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탄사지 2호 건물지(왼쪽)와 미탄명 기와.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스님)는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허가를 받아 시행한 ‘2014년도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인 경주 미탄사지 유적의 2차 시·발굴조사 현장보고회를 지난 5월28일 발굴현장에서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는 경주시청 관계자와 김동현 前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최태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차순철 동국문화재연구원 실장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현장보고회에서는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미탄사지 동북쪽 사역으로 추정되는 담장열 4기 △강당지로 추정되는 건물지 △종각지 또는 비전지 등으로 추정되는 1칸의 적심건물지 등의 유구 △‘味呑(미탄)’명 기와와 ‘井(정)’자명 전돌 △연화문․쌍조문․당초문 와당류 △인화문토기(印花紋土器, 도장무늬토기)와 납석제 뚜껑 등의 유물이 공개됐다.

자문위원들은 이번 조사에서 ‘미탄’명 기와가 여러 점 확인된 점에 주목했다. 이 명문 기와들은 그동안 추측만 해왔던 미탄사의 위치를 최초로 증명하는 자료이며, 미탄사와 더불어 최치원의 고택인 독서당의 위치까지 방증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그동안 미탄사와 독서당의 위치는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다.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의 남쪽에 옛 터가 있다. 이것이 최후의 옛집이 분명하다”라고 기록된 《삼국유사》의 내용을 근거로 지금의 자리로 추정해왔다.

2차례에 걸친 시굴조사를 통해 신라 왕경의 방리(坊里, 고대 도시구획 단위) 구획 안에 조성된 명확한 도시 가람 유적을 새롭게 확인했다는 평가도 내렸다. 앞으로 유적에 분포하는 3개 이상의 문화층 범위를 포함한 사역의 규모와 형태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정밀 발굴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으로 조사방향에 대해 자문위원들은 정형화된 도시 가람의 형태를 연구하고, 신라 왕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坊) 전체는 물론 황룡사 주변까지 조사를 확대해 연차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경주시를 비롯한 사업추진단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에 황룡사 앞쪽인 미탄사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사단은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미탄사의 규모와 성격 등이 파악된다면 통일신라 시대 도심 속 왕경인의 신앙생활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결과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문화경관(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등)과 어우러지는 보존과 활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주 미탄사지 유적은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의 첫 조사지로 2013년부터 조사 발굴 중이다. 이 사업은 전국에 산재한 ‘사지’와 ‘사지 소재 문화재’의 훼손이 심각하지만, 그 가치와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여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마련 중인 사지(폐사지)에 대한 단계별 종합정비계획의 하나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 계획에 따라 2010년부터 권역별로 ‘폐사지 학술조사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조사를 기초로 중요 사지를 선정하여 2013년부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 실상사 원지 작업과정.

한편 남원 실상사(사적 제309호)에서는 고려시대 사찰의 연못을 온전한 상태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양혜당과 보적당 건립부지에서 고려 시대 사찰의 원지(苑池)를 온전한 상태로 확인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지 2동, 석렬(石列) 1기, 담장지 1기 등도 확인되었으며, 연화문 수막새, 초화문 암막새, 실상사라는 명칭이 조각되어 있는 기와 조각 등 유물 80여 점도 함께 발굴되었다.

특히, 원지와 수로 시설은 다른 사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이다. 원지는 장축이 동서방향인 타원형에 가깝고, 바닥은 천석(川石, 강돌)을 편평하게 깔아 축조한 것이 특징이다.

원지는 고려 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선종 가람에서 원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유구로 판단된다. 특히, 고려 시대 불화인 ‘관경16관변상도’에서 연지와 배수로가 확인되고 있어 고대 정원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오는 16일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와 유물의 처리․정비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회의를 시행할 예정이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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