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항, 왜 무엇이 문제인가 ①

조계종이 선학원과의 2002년 합의를 깨고 <법인법>, <법인관리법>을 제정하여 이사를 파견하는 등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서자 선학원 이사회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임원 전원이 제적원을 제출하였다. 이에 조계종에서는 제적원을 낸 임원 중 이사장 법진 스님을 1차로 멸빈시켰고, 2차로 총무이사 송운 스님, 교무이사 정덕 스님, 이사 한북 스님에 대해 멸빈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나머지 임원에 대해서는 어떤 징계처분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저널 편집인을 겸한 한북 스님이 문제의 핵심인 <법인관리법>을 상세하게 분석하였다. 본지에서는 한북 스님의 글을 몇 번에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문제가 되는 <법인관리법>의 온전한 이름은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이 탄생하기 전에는 2013년 3월 20일 제정된 <법인법>이 있었으나 이 법이 제정ㆍ공포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되었다. 2014년 6월 25일 제정된 <법인관리법>은 11월 17일 한 차례 개정되었다. 과거 <법인법>의 전력을 보면 얼마나 더 개정 또는 대체입법될지 그 운명을 아무도 알 수 없다.
<법인관리법>은 2장 25조, 2개의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총칙’, 제2장은 ‘법인에 대한 종단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1조는 목적을 제시하는 조항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 1 조 (목적) 이 법은 종헌 제9조에 의거하여 법인의 종단적 관리와 지원, 제한과 규제 등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규정하여, 법인의 종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고하고 전법교화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법인관리법>)

이 조항에서 “법인의 종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고”한다고 고상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쉽게 말하면 종단의

▲ 한북스님
소유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법이고 통제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또 “전법교화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으나 전법교화는커녕 평지풍파를 일으켜 종단과 재단을 반목하게 하고 갈등을 조장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니 이 문구는 별 의미 없는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불과하다.

 종헌 제9조 3항 종단 관장하 명기 않으면
 일체의 종무직 취임 불허, 도제엔 교육혜텍 제한

여기서 언급된 <종헌> 제9조를 살펴보면, 제1항은 승려의 정의를 규정한 조항이고 제2항은 군법사에 대한 규정이었으나 2009년에 삭제되었다. 문제의 핵심인 제3항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③ 본종의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 반드시 종단에 그 사암(재산)을 등록하여야 하며 법인을 설립했을 때는 그 정관에 당해 법인이 본종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여야 한다. 본종 승려로서 종단에 등록하지 않은 사설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과 정관상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시하지 않은 법인의 임직원 및 법인 산하 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은 다음과 같이 그 권한을 제한한다.
가. 종단 종무원법상의 일체의 종무직에 취임할 수 없다.
나. 종단 산하 교육기관 및 포교기관의 교직, 포교사와 임직원에 취임할 수 없다.
다. 종단 각종 위원회의 위원에 취임할 수 없다.
라. 해당 승려의 도제는 본종의 교육기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종헌> 제9조)

<종헌>에서 “법인을 설립했을 때는 그 정관에 당해 법인이 본종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이 <법인관리법>은 조계종이 법인의 정관에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조계종의 승려가 “정관상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시하지 않은 법인의 임직원 및 법인 산하 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에 해당된다면 그 권한을 제한하게 되며 제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종단 종무원법상의 일체의 종무직에 취임할 수 없다.(<종헌> 제9조)

<종무원법> 제3조에서는 종무원의 정의를 언급하고 있다. 종무원은 교역직과 일반직, 특수직, 잡무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중 교역직은 종단에 복무하는 스님을, 일반직과 잡무직은 종단에 봉직하는 재가자를 말한다. <종무원법>에서 규정하는 종무원은 다음과 같다.

② 교역직 종무원은 아래와 같다.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및 호계위원, 법규위원, 계단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고시위원, 소청심사위원, 종헌종법에서 규정한 각 위원회 위원, 총무원 종무위원, 교육원 종무위원, 포교원 종무위원, 종정예경실장, 원로회의 사무처장, 중앙종회 사무처장, 총무원장 사서실장, 해외포교사, 본사주지, 부주지 및 본사 국장, 말사주지 및 과장, 본말사 주요 소임자(노전, 지전, 원주 등), 승가대학 임직원 및 교수, 강사, 기타 본종 교육기관의 교역자, 종립교육재단에 파견한 법인체의 이사, 감사, 종립교육기관에 봉직하는 교수, 직원, 종립학교 교법사, 종단 및 사찰 기관지의 책임자, 부속기관과 부속시설의 책임자 및 종사자, 종단에서 출연한 사회복지원 및 방송 언론기관에 봉직하는 임직원(<종무원법> 제3조)

총무원장부터 말사 부전에 이르기까지 소임을 띠고 있다면 모두 종무원에 해당된다. 등록되지 않은 법인의 구성원, 예를 들어 선학원의 이사나 감사, 각 분원의 창건주와 분원장이라면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추어져 있더라도 조계종의 교육기관에서는 강의조차 할 수 없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말사 부전 자리도 하나 차지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출가자 수 급감하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
 연좌제 적용도 문제, 인재불사에도 역행

종정과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에 대해서는 종무원으로 분류해 두지 않았으니 도전해 볼 만하지만 종정은 원로회의 의원, 총무원장, 호계원장과 중앙종회의장이 추대하게 되어 있고, 원로회의 의원은 중앙종회의 추천에 의하여 원로회의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니 그런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게 좋겠다.

