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라의 승려'의 한 장면. 잠든 현장법사의 주변으로 거미가 모여들고 있다.

2015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개관 작품 ‘당나라의 승려(The Monk from the Tang Dynasty)’를 오스트리아 빈 축제에서 선보여 호평을 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세계적인 축제 및 극장들과 공동으로 제작한 차이밍량(Tsai Ming-liang)의 ‘당나라의 승려’는 오는 8월 대만예술축제 공연을 거쳐 2015년 아시아예술극장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당나라의 승려’는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구법여행을 떠난 현장법사 이야기다. 밤낮으로 이어졌을 현장법사의 고행은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가운데 느림의 몸짓으로 무대에서 펼쳐진다.

빠름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하는 현장법사. 정지된 화면 같은 느린 동작과 연출은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마저 느림의 미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현장법사가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간 구법여행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명상하듯 느리게 묘사했다.

하얀 종이가 깔린 무대 한 가운데에서 잠든 현장법사를 두고 미술가는 종이를 목탄으로 새카맣게 칠한 후 지우개로 초승달을 그리고, 목탄으로 덧그림을 그린다. 불경을 구하기위해 현장법사가 밤낮으로 이어간 고행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구법여행의 고난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장법사 역을 맡은 리캉성(李康生)이 현장법사 역을 맡아 기나긴 고행 과정을 물 흐르듯 고요하게 펼쳐냈다.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고, 자라난 머리카락을 다듬은 후 현장법사는 천천히 걷고 또 걷는다.

‘당나라의 승려’의 공동제작자 차이밍량은 ‘애정만세’(1994)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만의 대표 영화감독이자 공연 연출가이다.

‘당나라의 승려’와 함께 빈 축제에서 선보인 개관작품은 바로 호추니엔(Ho Tzu Nyen)의 ‘만 마리의 호랑이들(Ten Thousand Tigers)’이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이번 차이밍량과 호추니엔의 빈 축제 공연은 아시아예술극장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며 “아시아예술극장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효율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작년부터 빈 축제, 벨기에 쿤스텐 축제,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등의 세계적인 기관과의 공동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아시아예술극장은 유수의 기관과 공동 제작을 하는 극장으로서의 위상 정립에 힘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작품이 완성되면 공동 제작자들을 통한 순회공연 유통망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의 공동제작 작업을 주도하면서 동시대 공연예술 창·제작의 중심지로 발돋움해나가겠다는 아시아예술극장의 포부는 이번 공연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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