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혜자 화백의 작품 '빛의 숨결'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구리시 구리아트홀 갤러리에서 오는 25일까지 한국 추상화계 1세대이자 세계적인 서양화가 방혜자 화백의 ‘빛의 춤展:시와 그림 속에 빛의 메시지’가 열린다. ‘故 박완서 선생님을 기리며…’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구리아트홀 개관 1주년 기념 전시이다.

세계 유수 미술평론가들은 ‘자연채색을 이용한 다양한 재료와 방법론을 통해 자신이 창조해 낸 빛의 세계에서 호흡하고 대화하며, 작품 안에는 빛 안에 존재하는 호흡, 빛의 숨결, 내면의 미소, 시간을 초월한 영원의 추구를 그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기획 전시는 이러한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작가의 천연채색작품 41점과 故 박완서 작가의 소장 작품 1점을 감상할 수 있다.

닥지 위에 그린 그림은 앞뒷면을 골고루 활용해 종이 너머로 배어나오는 색감마저 모두 작품이 된다. 작가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불화의 제작기법상 형식적 특징인 배채법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배채란 그림을 그릴 때, 종이나 비단 깁의 뒷면에 물감을 칠한다는 의미다. 뒷면에 색을 칠해 그 색이 앞면으로 우러나온 상태에서 앞면에 음영과 채색을 보강하는 기법이다.

몸이 약해 어렸을 때부터 산사에 머무는 일이 잦았던 방 화백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 항상 명상으로 시작한다. 명상을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을 화폭으로 옮긴다. 캔버스가 아닌 닥지와 부직포에 자연채색을 사용하기에 빛깔이 깊이가 더 깊고 은은하다.

▲ 전시장 한쪽을 장식한 설치작품.

방 화백은 “한 획을 그려 지평선을 이룰 때 하늘과 땅을 창조하는 마음으로, 한 선을 위에서 아래로 수직선을 내려 그을 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점을 그릴 때 생명의 씨앗을 땅에 심는 마음으로, 하나의 원을 그릴 때 무한한 우주와 하나 되는 마음으로, 한 빛을 그릴 때 온 세상에 사랑과 평화를 드리는 마음으로, 그리하여 빛의 입자들이 보는 사람의 영혼까지 스며들어 찬란한 빛 속에 온 몸을 담글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한다.

▲ 방혜자 화백(왼쪽)과 생전의 박완서 작가.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코너는 방혜자 화백과 故 박완서 작가의 오랜 인연이 담긴 작품들이다. 두 거장은 대담집 ‘대화’를 함께 출간하기도 할 만큼 깊고 특별한 시간을 공유했다. 방 화백은 故 박완서 작가가 특별히 사랑했던 작품과 작가를 기리며 작업한 ‘빛의 메시지’를 시와 그림을 통해 전시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 화백의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는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각각 있다. 전시장 한 코너에는 방 화백의 영상이 마련돼 있다. 관람료는 무료.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방혜자 화백은 내면의 세계를 ‘빛’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70회 이상 개인전 및 다수의 전시회를 가지는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극찬 받고 있는 화가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지난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그림공부를 떠난 제 1호 국비 유학생인 방혜자 화백은 ‘추사 김정희를 스승처럼 모시며’ 작품세계에 몰두하던 중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하고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서 벽화와 응용미술을 공부하면서 추사의 서예 매력과 동일한 생동감 넘치는 회화의 세계를 발견했다. 그 후 45년간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추상을 접목시킨 작업에 매달리며 본인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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