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과 조계종은 한 마디로 애증의 관계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 선학원이 주도했던 민족불교 운동과 불교정화에 의해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이 탄생하였지만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몰지각한 조계종 집행부에 의해 선학원은 늘 ‘을’의 위치에서 ‘갑질’을 하는 조계종으로부터 일방적인 피해를 당해 왔다.

선학원의 100년 역사 가운데 최근 20년간은 조계종이 선학원을 삼키려는 강력한 압박의 시기였고, 재단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켜내려고 선학원 스님들이 항거하였던 시기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조계종과 선학원 갈등의 핵심은 ‘선학원의 이사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재단법인의 최고의 의결기구가 이사회이므로 이사의 구성을 통해 소유관계를 파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사 구성은 종단의 입김이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순수한 선학원의 창건주와 분원장으로 구성돼 있다.

분쟁의 불씨 종헌 9조3항

평화롭게 공존하던 선학원과 조계종간에 갈등이 생긴 최초의 발단은 이른 바 ‘개혁종단’이다. 개혁종단에
▲ 한북스님
의해 1994년 9월 27일 개정ㆍ공포된 <종헌> 제9조 3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분쟁의 불씨가 당겨졌기 때문이다.
“본종의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 반드시 종단에 그 사암(재산)을 등록하여야 하며 법인을 설립했을 때는 그 정관에 당해 법인이 본종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여야 한다. 본종 승려로서 종단에 등록하지 않은 사설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과 정관상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시하지 않은 법인의 임직원 및 법인 산하 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은 다음과 같이 그 권한을 제한한다.”

이 인용문 아래에는 갖가지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1995년 1월, 조계종은 이 조항을 근거로 “선학원의 명칭에 대한불교조계종을 삽입할 것, 임원은 조계종 승려 중 중앙종회가 추천할 것, 정관 개정시 중앙종회 동의를 받을 것” 등을 선학원에 요구해 왔다.

같은 해 2월 21일 선학원 이사회는 조계종의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그에 앞서 94년 11월 당시 총무원장 월주 스님은 ‘조계종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종 기도자는 의법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그 후속조처로 조계종 호법부는 1996년 3월 법진 스님 등 3명의 스님에게 등원 조치를 내렸다. 이에 선학원은 이사 7명과 감사 2명이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함으로써 종단의 부당한 압력에 저항했다.

엄포나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총무원이 한 발 물러나면서 협상은 급진전되었다. 1996년 8월 21일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정일스님은 다음과 같은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첫째,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 뿌리임을 확인하고 둘째, 선학원 임원들은 조계종에 제출하였던 제적원을 철회하고 종단은 선학원에 대해 시행했던 일련의 규제를 해제하며 셋째, 재단 내부규정에 ‘재단의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넷째 종단과 재단간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기구 설치한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는 재단의 정관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를 파기했다.

1999년 6월 22일 임영담 스님과 김성문 스님이 조계종과 선학원 공동합의문을 다시 한 번 이끌어냈으나 그해 9월에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또다시 부결되었다.

합의안 종단서 번번이 파기

재차 시도된 협상 끝에 2002년 3월 6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정일스님이 또다시 합의안에 서명하였다. 합의 내용은 “첫째, 선학원 정관에 ‘대한불교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를 삽입하고 임원조항에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중에서 덕망이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로 개정한다. 둘째, 조계종은 법인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 관리권 등 법인의 고유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아니하며, 이를 종법에 명시한다. 셋째, (재)선학원은 현행 조계종 종헌의 제규정을 존중하여 향후 조계종 승려가 창건(설립)한 신규사찰을 등록받지 아니한다. 넷째, 조계종은 (재)선학원에 시행하고 있는 교육ㆍ승적 및 수계에 대한 권리 제한을 해제하고 (재)선학원은 조계종단에 교육분담금을 납부한다. 다섯째, 조계종과 (재)선학원은 합의사항을 담은 종법과 정관을 개정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 등 다섯 개의 항이다.

