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호 교수가 '초기 부파불교에 나타난 염불과 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청화대선사의 수행법에서 염불과 선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초기·부파불교에서는 선정과 염불을 ‘염불이 곧 선이고, 선이 곧 염불’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원래 염불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선정범위의 수행인데 초기불교에서 염불은 곧 염불선을 말하는 것이다.”

조준호 교수(한국외대)는 청화사상연구회(회장 박선자)가 마련한 청화사상 학술세미나 ‘염불과 선: 염불선의 성립과 전개’에서 ‘초기와 부파불교에 나타난 염불과 선’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정토종에서는 염불, 선종에서는 참선을 강조하면서 독립적인 것마냥 이야기를 해 왔는데 불교사에서 경쟁적인 관계를 가져온 것은 역사적 사실이었지만 원래 불교에서는, 근본불교입장에서는 ‘선 안에 염불이 있었다’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었음을 재인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염불의 원어는 Buddha-anussati(붓다 수념)이다. 염 또는 수념으로 번역된 anussati는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선정수행의 핵심 수행이다.

“초기 경전에서 anussati는 붓다의 아홉 가지 또는 열 가지 덕성을 대상으로 주로 많이 쓰이고, 사선이나 사무색정 이후에 숙명통을 설명하는데 또한 나타난다”고 지적한 조 교수는 이 단어가 초기불교에서 수행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염불을 포함한 욱념법과 십념법에 사용되고, ‘염불의 일행삼매’를 설명하는 구절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인도 불교 전통에서 선과 선정이나 삼매라는 말이 염불과 복합어로 사용되는 이유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초기불교나 부파불교에 이르기까지 염불과 선정은 병립적 관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붓다 수념의 염불은 처음부터 선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교권에서 현재까지 붓다 수념을 선정수행의 범위로 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조 교수는 “양자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선정 속의 염불이고 염불 속의 선정이라 할 정도로 처음부터 양자는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았고 ‘염불의 선’인 염불선을 수행했던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붓다 수념의 염불선은 “그 자체로 붓다의 덕성과 가치 등을 담고 있는 십호를 통해 불성과 불심을 선정수행으로서 수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 교수는 “붓다 수념의 염불선은 간화선이나 묵조선과 같은 어떠한 수행법보다도 먼저 행해져온 불교 고유의 수행법”이라고 결론지었다.

▲ 23일 동국대 학명세미나실에서 청화사상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 같은 염불선은 간화선 중심의 한국불교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청화선사에 의해 강조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조 교수는 “청화선사는 초기불교경전의 사선, 사무색, 멸진정과 같은 구차제정을 불교의 근본선으로 여러 방면에서 구명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교선정사상의 기본골격인 구차제정이야말로 근본선이고 순선이고 정통선이라는 지극히 온당한 입장을 천명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청화선사의 설법이나 법문집은 초기불교의 사선과 사무색 등의 선정에서부터 부파불교의 사선근 등의 선정 사상에 이르기까지 염불선의 입장에서 매우 진중하게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1시 학명세미나실에서 열린 세미나는 이처럼 염불과 선을 중심으로 청화스님의 사상과 교리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자리였다.

▲ 청화사상연구회 회장 박선자 교수.
발표에 앞서 무상스님에 대한 감사 인사로 개회사를 시작한 박선자 회장은 “종파를 초월하고 방법을 넘어선 차원에서 오로지 부처만을 직접 구하고 염하는 수행법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염불과 선을 둘로 보지 않는 청화대선사의 수행법에서 그 맥을 찾아볼 수 있다”라며 “염불과 염불선에 대한 진정한 의미 복원을 이번 학술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청화사상연구회에서는 부처님의 정법을 복원시키고 선양해 우리 불교계에 만연한 그릇된 편견과 법집을 깨고 부처님의 정법을 올바로 인식시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승석 학장(동국대 불교대)은 환영사에서 “청화사상이 한국불교의 신선한 전통으로 정립되기를 바란다”며 “염불선이 새 시대에 대처하는 수행 전통을 창조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경준 교수(동국대)가 ‘《대지도론》에 나타난 대승의 염불과 선’을, 최동순 교수(동국대)가 ‘무주당 청화스님의 천태교관 이해’를 각각 발표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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