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불광교육원 3층 문수당에서 제19차 봉축 학술연찬회가 열렸다.

“대중을 위한 불교 전법의 한 방법인 ‘변문(變文)’은 변상과 함께 경전을 이미지화해서 표현한 방식의 하나다. 속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경에서 극적인 요소를 더해 긴장과 재미를 추구함으로써 좀 더 쉽게 불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1인 연희의 대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때문에 변문은 내용구성이 치밀하고 극적인 흥미를 성공적으로 유발하는데다가 볼거리까지 많은 성공적인 요소를 다 갖춘 오늘날 영화의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변문은 대중전법을 고려할 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0일 오후 2시 불광사 교육원 3층 문수당에서 불광연구원(이사장 지홍스님)이 개최한 부처님오신날 기념 봉축 학술연찬회에서 나왔다.

▲ 석길암 교수(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센터).
‘중국불교의 전법정신과 전법론’을 주제로 열린 이날 연찬회에서 ‘변문을 통해 본 중국불교의 대중전법’을 발표한 석길암 교수(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센터)는 “변문은 당대(唐代)의 사원이 가지고 잇던 사회적 입지와 불교 내의 오랜 대중교화 대중전법의 노력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문 연구의 몇 가지 문제점>을 발표한 조명화씨에 따르면 변문이란 ‘경전의 권변(權變)’ 즉 ‘경전을 알기 쉽게 나타낸 것’ 혹은 ‘경전의 변현(變現)’ 즉 ‘경전의 모습을 쉽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운문이든 산문이든 운문·산문 혼용이든 형식에 관계없이 경전의 본뜻을 좀 더 알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서 글로 표현한 양식이다. 경전의 본뜻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바꾸어 나타낸 ‘변상(變相)’과 동일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석 교수는 “변문은 기본적으로 인도로부터 전래된 특정 불전을 근거로 하고, 다시 거기에 다른 불전의 내용들에서 이야기들을 추가로 덧붙이는 형태로 구성되는데 ‘불타전기고사’와 ‘효’ 관련 내용에 집중되는 양상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효’의 경우는 중국문화권에서 불교가 정착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효’와 가족생활을 지배적인 특성으로 하는 중국에서 ‘불교는 불효’라는 비난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방법은 불교의 효가 유교의 효보다 우월하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었다.

석 교수는 “당시 중국 불교계는 효를 강조한 다수의 불경을 적극 강조하고, 효를 주제로 한 《부모은중경》 같은 위서를 제작하거나, 불교의 효는 보편적 구제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한 가족에 국한되어 있는 유교의 효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불교는 불효’라는 인식을 불식시켜나갔다”고 설명한다. 변문에서 많이 발견되는 불타전기의 경우는 ‘백성들을 쉽게 유혹하는 영웅담’이었기에 유효했다.

석 교수는 변문이 대중교화 대중전법 매체로서 ‘시대를 앞서 간 스토리텔링’ 시스템을 갖춘 것에 주목한다. “인도에서 건너간 불교 문헌 속의 다양한 스토리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는 좀 더 극적인 새로운 구성으로 다듬어 재창조하며 재미를 더했다”고 분석한 석 교수는 “이 이야기 속에 불타전기와 효를 활용해 ‘불교는 이렇다’고 하는 메시지를 축약적으로 담았기에 불교는 중국이라는 문화체계와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 불광연구원 이사장이자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이 학술연찬회에 앞서 인사말씀을 전하고 있다.
발표에 앞서 이날 연찬회를 시작하면서 지홍스님(불광사 회주)은 “광덕 큰스님은 ‘전법의 근본은 견탁(見濁)을 없애는데 있다’고 하셨다”며 “견탁은 세상을 향한 어둡고 탁한 눈으로 이를 정화하는 것이 전법의 근본이라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전법은 단지 사세를 확장하고 불교 교세를 널리 펴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바꾸고, 모든 생명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며, 사바세계를 정토로 만들어가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부처님은 법을 전하러 오셨기에 우리가 전법을 고민하는 것은 진정으로 부처님을 맞이하는 것이며, 우리도 부처님처럼 사는 길”이라고 인사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이외에도 △최은영-역경과 찬술을 통한 중국불교의 전법 △이병욱-중국 종파불교에 나타난 전법관 △김성순-중국의 민간불교결사와 전법사들 △이기운-중국에서의 위의경과 전법이 발표됐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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