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 선사가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면, 그리하여 무릇 산사에 올라 스님들이 너나없이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을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옛날과 지금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제쳐두더라도 차 한 잔의 멋과 가치가 너무 멀리 흘러가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문 중에서


200년 전 초의선사가 전하고자 한 우리 차의 정신을 새롭게 조명한 원학스님(봉은사 주지)의 《향기로운 동다(東茶)여, 깨달음의 환희(歡喜)라네》가 김영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스님들마저 커피에 물들어가는 세태를 안타까워한 원학스님이 맑은 차로 수행의 정신을 일깨우던 초의선사의 말씀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차와 선(禪)을 하나로 보고 다선일미(茶禪一味)를 설한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읽으며 언젠가 꼭 번역해 한글세대도 함께 볼 수 있는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발원했음을 책 속에서 고백한다.

우리 차 문학 불후의 명작인 《동다송》은 조선 후기 고승인 초의선사가 정조의 부마인 홍현주의 부탁을 받고 1837년 쓴 칠언절구로 된 17송의 아름다운 다시(茶詩)이다.

저자는 《동다송》을 새로 번역하고, 해설해 《동다송》 속에 담긴 우리 차의 맑고 향기로운 정신, 속기를 걷어낸 고요한 선의 마음을 우리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은 차의 생장과 맛, 차를 대하는 마음, 찻물 끓이는 법, 차 생활을 통한 선의 실현 등 차를 마시는 마음에서 실제 음용 과정까지 차에 관한 전반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여러 고사를 인용해 차의 덕을 칭송하며 이를 널리 찬미하고,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차의 미덕을 찬양한다. 또한 불교 수행자의 눈과 마음으로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의 학문적 깊이와 차에 대한 열정 그리고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으로 이어진 인간적인 교유를 바라본다.

저자가 처음 《동다송》을 만난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계 다인들과 함께 초의문화제를 창립 발기해 초의선사의 다도 정신을 계승했고, 그때 마음으로 느낀 깊은 ‘다향(茶香)’을 이 책에 담았다. 20년간 저자가 학문적으로 차를 연구한 결과물이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로 엮여 나온 것이다.

저자는 초의선사가 직접 쓴 ‘일지암 필사본’을 모본으로 초의선사의 입장에서 원문번역에 충실하고자 했다. 초의선사가 구현하고자 했던 차 정신과 학문 세계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한 해설과 주석 해석, 단어풀이도 더했다.

초의선사가 《동다송》을 쓴 그 첫 마음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선삼매(茶禪三昧), 다선일미(茶禪一味) 곧 선의 세계’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또한 ‘경건한 수행자의 마음과 자세로 찻자리에 임할 때 비로소 차의 향과 맛 또한 온전히 드러난다는 의미’라고 부연한다. 때문에 가난해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궁핍해도 고귀한 품격을 가지며 차를 통해 덕을 쌓고 올바른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다인의 자세를 누차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 보이차, 일본 다도 등은 이미 세계화되었는데, 우리 녹차인 동다(東茶)는 국내에서도 그 지위가 축소되고 있다”며 “1200년 우리 차의 역사와 의미를 생각하며 차 한 잔속에 담긴 선의 정신을 이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권유한다.

▲ 원학스님이 11일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출간기념 및 특별강연회에서 동다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3년 제22회 초의문화제 초의상을 받는 등 차와 깊은 연관을 맺어온 저자는 남종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 선생의 수제자인 우계 오우선 선생에게서 전통산수화를, 청남 오제봉 선생에게서 서예를 40년 넘게 사사한 예인이기도 하다.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재정분과위원장으로, 국무총리실 소속 ‘10·27법난 피해자명예회복 심의위원장’으로, 2008년 종교 편향 종식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장으로 행정에도 밝다. 1997년 총무원 문화부장 시절 ‘종교예술제’를 창설 제1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예술적인 소양도 뛰어나다.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으로 2012년에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편 원학스님은 11일 오후 2시 봉은사 보우당에서 《향기로운 동다(東茶)여, 깨달음의 환희(歡喜)라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종희의장 향적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등이 참석해 현대적인 《동다송》 출간을 축하했다.
원학스님 지음/김영사/18,000원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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