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복구 5개월 만에 단청이 박락되는 등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결과 단청·기와·지반이 복구원칙과 달리 시공돼 일부 재시공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숭례문뿐만이 아니다.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 주변정비공사의 경우 문화재 감리업체에 감리를 맡기지 않고 영주시 공무원을 공사감독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바람에 시공업체가 범종각 기단석을 부족하게 시공하는데도 감독을 하지 못하는 등 문화재 원형이 훼손된 일이 적발됐다.

예산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의 경우 소방방재시설의 사각지대가 드러나 보완이 필요한데도 조치 없이 방치하는 등 문화재 보수·정비 및 보존·관리 부문에서 다수의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숭례문 복구사업 △문화재 보수·정비사업 △문화재 보존·관리 3개 분야에 걸쳐 지난해 12월16일부터 올해 2월11일까지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를 점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분야별로 다양한 시정조치를 취했다.

먼저 숭례문 복구사업 분야에서는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채택·적용하거나 현대철물을 사용하는 등 전통기법과 도구로 복구하기로 한 숭례문 복구원칙을 훼손하고 부실시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단청장은 시공과정에서 아교가 흘러내리고 색이 흐리자 사용이 금지된 화학 접착제 아크릴 에멀전(제품명 ‘포리졸’)과 화학안료를 현장에 몰래 반입·사용했다. 이로 인해 접착력이 약한 아교층과 접착력이 강한 화학 접착제가 덧칠돼 발생한 장력 차이로 인해 단청 박락이 발생·심화됐다. 화학접착제 사용으로 3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단청장은 사기 등의 혐의로 3월19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사업의 특수성, 공사의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충분한 고증 및 시험시공 등의 절차를 거쳐 전통기법의 적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가급적 전통기법을 사용하는 등 문화재 복구사업 추진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를 했다”며 “단청공사 및 지반복원 공사를 부실하게 관리한 숭례문 복구단장 등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전통철물 제작사업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단청·지반·기와에 대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시공하도록 통보했으며, 단청공사 등을 부실하게 시공한 시공업체 및 소속 문화재수리기술자, 감리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영업정지·자격정지 등의 제재조치를 하도록 문화재청장 및 서울특별시장 등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화재 보수·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예산 배분 및 선정기준이 불합리함 △고증 및 설계 부실로 문화재 원형 훼손 △설계와 다른 부실시공으로 문화재 훼손 △문화재 보수·정비 민간자본보조사업 시행 부적정 △문화재수리공사 감리제도 운영 부적정 △문화재수리 기술인력 등록 및 경력 관리 부실 △문화재수리기술자 무단 현장이탈 방치를 지적했다.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 보존처리 안하고 주변 정비만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보물 제1211호)’는 ‘2010년 문화재청 정기조사 결과 곰팡이로 인해 보존처리가 필요하다고 조사됐는데도 관할 지자체의 신청이 없었다는 사유로 국고보조금은 지원되지 않은 반면, 관할 지자체에서 위 문화재 소유 사찰의 주변 정비 사업을 국비 지원 대상으로 신청하자 문화재청에서는 건물 개축 및 앞마당 석축복구 등으로 12억여 원을 지원하는 등 예산 배분 및 선정기준의 불합리성을 드러냈다.

감사원은 문화재의 성격·유형에 따라 지원기준을 정하고 보수가 시급한 국가지정문화재를 우선해 국고보조지원 대상으로 신청·선정하도록 관련 지침 등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도록 통보하고, 앞으로 지원대상이 아닌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지 않도록 주의요구를 전달했다.

부석사 무량수전 주변정비공사 ‘재시공 및 보완시공’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주변정비공사의 경우도 범종각, 선녀각, 종무소에 3단 기단을 2단으로 쌓거나 단청 문양에 학, 개구리 등 설계에 없는 문양이 들어가는 등 10가지의 부실시공 내역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영주시장을 대상으로 부석사 무량수전 주변정비공사 중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한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 기준’ 제13장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5절 2. 아.에 따라 시공업체 부담으로 재시공 또는 보완시공 하도록 하고, 앞으로 문화재 보수·정비를 설계와 달리 시공하는 일이 없도록 문화재 보수·정비 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시정 요구했다.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단청공사 ‘보조금 환수’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단청공사의 경우 순천시가 민간자본보조사업으로 추진하면서 2012년 5월16일 ‘남방천왕 및 서방천왕 단청공사’, 2013년 6월24일 ‘북방천왕 및 동방천왕 단청공사’에 보조금 20억 원을 교부결정하고 12월24일 정산 완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수단청업체가 아닌 보존과학업체와 맺은 공사계약서를 그대로 접수해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어겼다. 거기다 과다 산출된 설계 및 준공 정산액 검토가 부적정했던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은 순천시장을 대상으로 자부담 1천222만3천137원 제외한 과다 지급 보조금 1억424만7천72원을 ‘순천시 보조금 관리 조례’ 제17조의 규정에 따라 보조사업자로부터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완주 송광사 북방다문천왕상 보존처리공사 ‘보조금 환수’

