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전국본말사주지결의대회 포스터.

조계종이 뿔났다. 수행과 기도의 도량이 관광지로 전락하고 유흥장의 일부처럼 변질돼도 국민들의 휴식문화와 전통문화 계승를 위해 견뎌왔던 조계종이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관광지와 유흥지처럼 전락하는 수행도량의 종교기능 회복과 한국 전통문화 보루이자 문화유산지역으로서의 사찰 경내지 보전을 위해 ‘조계종 전국본말사주지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를 봉행한다.

7월 2일 오전 11시 불보종찰 양산 통도사에서 봉행될 결의대회에는 지관 총무원장 스님과 보선 중앙종회의장 스님, 법등 호계원장 스님 등 중앙종무기관 소임자와 전국 25개 본사주지, 말사 주지 등 1,500여명의 스님들과 1,000여명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로 치러진다.

조계종은 결의대회를 통해 지난 40여 년간 지속된 정부의 일방적인 공원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사찰을 수행과 문화유산의 공간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계종 대변인 장적 스님(총무원 기획실장 겸 문화유산지역 보전 추진위 집행위원장)은 공식 자료로 입장을 밝혔다. 장적 대변인 스님은 “정부가 10년마다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 공원 구역 조정에 있어서 조계종은 철저히 소외돼 왔다”며 “이번 기회에 공원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확실하게 보전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적 스님은 사찰 경내지가 자연공원에서 해제돼야 하는 대표적 이유 10가지를 밝혔다. 장적 스님은 “자연공원은 법률적인 각종 행위제한을 통해 사찰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밝혔다.

장적 스님은 또 국립공원 등 각종 공원에 있는 사찰 경내지 소유자인 “사찰의 뜻을 배제하고 환경부가 독자적인 공원계획을 수립하여 각종 건조물과 시설을 설치하거나 등산로를 개설하면서 사찰 토지를 사용하며, 일반에 강제 개방함으로써 사찰의 소유권을 빼앗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스님은 “방대한 사찰소유 토지를 약 40년 동안 자연공원으로 묶어두고 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하면서도 어떠한 보상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적 스님은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 지역의 종교, 문화, 역사성 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자연생태가치로만 적용하는 자연공원제도는 또 다른 종교차별이자 문화말살정책”이라고 진단하고 “자연공원법에 의한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이라는 명칭은 기만적이며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장적 스님은 자연공원법에 의한 제한에 국한하지 않았다. 스님은 사찰에 대해 자연공원법 은 “과거부터 적용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보존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전사법)’ 등과 상호입법 취지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장적 스님의 말은 사찰은 이미 문화재보호법과 전사법 등에 의해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공원법은 사찰의 종교행위를 위한 일상적 행위마저 이중 삼중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스님들의 불편한 속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장적 스님은 “사찰 경내지와 사찰림을 자연공원으로 지정 운영함으로써 오히려 자연환경을 더욱 훼손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환경부는 산림에 대한 전문성 결여로 방대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장적 스님은 이번 결의대회를 여는 것은 “올해가 10년마다 국립공원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공원지역의 편입과 해제를 결정하는 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의대회는 명고와 명종을 시작으로 개회, 삼귀의례,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정우 통도사 주지스님의 고불문과 지관 총무원장 스님의 법어, 장적 스님의 경과보고, 원학 문화유산지역 보전 추진위 추진위원장 스님의 대회사, 주제연설과 대회사, 보선 중앙종회 의장 스님의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발원문, 노현 법주사 주지스님의 선창으로 결의문이 봉독된다. 또 법만 선운사 주지 스님이 실천활동 계획을 발표하고 참석 대중이 이를 채택할 예정이다.

또 결의대회에 앞서 7월1일 열리는 본말사 주지연수에서도 △한국사회의 종교지형과 불교의 과제 △개신교의 국가복음화전략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연공원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대안 등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이번 결의대회와 본말사 주지연수는 통합종단 출범이후 1,500여명의 스님들이 사찰에서 대정부 현안 관련 연수와 결의대회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조계종이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전환과 결단을 촉구하는 의지를 짐작케 한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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