수호하는 입법기관이자 집행부에 대한 통제기관의 지위를 종헌으로부터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종단을 둘러싼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종도들이 중앙종회에 부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먼저 종도들과 불자 여러분께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합니다.
지금 한국불교는 위기입니다. 승가공동체가 붕괴되어 가면서 승가는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승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현저히 약화되면서 300만의 불교인구가 감소하였습니다. 이러한 위기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불자와 국민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며, 한국불교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훼손되고 있는 ‘정화정신’과 청정비구 종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굳건히 하여야 합니다.
우리 종헌은 정화운동을 통합종단 성립의 기본이념으로 채택하고 비구 독신수행을 정체성의 근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종헌에 명기된 군승의 비구 예외 조항도 삭제하면서 지속적으로 비구 정체성을 강화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종단 현실은 어른 스님들의 정화 정신과 비구 정체성을 올곧이 계승하고 진작시켜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년간 은처자 의혹을 제기 받고 있는 용주사 주지는 여전히 본사 주지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성폭행범을 사면조치하고, 각종 범계 사실이 확인된 승려에 대해서도 가볍게 징계하였습니다. 정화 이후 현재까지 일관되게 내려온 비구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종헌의 정신과 이념이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종헌‧종법에 맞게 용주사 주지 문제를 바로 잡아 비구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중앙종회가 본래의 기능인 집행부에 대한 종정통제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 종헌이 중앙종회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비대해지고 통법화 되어가는 집행부의 전제적인 종권을 견제하고 통제함으로써 삼권분립주의에 입각한 종단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종권의 행사에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구조가 형해화되고, 총무원과 중앙종회, 호계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어 1994년 종단개혁 정신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종회 스스로 집행부를 비판 견제하는 기능을 회복하여 실질적인 삼권분립제도를 구현하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총무원장은 종단의 대표자로서 종단의 공정하고 민주적 운영을 위해, 그리고 종헌‧종법을 준수하기 위해 중앙종회의 종책모임에 대한 관여와 개입을 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앙종회 또한 이를 용인하여서도 안 될 것입니다.

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하여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은 종권의 민주적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기본 전제입니다. 특히 현행 선거법은 종단의 가장 큰 적폐 중의 하나인 금권선거를 척결하고, 공정한 선거를 시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2012년 쇄신 입법입니다. 그러나 마곡사 본사주지 선거를 보면, 선거법과 산중총회법이 무력화되었습니다. 법원에서 조차 판결문을 통해 금권 선거자에 대해 종단 스스로 징계하라고 명시까지 하였지만, 종단은 어떠한 조사나 처벌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마곡사 금권선거에 대한 조사 및 기소를 통해 금권선거에 대한 엄벌의 의지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금년 10월에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있습니다. 종단의 대표자로서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책임이 주어져 있는 총무원장스님이 제35대 총무원장선거에 특정 후보자를 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우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 총무원장과 집행부는 종헌 종법에 따라 선거에 대한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사회적 기준과 상식에 맞는 종단 운영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문제 해결을 폭력에 의존하는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총무원청사 내에서 스님을 폭행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 유린은 매우 심각한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종단의 사과와 조치가 필요합니다.
불교언론은 불교를 홍포하는 중요한 포교지입니다. 지나친 종단 비판과 선정적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종단 또한 일부 비판 언론에 대한 조치가 지나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립과 갈등이 아닌 소통과 대화를 통해 불교 언론의 공정보도 기준과 원칙을 함께 세우고, 건강한 불교 언론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종단의 혼란에 대해 불자들의 걱정을 넘어 사회에서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조계사 일주문 앞이나, 보신각 촛불법회 등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요약 하면, 종도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종단의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운영입니다. 먼저 총무원장스님과 집행부가 귀를 열어 종도들의 요구를 경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종헌․종법의 절차에 따라 해결하려는 의지와 적법한 조치를 보여줄 것을 촉구합니다.
지금의 종단 혼란을 극복하고, 종도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불교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성찰과 자정, 그리고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때입니다. 우리 중앙종회의원 먼저 자기 성찰과 참회를 통해 종단의 자정과 쇄신에 진력하겠습니다. 또한 종도의 대표기관으로 종헌 종법의 수호기관으로서 사부대중만을 보면서 의정활동을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종도의 뜻을 제대로 받들어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 점을 부처님 전에 참회합니다.


불기 2561(2017)년 8월 24 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불교광장 무관 진성 태관 덕산 혜초 환풍 설암 선광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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