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일 열린 전강식에서 한북 스님이 지안 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고 있다.

전강(傳講)은 부처님의 가르침〔敎〕을 스승이 제자에게 이어주는 승가의 전통의식이다. 전강을 통해 한국불교는 불조의 혜명을 잇고 불교가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제(12월 19일)와 어제 일부 교계 매체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대강백 중 한 명인 지안 스님이 전강 제자 중 한 명인 한북 스님에게 전강한 것을 취소했다는 기사였다. 지난 12월 3일 지안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통도사 반야암에서 금강, 명오, 대진 스님과 함께 한북 스님에게 각송(覺松)이라는 법호를 내리며 전강한지 보름 남짓한 시간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불교신문>에 따르면 지안 스님은 “‘한북 스님이 선학원에서 주요 소임을 맡아 활동한다는 사실과 선학원 임원에 대한 징계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하고, ‘최근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한북 스님에게 전강 취소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불교신문>은 이어 “이번 결정이 전강식 이후 전국비구니회와 종회의원이 종회 사무처를 비롯한 종단 여러 부서에 항의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불교닷컴>도 <불교신문> 보도를 인용해 이런 사실을 보도했다.

<불교신문>의 보도로 전강 취소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조 홍인 조사는 남쪽의 오랑캐인 방앗간 행자에게 법을 전수했다.”며, “선학원이라서 강맥 전수를 취소케 한다면 조계종 집행부는 종단의 근본인 육조 혜능도 부정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불교닷컴>도 <불교신문>을 인용해 전강 취소 사실을 전하며 “지안 스님의 전강 취소 결정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검은 손’이 작동했다”는 복수의 통도사 스님 말을 전했다.

한 불자 네티즌은 “참 존경하던 스님이 그러니 더 할 말이 없다”고 지안 스님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두 매체의 보도만 보면 전강 취소는 지안 스님 본인의 의사로 결정된 일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전강 스승 지안 스님과 전강 제자 한북 스님의 입장은 두 매체 보도와 사뭇 달랐다.

지안 스님은 2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북 스님이 종단으로부터 멸빈된 것을 전강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스님이 전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한북 스님이 조계종으로부터 멸빈 당한 사실을 고하며 “‘전강을 받으면 스님에게 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한북 스님이 선학원 소임자인 것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강식 이후 주변에서 들은 것처럼 주요 소임자로서 선학원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한북 스님의 입장도 비슷하다. “스승과 관련된 일이어서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는 스님은 “전강식 이전에 지안 스님을 찾아뵙고 멸빈 상태라 누가 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나는 끝까지 전강 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승에 대한 도리도 있고, 다른 제자들에게 전강이 늦어지기도 해서 마지 못 해 받았다”고 말했다.

전강 스승과 제자의 입장이 이런데도 왜 지안 스님이 전강 이후에 선학원 주요 소임자로서 활동한 사실과 조계종 징계 사실을 알고 전강을 취소했다고 보도된 것일까? 두 스님의 말을 종합하면 그 과정은 이렇다.

전강 이후 지안 스님은 <불교신문> 기자로부터 몇 차례 전화를 받았다. “분종을 획책하고 있어 선학원과 조계종 관계가 좋지 않다. 그런데 선학원 임원에게 전강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있다. 그러니 전강을 취소했다고 기사를 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지안 스님은 “한 번 생각해 보자” 하고 대답을 미뤘는데, 한 주가량 지난 뒤 다시 “‘기사를 내는 것이 일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전화했다”는 것이다. 지안 스님이 “꼭 그렇게 해야만 하겠느냐”고 통화하다가 “‘그러면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안 스님은 “‘조계종 승가고시위원장으로서 내용도 모르고 전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변명할 수 없고,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했다’ 할 수밖에 없다”며, “한북 스님이 나한테 배운 것이 사실이고, 내가 가르친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한북 스님의 실력을 인정해서 전강했고, 전강이라는 것이 종단의 공식적인 채널이기보다 개인적으로 가르치고 배운 인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치적인 문제로 전강이 논란이 되는 일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북 스님이 멸빈됐다 하더라도 순수한 뜻에서 전강하는 것이니 문제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논란이 생기니 전강한 입장에서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노학승의 말을 들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승가의 전통마저 흔들리는 한국불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