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찰 곳곳이 정부의 잘못된 공원정책에 피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계종이 6월 19일부터 4일간 전국 20여 개 사찰을 대상으로 정부의 공원정책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공원 구역 내 대부분의 사찰이 무책임한 방치와 문화유산적 관점 미비로 종교행위마저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일부 사찰은 정부 정책으로 ‘종교성지’가 관광유흥지로 전락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 해인사 문화재구역에서 등산객들이 버젓이 취식행위를 하는 모습.


문화재 보유사찰도 안내판 없어

상당수의 사찰이 표지판 하나 제대로 설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야산국립공원이 지정된 법보종찰 합천 해인사는 ‘문화유산지역’이 아닌 국립공원 등산로 주변에 안내판이 설치돼 사찰의 기본적인 안내조차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서울 화계사는 사찰이 설치한 안내판을 해당 지자체가 강제철거 요청이 있었다. 진관사, 승가사, 금선사, 문수사, 화계사 등 북한산 국립공원 구역의 사찰 대부분이 안내판이 없거나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통영 도시공원의 용화사는 통영의 대표 사찰이지만 초입 표지판이 없었다. 박경리 묘소 초입에 안내 이정표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당수 국가지정문화재 보유사찰 조차 안내판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환경부 전문성 결여로 사찰림 방치·훼손

사찰림 방치와 훼손도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산·속리산·팔공산·가야산 등 상당수 국립공원 내 사찰림이 관리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진관사의 홍송이 죽어가고, 도선사는 숲과 전각의 이격거리가 짧아 화재가 나면 전각이 소실될 위험성이 컸다. 법주사는 사찰림 관리를 취해 벌목을 신청했으나 불허 당했고, 은해사는 사찰이 인력과 예산 투입해 관리중이다. 공원과 지자체의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는 조계종의 “사찰 경내지와 사찰림을 자연공원으로 지정 운영함으로써 오히려 자연환경을 더욱 훼손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환경부는 산림에 대한 전문성 결여로 방대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 통영 용화사 뒤 케이블카. 국민의 정신적 위안의 보루인 수행처가 유흥시설로 둘러싸여 병든다. 수행환경 침해는 도를 넘어섰다.

문화재 구역에 콘도·케이블카 무분별 설치


문화유산 지역 지정 요청은 당연해 보인다. 진관사 계곡의 대자암 터는 방치돼 보존 작업이 시급했다. 서울 금선사는 국립공원의 생태관광 안내에 밀려 사찰문화유산 안내는 뒷전으로 밀렸다. 화엄사는 진입로 입구에 대규모 콘도가 들어서 사찰수행환경이 위협받고 관광지와 유흥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통영 용화사는 케이블카 로프가 훤히 보일 만큼 사찰 환경 부조화가 심각했다. 해인사 약사여래마애불과 석조여래입상은 등산객의 무분별한 접근으로 훼손위기에 처해있다. 문화재보호구역에서 등산객의 취식 행위로 문화재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도 신경쓰지 않는다.  사찰이 나서 식사행위가 불법이며,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애쓰지만 등산객들은 관심도 없다. 스님들이 밥도 못먹게 한다며 대들기 일쑤이다.

등산객으로 화장실 용량 초과·쓰레기 골머리

실생활에서의 불편도 막대하다. 관광객과 등산객들로 인해 사찰화장실이 공용 화장실화 되면서 용량을 초과해 사찰이 비용을 들여 처리하고 있고, 등산객들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선사와 도선사, 화엄사가 대표적이다. 태풍으로 사찰이 피해 입어도 지원받지 못하고(통영 미래사), 홍수방지를 위한 벌목도 안 된다.(보은 법주사) 정부주도 개발에 송전탑과 케이블카가 설치되고(통영 미래사, 대구 선본사), 일방적인 관리 주체 변경으로 시설물이 방치되고(경주 국립공원), 야영장이 들어서도(합천 해인사) 피해는 사찰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 서울 진관사 계곡. 사찰계곡은 여름이면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진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행환경도 문화유산 보호도 말 뿐인 국립공원 정책의 단면이다.

단란주점·노점상 난립, 유흥지화 심각


수행환경 훼손은 모든 사찰의 공통적 피해이다. 대부분 공원지역이 대표 관광지이고 유흥지로 변질된 탓에 사찰은 고성방가와 음주가무에 휘둘린다. 사찰 진입로에 식당이 불법영업행위를 해도 막지 못하고(서울 진관사), 개인 농원이 사찰사유지를 침범해도 지자체는 나 몰라라 하기 일쑤이다.(통영 미래사) 노점상이 난립하고(대구 선본사, 영천 은해사), 퇴폐향락업체인 단란주점 등 유흥장이 들어서고 문화재 구역 안에서 등산객이 취식행위를 해도 수수방관이다.(합천 해인사 등)

붕괴석축 수리하다 고발당해

사찰은 헌법이 정한 종교의 자유 대상에서 멀어져 있어 보인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석축을 불법건축물로 고발당하고, 납골시설 인허가는 대부분 불이익을 받고, 종무소를 다른 당우로 용도 변경해도 고발당하는 게 현실이다.(서울 금선사) 기단과 석축이 무너져 보수하려해도 규제받고, 수목장 운영도 못하고(경주 기림사), 절을 찾는 신도들이 출입을 통제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영천 은해사) 문화재보호법, 전통사찰보존법, 도시공원법, 공원관리법 등에 이중 삼중으로 규제받는 차별은 전국 사찰의 말 못하는 고민이다.

조계종 대변인 장적 스님(기획실장)은 “종단 20여 사찰만 조사해도 피해사례가 끝이 없는 데 전체 사찰을 조사하면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했다. 장적 스님은 “종교 성지이자 국민들의 정신적 휴식처인 사찰이 하루 속히 공원 지역에서 해제 돼 ‘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적 스님은 더불어 “7월 2일 통도사에서 열리는 본말사 주지대회에서 1500여 스님들의 의지를 모아 정부의 잘못된 공원 정책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의대회는 통합종단 출범이후 1,500여명의 스님들이 사찰에서 대정부 현안 관련 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조계종이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전환과 결단을 촉구하는 의지를 짐작케 한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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