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현존하는 탑 중 가장 높은 곳에 조성된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강원도 인제군)을 12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시도유형문화재 가운데 역사적, 예술적, 건축적 가치가 크다고 인정된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은 기단부를 생략하고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았다는 점과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탑이라는 점, 고대의 일반형 석탑이 고려 후기에 단순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은 설악산 소청봉 아래 해발 1244m 높이에 위치한 봉정암 경내에 자리한 높이 3.6m 규모의 석탑이다. 만해 한용운(1879~1944년)스님이 1923년에 쓴 《백담사 사적기》에 수록된 <봉정암 중수기>(1781년)에 따르면, 양산 통도사를 창건한 신라의 자장율사(590~658년)가 당에서 모셔온 석가모니 부처의 사리 7과를 이 탑에 봉안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봉정암은 통도사, 상원사, 정암사, 법흥사와 함께 진신사리가 봉안된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탑의 외형적 구성이 단순하고 탑신의 체감률도 적은 편인 점과 옥개석에 구현된 양식 등은 고려 후기 석탑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그 조성 시기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체감률은 탑 전체 외곽 삼각형의 형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1층 탑신의 옥개석 끝에서부터 마지막 옥개석 전각까지의 기울기가 크면 체감률도 커지는 것이다.

석탑은 기단부․탑신부․상륜부의 3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건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봉정암 오층석탑은 거대한 자연 암석을 기단으로 삼아 바위 윗면을 다듬어 2개의 단을 만들고, 그 주변에 16개의 연잎을 조각하여 기단부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 위에 올린 탑신석(塔身石, 몸돌)은 3층까지 모서리에 우주(隅柱, 기둥)가 새겨져 있다. 탑신석 위에 올린 두꺼운 옥개석(屋蓋石, 지붕돌)은 낙수면의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하며 끝부분만 살짝 반전된 형태이다. 상륜부는 연꽃 봉오리 또는 보주 형태의 석재를 올려 단순하게 처리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중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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