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강백 요산 지안 스님이 3일 반야암에서 열린 전강식에서 설창 금강, 각송 한북, 석련 명오, 문해 대진 스님에게 강맥을 전했다. 지안 스님이 한북 스님에게 전법게를 전하고 있다.

산맥은 산들의 어버이다. 산맥이 좋으면 산은 수려하기 마련이다. 산맥은 작은 산을 품어 안고, 그곳에 깃든 생명들을 풍성하게 길러낸다. 선맥(禪脈), 강맥(講脈), 율맥(律脈) 또한 마찬가지다. 불조의 혜명을 잇고 불교가 융성해질 수 있도록 부처님의 마음과 가르침, 실천을 면면히 이어가는 것은 출가사문의 본분이자 역할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대강백 요산 지안(樂山 志安) 스님이 선대 스님으로부터 이어받은 강맥을 전하는 ‘강맥전수전강식(講脈傳授傳講式)’이 12월 3일 오전 11시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양산 통도사 반야암에서 봉행됐다.

이날 지안 스님은 2006년 7명, 2008년 3명 등 두 차례 10명에게 강맥을 전한 뒤 8년 만에 다시 설창 금강(雪窓 金剛), 각송 한북(覺松 漢北), 석련 명오(石蓮 明悟), 문해 대진(文海 大眞) 네 스님에게 강맥을 전했다.

백파 긍선(白坡 亘璇)에서 설두 유형(雪竇 有炯) - 설유 처명(雪乳 處明) - 한암 영호(漢永 暎湖) - 운허 용하(耘虛 龍夏) - 월운 해룡(月雲 海龍) - 요산 지안으로 이어져온 강맥이다.

이날 전강식에서 전강 제자들은 금강 스님이 봉독한 고불문을 통해 “종론(宗論)에 종횡(縱橫)하였던 선대 대강백 스님들 한 분 한 분을 귀감으로 삼아 경전을 깊이 이해하고 그 깊은 뜻을 이끌어 내겠다”고 고했다. 전강제자들은 이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 끊임없이 정진하라.’ 하신 요산 지안 큰스님의 고구정녕(苦口丁寧)한 말씀을 각골난망(刻骨難忘)하여 안으로는 자신의 깨달음을 구하고 밖으로는 중생을 이익케 하는 데 한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이어 법상에 오른 지안 스님은 전강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법호(法號)와 전법게(轉法偈)를 내리고 영인본 사교 한 질씩을 안겼다.

지안 스님은 훈화를 통해 “불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계속 전해가는 일”이라며, “종지(宗旨)를 떠받들고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가라〔扶宗樹敎〕”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강맥을 전수 받으면 후대의 제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인연이 생기는 것”이라며, “강맥이 끊어지지 않고 만대에 유전·계승해 불법이 더욱 융성해질 수 있도록 불자로서 본분을 자각하고 불법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구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선지 스님은 축사에서 “오늘 강맥을 전해 받는 네 분 스님은 우리 종단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마강법약(魔强法弱)의 시대에 정법의 횃불을 드날릴 수 있도록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김천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은 격려사에서 “전강해 줄 만한 어른이 있고, 그 어른으로부터 전강 받을 만한 수행자가 있다는 것은 복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전강 제자 여러분의 발자취가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고, 여러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든 사람들의 사표가 될 수 있도록 묵묵히 걸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전강 제자들은 대진 스님이 봉독한 ‘입지 발원문’에서 “요산 지안 대강백의 줄탁동시(啐啄同時)하는 전강제자답게 ‘계율은 마음의 도둑을 잡는 것이요, 선정은 마음의 도둑을 묶는 것이며, 지혜는 마음의 도둑을 죽이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 그 무엇도 빠짐없이 수행하기를, 삼처전심(三處傳心)을 통해 심법(心法)을 계승한 가섭 존자가 왕사성 결집을 주재하였던 마음처럼, 지계 제일의 우바리 존자가 계율을 암송하였던 마음처럼 지극하게 하소서”라고 서원했다.

이어 “전강 제자들이 불법을 전함에 있어 원전에 충실하되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수연(隨緣)하고 처세(處世)할 수 있게 하시고, 그 가르침을 듣는 이의 근기에 따라 대기설법(對機說法)을 할 수 있게 하소서”라며, “전강제자들이 미래 한국불교의 당간이 되고 나아가서는 《화엄경》의 경구대로 온갖 꽃이 어우러져서 화장세계(華藏世界)를 이루듯 우리 사는 사바가 일화(一花)로 피어나는데 보탬이 되게 하소서”라고 발원했다.

이날 지안 스님으로부터 전강한 금강 스님은 1985년 해인사에서 지운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88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95년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해남 미황사 주지 소임을 보며 포교와 교육불사에 매진하고 있다.

한북 스님은 1989년 백양사에서 시몽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94년 범어사에서 일타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2005년부터 3년간 조계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에서 경전을 연찬했다. 현재 선학원 교무이사와 대구 보성선원 주지 소임을 보고 있다.

명오 스님은 1994년 정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동학사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6년 호주 시드니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 조계종립 은해사승가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대진 스님은 1997년 금산사에서 도영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2002년 직지사에서 범룡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2005년부터 3년간 조계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에서 경학을 연찬한 후 동화사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이날 전강식에는 전강하는 지안 스님과 전강제자 금강, 한북, 명오, 대진 스님 외에 전 김천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 대구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선지 스님, 지안 스님 전강제자 도산 스님, 김천 청암사승가대학 학장 지형 스님, 청암사 주지 상덕 스님, 해남 미황사와 대구 보성선원, 김해 바라밀선원, 양산 통도사 반야암 신도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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