완주 송광사 북방다문천왕상 보존처리공사의 경우 준공처리가 부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완주군수를 대상으로 보조금 추가 교부시 사업의 적정성 및 공사 진행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준공처리할 때 과다 계상된 공사 물량을 감액 조치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며 과다 지급된 보조금 5천881만7천262원을 ‘완주군 보조금 관리 조례’ 제18조의 규정에 따라 보조사업자로부터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김제 금산사 벽화보관시설 설계변경 국고보조금 부당처리 관련 공무원 징계

이밖에도 김제 금산사 벽화보관시설 설계변경 업무에 있어서는 문화재 보수·정비사업 지원대상이 아닌 공사 등에 국고보조금이 지급되거나 근거 없이 국고보조금이 추가 교부되는 등 부당하게 처리한 문화재청 담당자 3명을 적발해 ‘국가공무원법’ 제82조의 규정에 따라 징계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보은 법주사 팔상전 지붕공사 ‘하자 진단 후 보수’

보은 법주사 팔상전 지붕공사의 경우 한식 공장제기와를 전통기와로 변경하는 설계변경 과정에서 ‘숭례문 복구 및 성곽복원공사’와 같이 보토층을 보강하는 시공법이 명기됐는지 확인한 후 설계변경을 승인해야 함에도 이에 따란 보토층 보강 시공법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지 않았고, 시공도 기존 한식 공장제기와에 적합한 시공법으로 전통기와를 시공하는 등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 확인됐다. 기와 하부에 시공된 진새에 균열이 발생해 목재 부식이 우려된다는 사실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2013년 12월27일 그대로 준공처리한 것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보은군수에게 하자 정밀 안전진단 시행후 하자보수 방안을 강구할 것을 통보 조치했고, 문화재청장에게는 문화재수리 공사의 기술지도와 설계변경승인 등의 업무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순천 송광사 유물전시관 건립 과다 정산 국고 감액

순천 송광사 유물전시관 건립사업의 경우 사토처리 공사비 등에 1억9천710만4천 원, 보안공사비에 1억6천945만 원, 총 2억140만4만9천 원이 과다 지급되는 등 정산검사에 문제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순천시장을 대상으로 ‘민간자본보조사업에 대한 준공검사를 하면서 실제 사업내용과 다르게 시공되었는데 그대로 준공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준공처리업무를 철저히 하고, 과다 지급된 공사비 2억140만4만9천 원은 보조사업자로 하여금 설계변경 감액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조치했다.

부여 대조사 구 대웅전 해체물 ‘보관 방안 마련’

부여 대조사 대웅전 개축사업 추진의 부적정함도 이번 감사에서 밝혀졌다. 대조사의 구 대웅전 건물은 1927년 임천군 관아 시설 중 객사로 사용됐던 건축물을 고려시대 폐절된 대조사에 이전·건축한 것으로서 보존가치가 크고 역사성이 있어 원형그대로 보존·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것이 감사원 의견이다. 하지만 부여군은 임천군 관아 객사 복원 예산 확보 등 구체적인 복원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제시대 이전 건축된 건물로서 낡고 협소해 사찰 양식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대웅전 신축 사업을 시행했다. 구 대웅전 해체물은 임천군 관아 객사 복원 시 활용하고자 임천군 면사무소 인근에 위한 가설창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부재 위치 등을 구분해 도면에 기록하지 않아 방치된 상태다.

감사원은 부여군수에게 구체적인 복원계획 없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해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향후 임천군 관아 객사 복원 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부여 대조사 구 대웅전 해체물 보관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치했다.

충남도청, 서산시청에 도지정문화재 주기적 점검 요구

충청남도 서산시에 대해서는 도지정문화재인 문수사 극락보전, 익락사 명부전, 해월사, 홍성군 한용운 생가지, 영랑사 대웅전, 예산 이응노선생 사적지 등 방재설비 점검 및 관리부실의 책임을 물어 주기적인 방재설비 점검과 그에 따른 보수 관리를 신속하게 처리할 방안 마련을 조치했다.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