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선암사 전경. <사진=문화재청>

순천 선암사를 앞으로 40년간 태고종이 관리하고, 이후 조계종이 관리하는 조정안이 제시됐다.

광주고등법원 제1민사부(수명법관 김성주)는 ‘태고종 선암사’가 ‘조계종 선암사’를 상대로 낸 ‘선암사 등기명의인 표시 변경 등기 말소’ 항소심에서 양측에 강제조정 결정을 통보했다.

법원은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40년간 선암사 관리권이 태고종에 있으며, 이후부터는 조계종이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뒤 관리권을 가진 조계종은 선암사에 설치된 ‘한국불교태고종 교육기관인 승가대학’을 존치하고 관리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될 당시 원고(태고종 선암사) 승적에 오른 태고종 소속 승려들의 수행과 거주를 보장해야 한다. 산내말사인 대승암, 대각암, 운수암, 청련암, 향로암 등과 산외말사인 향림사, 도선암 관리권은 태고종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화해권고는 어느 한쪽이든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이 속개된다. 이번 화해권고 결정은 조계종과 태고종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으로 보인다. 태고종 측은 1심 판결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고, 조계종은 종단 정체성까지 부정되는 사건으로 보고 ‘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했다. 또 종단 수장까지 나서 광주에서 선암사 수호 결의법회까지 연 조계종이 태고종 소유권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순천 선암사 소유권 분쟁은 조계종의 정통성·정체성의 문제여서 ‘합의’가 어렵다. 그동안 조계종은 “1700년 한국불교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고, 부동산 등 사찰 재산을 국가 법률에 의해 승계해 소유하고 관리하는 유일무이한 종단”이라고 자임해 왔다. 또 “승단은 국가가 아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교단이며, 한반도 내의 전래의 전통사찰과 승려, 신도를 동일한 종헌·종법으로 규율하는 종단”이라고 규정해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확보한 유일한 종단으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14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형연)는 ‘태고종 선암사(원고)’ 측이 ‘조계종 선암사(주의적 피고)’ 를 상대로 낸 ‘등기명의인 표시 변경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태고종 선암사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선암사와 승주읍 죽학리 사사지 8,086평, 죽학리 임야 등을 조계종 선암사로 등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선암사 등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는 원고(태고종)라고 할 것이므로 주의적 피고(조계종)는 태고종에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은 삼국시대 창건돼 면면히 역사를 이어온 선암사의 소유권을 대처승이 중심이 돼 창립한 ‘한국불교태고종’에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불법(佛法)에 대처 없다’는 조계종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부정된 것과 다르지 않다.

광주고법의 화해권고 내용은 40년 이후 조계종에 선암사 관리권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현재 태고종 소속 승려들의 수행과 교육을 보장해야 하고, 태고종단이 설치한 교육시설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40년 후에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계속 유지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계종과 태고종이 선암사라는 사찰에서 공존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선암사와 관련된 말사의 소유권을 태고종에 있다고 인정한 것이어서 이 같은 내용이 2심 판결로 이어질 경우 선암사의 소유권을 회복하려는 계획은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순천 선암사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불교정화의 근본적인 인식마저 흔들어 놓고 있어 양 종단의 대응 관심이다.

※ 이 기사는 제휴 매체인 <불교닷컴>이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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