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배병태 사무국장이 27일 도선사 신도들의 '사랑의교회 예배당 신축 의혹 감사청구' 서명을 받고 있다.

9월의 음력 초하루, 삼각산 도선사(주지 혜자스님)는 매우 붐볐다. 뜨거운 가을볕을 맞으며 많은 신도들이 초하루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내를 오고가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문을 들어선 후 사찰 도량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신도들에게 “공공부지를 특정 교회가 불법으로 점용했다”면서 서명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크게 외치지도 않았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의 배병태 사무국장과 김남은 간사가 그들이었다. 지난 3월 서초구청 및 서울시는 국민의 공동재산인 서초구 도로부지 지하에 사랑의교회 예배당 신축 허가를 내준 바 있다. 공공도로의 지하에 종교시설이 들어선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례가 없던 일. 대한민국 건축사상 초유의 ‘사적 용도’의 공공도로지하점용 허가에 대하여 감사원에 정식으로 감사청구를 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던 것이다.

많은 신도들이 두 사람의 권유에 화답하고 서명을 해주고 있었다. 서초구 서초3동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보살님은 서명을 마친 후 “우리 동네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이 공사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어떻게 지하철역 출구까지 교회의 부지로 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지하예배당 설계도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의 기존 서초역 3, 4번 출입구는 폐지될 예정이며 그 통행로는 교회부지로 잡혀 있다.

종자연 배병태 사무국장은 “이번 서명운동은 불교 신자로서 교회권력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사회의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사무국장은 “물론 불교계에서 서명운동에 가장 큰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이것이 종교간 갈등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은 사랑의교회라는 특정 개신교 교회의 문제라기보다는, 종교와 권력이 결탁했을 때 발생하는 권력형 유착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교계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한불교청년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을 비롯해 사회 각계의 25개 종교 ‧ 시민단체들은 지난 8월 18일 ‘사랑의교회 신축 관련 서초구청의 건축허가와 서울시의 도시계획변경에 대한 감사청구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다음은 종자연 배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서명운동의 진행상황을 좀 알려주시지요.

▲ 종자연 배병태 사무국장
“본래 9월 20일까지 10만 명을 받는 것이 저희의 목표였어요. 하지만 추석 연휴도 껴 있고 해서, 아직까지 서명 인원은 3만 명을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감사청구는 최소 300명의 서명 인원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서명 목표를 높게 잡았던 건 이번 사안에 대해서 서울시민들의 열망이 어떤지를 감사원이 알려주려는 의도였지요. 9월 30일까지 조계사와 봉은사 등 서울 주요 사찰들과 거리에서, 또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연휴에는 관악산 연주암 등지에서도 서명을 받을 계획입니다. 우편으로는 10월 7일까지 서명을 받게 됩니다.”

△ 현재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 예배당 신축은 계속되고 있지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서초구에 거주하는 몇몇 지역 주민 분들이 이번 운동에 동참하면서, 지난 6월에 직접 서초구청과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요. 며칠 전인 21일에 그 2차 재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초구청과 서울시 측은 여전히 모든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건축허가를 내주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가장 막막한 부분이죠. 심지어 이번 예배당 신축을 위해 도시계획을 급히 변경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참여 위원 명단과 회의록조차 전혀 비공개인 상황입니다. 이런 게 감사청구가 이뤄지면 확인이 가능한 사항들이에요. 행정소송 2차 재판의 선고는 10월 14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저희는 그 결과를 지켜보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입니다.”

△ 감사청구 서명이 목표치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조계사, 봉은사 등 주요 사찰들을 위주로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서명을 받을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서명 양식이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적어야 하다 보니, 시민들도 생각보다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명용지에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입니다. 개인의 신분 확인을 가능케 해주는 다른 수단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향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병행하려고 합니다.”

△ 특히 이번 사랑의교회의 새 지하예배당 건축에 대해서는 서초구 지역의 교회들도 함께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서초구 지역의 교회협의회,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 등 개신교 단체들과 가톨릭환경연대, 우리신학연구소 등 가톨릭 단체들도 저희와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본래는 이 단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려 했는데 여의치가 못했지요. 저희 종자연이 일단 이번 감사청구 운동의 전체적인 책임과 조율을 맡은 만큼 개신교 ‧ 천주교에서 보내오는 서명용지들을 취합하고 검토하는 중입니다.”

△ 이번에 감사청구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제로 사랑의교회 예배당 신축이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나요?

“물론, 이미 절반 이상이 진행된 공사가 아예 중단될 가능성은 적겠죠. 그러나 저희의 감사청구 운동에는 두 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여름부터 계속된 저희의 이러한 지속적인 ‘액션’을 통해서 사회의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그것이 사랑의교회와 서울시, 서초구청 측에 분명한 압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확인된 바로는, 본래 교회부지로 편입되었던 서초구 지하철역의 통행로와 출입구를 다시 시민들의 공공부지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공사를 허가해주고 시행하는 당사자들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건은 사랑의교회라는 특정 교회의 문제를 넘어서 ‘정(政)-교(敎) 유착’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측면입니다. 작년에 사랑의교회 예배당 공공부지 점용을 허가해주기 위하여, 서울시와 서초구청 측이 거의 짜맞추다시피 법망을 피해서 서둘러 신축을 허가해준 사태는 상식적 ‧ 합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요. 권력형 특혜 의혹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이 공사는 2012년 12월 완공 예정인데,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의 퇴임 시점과 같아요. 사랑의교회 측에선 지금도 매일 밤마다 공사를 서두르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공사는 분명히 종교와 정부권력이 결탁해 저지른 위법적 ‧ 불법적 건축 허가였다는 사실을 더 많은 국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향후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교훈’의 차원이기도 하지요.”

- 박성열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