선학원은 이 합의에 따라 정관에 ‘대한불교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와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중에서 덕망이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를 삽입하여 개정하였고 조계종은 2003년 3월 27일 <총무원법> 제24조 선학원의 권리보장 조항을 신설하고 “재단법인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재단법인으로서의 고유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문도 2012년 4월 17일 조계종이 <사찰법>을 시행하면서 파기가 예고된다. 조계종은 이 <사찰법>에 의해 선학원 소속의 사찰과 포교원을 ‘미등록 사설사암’으로 분류하고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까지 징계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조계종은 한 발 더 나아가 “<사찰법>에 명시된 ‘징계’에서 구제할 수 있는 법”이라면서 마침내 2013년 3월 20일 <법인법>을 제정ㆍ공포하였다. 법인 산하의 사찰들은 미등록 사설사암이나 마찬가지니까 <법인법>에 의해 법인을 종단에 등록하면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13년 4월 11일 선학원 이사회에서는 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한 것은 “조계종과 (재)선학원은 합의사항을 담은 종법과 정관을 개정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위배한 것이며 일방적으로 2002년 합의를 파기한 것이므로 합의 이전으로 정관을 변경할 것을 결의하고 선학원 <정관>에 명시되었던 ‘대한불교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과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중에서 덕망이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는 내용을 삭제하였다. 조계종이 선학원의 임원에 대해 징계를 통해 승적을 박탈할 경우 정관의 이 조항에 의해 임원의 자격이 없어지게 되고 임원들이 재단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 조처였다.

악수 · 무리수 총동원 선학원 압박

조계종은 2014년 3월 20일 선학원의 권리보장을 명시했던 <총무원법> 제24조를 삭제하는 종법개정을 단행하면서 <법인법>도 함께 개정했다. 2014년 9월 30일로 등록시한을 3개월 연장한 것이다.

이렇게 개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의 문제가 드러나자 조계종 중앙종회는 6월 25일, <법인관리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으로써 <법인법>은 자동으로 폐지되고 말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에 앞서 2014년 6월 9일, 선학원의 정관을 “원래대로 환원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선학원은 6월 30일 종단의 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선학원의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임원 전원은 조계종 총무원에 임원 전원의 제적원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조계종은 7월 3일 접수증까지 발급하였으면서도 제적원을 종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선학원 임원 13명에게 호법부로 등원할 것을 통지함으로써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2014년 7월 16일, 조계종의 <법인관리법>이 공포되었다. 이전의 <법인법>에서는 선학원에 국한하여 이사 중 3분의 1 이상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추천으로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은 자로 구성하도록 하게 되어 있었는데 <법인관리법>에서는 선학원 이사의 4분의 1이상을 총무원장의 복수 추천으로 해당 이사회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법인관리법>에는 이밖에 총무원장이 해당법인의 임원을 종단 징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추가되었다.

조계종이 법인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만든 이 <법인관리법>은 <사찰법>과 마찬가지로 <종헌> 제9조를 근거로 만들어진 종법이다. <종헌> 제9조 3항에서는 ‘권한 제한’만을 규정하고 있고 제4항에서는 “제한에 관한 세부사항은 종법으로 정한다.”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찰법>과 <법인관리법>에서는 징계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종헌>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9월 12일, 경허-만공-전강 선사의 법맥을 이은 인천 용화선원 송담 큰스님이 탈종선언을 했다. 재단법인 법보선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보선원의 수행전통과 현 대한불교조계종의 수행환경의 차이로 조계종 승려로서의 의무를 내려놓고자 함”이라고 탈종의 사유를 밝혔지만, 용주사 주지 선거와 관련된 잡음과 함께 <법인관리법>의 등록 문제가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적원 냈는데도 멸빈 징계

