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녕 작가의 은혜.

삼청동 스페이스 선+에서 19일까지 강인녕 작가의 ‘은혜를 그리다’전이 열린다.

강인녕 작가는 현대적인 불화에 ‘사라’를 씌운다. ‘사라’는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을 말하는데, 작가는 작품 속 사라는 ‘관세음보살이 입은 투명하고 하얀 사라천’이라고 설명한다.

왜 사라일까? 기도를 하고 승무를 추고 일상생활을 보내는 도중에 사라가 떨어져 내려와 그림을 덮어 감싸는 이미지는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을 받고 의지하는 동시에 나 스스로가 관세음보살임을 의미한다.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구하는 타력신앙에만 머물지 않고 내가 곧 관세음보살임을 깨닫는 자력신앙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수행이요, 구도행각이다.

독특한 점은 더 있다. 작가는 종이에 작업하지 않았다. 이번에 선보인 회화는 모두 나무판 위에 분채, 금니로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분채는 아교액에 잘 녹여서 사용하는 물감이다. 나무판에 밑그림을 그리고 먹과 분채로 그림에 생동감을 입혀갔다. 마지막으로 하얗고 투명한 사라천을 입히면 작품은 완성. 불교미술에 보다 많은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다.

▲ 범천(왼쪽)과 감로.

사라를 입은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통 불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범천’ 같은 작품은 작가가 넘나드는 불교미술의 세계에 경계가 없음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미술의 다양성을 알리고자 나무판 위에 그린 회화 20점을 선보인다. 불교미술 작가면서 동시에 타투이스트인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시도하는 건 타투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때문에 한국적인 미를 살린 타투에 쓰이는 위생적인 바늘과 기계 등도 함께 전시돼 타투도 예술임을 알리고자 한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또 하나 예술로 인정을 받는 기로에 서있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종교예술처럼 고귀하여 멀리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저급하여 멀리하는 ‘문신’입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기 위한 타투작업들도 함께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타투는 혐오스러운 것이 아닌 나의 일부이며,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다짐이 되어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수행입니다.”

‘승무’ ‘은혜’ ‘달라이 라마’ ‘범천’ 등 20여 점의 회화작품에서 작가가 걸어온 결코 평범치 않은 수행의 길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미술을 이용한 엽서와 스티커 커스텀 디자인한 모자·티셔츠 등을 판매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스페이스선+는 “이번 전시를 통해 종교예술과 문신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하며 더불어서 불교미술의 다양성을 피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종교미술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종교미술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스페이스선+의 강인녕 작가 ‘은혜로 그리다’ 전에서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해보자.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