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력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참회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학력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설정 스님은 8일 오전 자신이 주석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본사 수덕사에서 불교신문 · 현대불교신문 · BBS불교방송 · BTN 불교텔레비전 · 법보신문 등 5개 언론사만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서울대 학력 위조 및 총무원장 출마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서울대 입학과 졸업 사실이 없음을 시인한 뒤 대신 1976년 졸업한 것으로 기재된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 졸업증명서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설정 스님은 “저는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있다”며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한 점, 그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게 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 설정 스님이 수덕사 행사 때 법문하는 모습(2009년 불교저널 DB)

스님은 “검정고시를 통해 당시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했다”면서 “방통대 농학과는 수원에 위치한 서울대 농대 캠퍼스에서 한 학기에 20일 가량 수업이 진행됐고 그곳에서 시험도 치렀고 졸업식도 진행됐다”고 했다. 스님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이 ‘서울대 졸업생’으로 와전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설정 스님의 이 같은 해명을 놓고 ‘어른스럽지 못한 비겁한 변명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정 스님은 그간 각종 언론에서 서울대 학력을 사실화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없었다. 1994년 11월 중앙종회 의장에 당선되고 난 직후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서울대 졸업이라고 기사화됐으나 종단의 공인으로서 이를 바로 잡으려는 조치가 없었던 것도 정직하지 못한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설정 스님은 자신이 재단법인 선학원 분원인 대전 심광사 주지로 부임할 당시인 1989년 사무국에 제출한 이력서에 1974년 2월 서울대 농과대학 수료라고 기재했다. 자필로 된 이력서다.<사진> 이에 대해 본지는 2014년 7월 이를 확인하는 공문을 두 차례에 걸쳐 발송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 설정 스님이 선학원 사무국에 제출한 1989년 자필 이력서.1974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료로 기재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10월 12일 치러지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지난 60년간 종단의 주요 소임을 맡고 수행해 오면서 어떤 것이 수행자로 바른 삶인지 고민해 왔다”면서 “최근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국불교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부대중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망 받는 종단을 만드는데 남은 삶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교계매체가 보도한 학력위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총무원장 출마 선언 취지가 또 다른 불신과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매주 목요일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는 한 교계 인사는 “과거 학력문제가 도덕적인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며 “종단의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학력을 속인 전과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이 인사는 “덕숭총림 방장과 원로의원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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