나. 종단 산하 교육기관 및 포교기관의 교직, 포교사와 임직원에 취임할 수 없다.
다. 종단 각종 위원회의 위원에 취임할 수 없다.(<종헌> 제9조)

문제는 포교기관의 포교사와 임직원도 취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가 타종교에 비해 전법을 위한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므로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전심전력을 기울여도 열세를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등록하지 않는 법인의 스님들은 조계종의 포교기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종헌>의 이 조항을 좀 심하게 해석한다면 법인을 관장하기 위해서라면 포교는 안 해도 상관없다는 말과 같다. 종단 산하 교육기관의 교직에도 취임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종단의 각종 위원회의 위원에도 취임할 수 없도록 하였는데 ‘종단 각종 위원회의 위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교육과 피교육에 관해서도 제한을 두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바로 뒤에서 언급하겠다.

라. 해당 승려의 도제는 본종의 교육기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종헌> 제9조)

불교가 사회적 지도력을 갖추려면 승려 수준의 향상은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출가자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에서는 스님 한 명이 담당해야 할 국민의 수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고, 더 넓은 영역을 맡아야만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포교ㆍ역경과 더불어 도제양성이 종단의 3대 과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인재불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계종이 현응 스님의 말대로 “대한불교조계종이 정통교단으로 한반도에 유일무이한 종단”임을 자임한다면 교육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군소종단의 스님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개방하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일한 전통교단’의 역할일 것이다. 불교의 미래를 생각하고 한국불교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종단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날의 조계종을 탄생케 한 선학원의 구성원들, 곧 분원의 창건주나 분원장의 도제에게까지 교육의 혜택을 주지 않도록 한 것은 불교의 미래나 발전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종헌>에 이 조항을 넣자고 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교육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보아 교육에 관한 한 문외한이거나 불교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인물임이 분명하다.

<법인관리법>에서는 적용범위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 2 조 (적용범위)
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법인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종단의 사찰 또는 복수의 사찰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
2. 중앙종무기관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
3. 종단의 승려가 설립한 법인
② 종립학교관리법에 의해 적용받는 학교법인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법인관리법>)


학교법인을 제외한 종단의 사찰이나 중앙종무기관, 종단 소속의 스님들이 설립한 법인을 <법인관리법>을 통해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재단법인ㆍ사단법인 같은 비영리법인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을 관장 범위로 정해두고 있다.

 법인을 통한 법적 보호 안전장치 도모 목적을
 스스로의 제한을 통해 원천봉쇄하는 모순 초래


조계종에서는 우리 선학원이 제1호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종단의 사찰’이 출연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한불교조계종은 1962년에 출범했다. 우리 선학원은 1921년에 설립되었고, 1934년에 재단법인이 되었다. 1962년에 출범한 조계종 ‘종단의 사찰’이 무슨 재주로 100년 전에 생긴 선학원을 설립했다고 주장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인관리법>에서는 법인을 설립한 주체의 성격에 따라 나누고 각각 이름을 붙였다.

제 3 조 (정의) 이 법에서 법인에 적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종단법인’이라 함은 중앙종무기관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2. ‘사찰출연법인’이라 함은 하나의 사찰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3. ‘사찰공동출연법인’이라 함은 교구 및 복수의 사찰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4. ‘승려법인’이라 함은 승려 개인 또는 복수의 승려가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5. ‘사찰보유법인’이라 함은 법인 산하에 사찰을 등록받은 법인을 말한다.
6. ‘사찰법인’이라 함은 사찰 자체가 법인인 경우를 말한다.
7. ‘종단등록법인’이라 함은 이법에 의한 등록절차를 이행한 법인을 말한다.
8. ‘미등록법인’이라 함은 이 법에 의한 등록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법인을 말한다.(<법인관리법>)

이 가운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제5호 ‘사찰보유법인’과 제6호 ‘사찰법인’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재)선학원은 ‘사찰보유법인’에 해당된다. 선학원 산하에 574개의 사찰이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법인관리법> 제4조는 법인산하에 사찰등록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한 조항이고 제5조는 사찰 자체를 법인으로 만드는 것을 금지한 조항이다.

제 4 조 (법인산하 사찰등록 금지) 법인은 법인산하에 사찰(포교소 포함)을 등록받을 수 없다.
제 5 조 (사찰법인 설립금지) 사찰은 ‘사찰법인’을 설립할 수 없다.(<법인관리법>)

평생 일궈온 사찰을 종단의 힘센 권승들에게 강제로 빼앗긴 경우가 조계종에서는 종종 있었다고 다수의 스님들은 증언한다. 그런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그런 사실을 주변에서 알게 된 스님들이 안전한 법인에 등록하거나 스스로 법인을 설립하여 안전을 도모한 경우가 다소 있었는데 이 두 조항을 통해 그런 경우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본지 편집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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