2014년 9월 15일에 열린 조계종 초심호계원 제116차 심판부에서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 대하여 멸빈 징계를 결정했다. 여기서 적용된 죄목은 <승려법> 제46조 제8항 “본종의 승적을 취득하고 있으면서 분종 및 탈종을 기도하는 자”, 제47조 1호 “도당을 형성해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하거나 종단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자”라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조계종 총무원 주변에서는 <법인관리법>에 등록하는 법인의 수가 적으므로 선학원 이사장을 본보기 삼아 멸빈 징계를 함으로써 다른 법인을 겁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조계종은 “<법인관리법>에 의한 등록시한인 9월 30일, 등록 마감결과 사찰보유법인 6곳과 사찰법인 3곳이 조계종에 등록하였으며, 등록하지 않은 법인은 사찰보유법인 3곳을 포함해 8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1월 17일 총무부장 정만 스님은 교계언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마음선원이 아직 종단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2014년 11월 3일, 선학원은 임시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제2의 정화운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서명운동에는 조계종의 승풍 실추를 개탄하는 재가불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이틀 뒤인 11월 5일,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16대 중앙종회 불교광장 소속 종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법인관리법>은 선학원을 염두에 둔 법”, 즉 “선학원을 잡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실토하였다.

조계종 호법부는 2014년 11월 7일, 총무이사 송운스님, 교무이사 정덕스님, 당시 감사였던 필자에 대하여 초심호계원에 멸빈 징계를 청구하였고 11월 17일에는 중앙종회에서 <법인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인법>에 이어 <법인관리법>으로 대체입법하였으나 이마저도 5개월만에 또 개정한 것이다. 법인에 대한 종단의 정책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법인관리법> 제 22조에서는 ‘권리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데 ‘미등록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과 그 도제에게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주지 않도록 하였고, 승려복지에 관한 각종 혜택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각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의 종무직은 물론 선원 입방도 할 수 없게 하였고, 심지어 각종 증명서 발급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세속에서도 하지 않는 연좌제를 자비문중에서 자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현 집행부가 한 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 23조, ‘징계’ 조항에서는 ‘사찰법인’, ‘사찰보유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은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의 징계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권리 제한’을 규정한 <종헌>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항으로 꼽힌다.

또 같은 날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선학원 특별법>에는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재단법인 선학원’의 탈 종단 시도행위를 저지하고 선학원의 주권을 종단으로 환수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제반사항을 정하여 통합종단을 이룩했던 정화불사의 정신을 회복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박ㆍ폭력ㆍ성매수ㆍ불법선거 등을 저지른 정화의 대상자들이 종권을 틀어쥐고 있는 종단이 정화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주권’이나 ‘환수’라고 하는 표현을 제대로 쓴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 거스르는 강제법” 지적

이른 바 <선학원 특별법> 제6조에서는 ‘선학원과의 협의 진행’과 ‘각종 회의, 세미나, 공청회, 대회 등 개최’를 사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이미 멸빈시켰고, 임원들의 멸빈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명목들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고 사실상 200인 이하의 대규모 추진위원들을 구성하여 민ㆍ형사상 법적 절차를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든 데 불과한 것이다. 한 마디로 선학원을 강탈하기 위해 애초의 본색을 드러낸 ‘선학원 강탈 특별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법인법> 및 <법인관리법>과 그 근거가 되는 <종헌> 제9조 3항이 1994년 이른 바 ‘개혁종단’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선학원 특별법>까지 만들어지게 된 일련의 과정을 일자별로 살펴보았다.

이미 대부분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한국불교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모아 이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정글의 법칙에 따라 법인마저 약육강식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면 한국불교는 더 이상 희망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선학원의 입장은 일관되고 또한 명백하다. 우리는 조계종의 법인 관련 정책에 대해 간여하지 않는다. 다만 1962년에 출범한 대한불교조계종이 1921년 설립되고 1934년에 재단법인으로 등록된 선학원에 대하여 강제로 소급적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계종 현 집행부는 <법인관리법>을 만듦으로써 평화롭게 공존하던 선학원과 종단간에 갈등을 조장했으며 화합을 깨뜨렸다. 이는 오무간업(五無間業)을 지은 것으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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