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달 30일 34대 집행부 2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총무부장에 정만스님, 사회부장에 정문스님, 호법부장 서리에 세영스님이 낙점됐다. 기획실장 일감스님 재무부장 보경스님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유임됐다. 총무원 각 부실장 스님들의 면면으로 보면 능력과 경험이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록으로 따져보면 탄탄한 진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 과연 종책과제에 맞추어 이루어진 인사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만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본사 주지 책임제, 조계사 성역화 사업, 승가복지 등 3대 사업을 주요과제로 꼽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총무원장이 밝힌 3대 사업과 총무원 부실장의 인적 구성이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인사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3권분립의 정신을 외면한 인사라는 것이다. 재심호계위원 정만스님을 총무부장으로, 초심호계원장으로 있는 세영스님을 호법부장 서리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안이다. 행정과 사법의 경계를 허무는 원칙없는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둘째는 특징이 없는 인사라는 점이다. 인사를 만사라고도 한다. 어느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가름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특징이 없는 이번 인사는 말하자면 34대 집행부가 원칙과 기준으로 삼아야 할 철학과 소신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불식하려면 새 집행부가 이전과 다른 전략과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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