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동아시아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가 9~10일 동국대에서 개최됐다.

“현재의 불교학이 내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자 지향적(agent-oriented)’인 연구 자세로부터 ‘행위 지향적(action-friented)’인 자세로 전환하고, ‘누구’를 묻는 역사학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현대를 시야에 넣은 해석학적 방법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으로 불교학의 방법을 둘러싼 혼란은 해소되고, 디지털 매체에의 변용이라는 인문학의 커다란 지각 변동 속에서 나가야할 불교학의 방향을 발전할 것이다.”

▲ 시모다 마사히로 동경대 교수.
제1회 동아시아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에서 ‘일본에서 불교연구의 현황과 미래-불교학의 방법적 비판에 관하여’를 발표한 시모다 마사히로 교수(동경대)는 현대불교연구의 과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시모다 교수는 “‘불교’는 고정적 개념이 아닌, 머무르게 된 장소에 따라 그 내실을 때때로 확인해야할 동적 개념이며, 그것은 실천성이나 현대성이 문제시되는 문맥에서 중요한 특성이 된다”며 “불교를 과거 텍스트에 의존해 밝힐 뿐만 아니라, 불교를 둘러싼 사람들의 현재 행동을 조사·분석하고, 임상의 장소에서 행동과학의 방법을 통해 불교를 텍스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과거의 불교를 대상으로 사상 연구를 진행해온 불교학에서는 사회 조사법 등 행동과학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요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모다 교수는 “불교학에서 현대불교는 오로지 연구자의 주관에 의한 분석과 기술에 의존해 다루어지게 되며, 논의는 실증성을 결여한 채 관념적인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행동과학에 있어 텍스트화 작업 자체의 문제다. 스스로 조사해 연구 소재가 되는 텍스트를 작성하고 스스로 분석하는 것이므로 연구 전체가 자작자연이 되어 버려 자의성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모다 교수는 “현대에 동적으로 나타나는 불교를 파악하고자 생각한다면, 이러한 한 학문 성립의 요건에 관련될 정도의 방법론적 논의가 필요한데 불교학에서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불교학과 인문정보학의 관계도 짚었다. 시모다 교수는 “2500년의 불교 역사는 기억으로부터 서사로, 사본으로부터 목판으로, 목판으로부터 활판 서적으로, 서적으로부터 디지털 텍스트라는 매체의 변용에 따라 불교의 지식을 새로운 매체 속에 재배치해온 역사”라고 정의한다.

불교의 복잡함은 정보량의 방대함뿐만 아니라 내용의 복잡함이 중요한 연구 과제라는 것이 시모다 교수의 주장이다. 고대인도의 불교 경전은 하나의 경전이 복수의 이름을 가지고, 동일한 이름이 종종 완전히 다른 텍스트에 해당하는 등 제목만으로 동일한 텍스트라고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목, 저자, 장르, 규모라는 텍스트를 구분하는 기성의 범주는 도움이 안 된다”는 시모다 교수는 “고정적 자기 동일성과 저자성으로 규정된 텍스트의 관념을 고집하면 불교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 무너진다”며 “규모와 내용의 복잡함을 안고 있는 광대한 지식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에 의한 인문정보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모다 교수는 “다음 세대에 요청되는 해석학은 제시된 양을 질로서 비판하고, 보다 심화된 새로운 양을 생산해내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해석학이 될 필요가 있다”고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 동국대를 비롯해, 북경대, 동경대, 대만대가 9일 협정을 맺고 격년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동아시아 인물네트워크 형성과 불교문화권 담론 생성에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왼쪽에서부터 리스롱 북경대 교수, 김종욱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단장, 김희옥 동국대 총장, 뚜바오루이 대만대 교수, 시모다 마사히로 동경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단(단장 김종욱) 주최로 9일 동국대 문화관 학명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는 ‘동아시아 불교 전통과 근대 불교학’을 주제로 동아시아 인문네트워크의 형성과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의 담론 생성을 목표로 기획됐다. 발표에 앞서 동국대(HK연구단), 북경대(철학과), 동경대(인도철학불교학과), 대만대(불학연구중심)는 격년으로 주최를 맡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동아시아 인물네트워크 형성과 불교문화권 담론 생성에 함께할 것을 협정했다.

▲ 김종욱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단장.
개막식에서 김종욱 단장은 “글로컬의 관점에서 문명사적 교차와 상호 교류에 주목하여 한국불교가 속한 동아시아 불교세계로 시야를 확대해 동아시아 주요 대학들간의 학술연대를 모색하게 됐다"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동아시아 인문네트워크’를 형성해 세계불교학의 중심을 다시 동아시아로 되돌리고,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의 담론을 형성해 동아시아의 소통과 화해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국제학술대회 개최의 의의를 설명했다.

▲ 김희옥 동대 총장.
격려사에 나선 김희옥 총장(동국대)은 “오늘의 국제학술대회가 동아시아 불교학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유교와 불교, 철학과 종교, 역사와 문화가 통섭을 이루는 인문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불교학의 중심축을 동아시아에 세우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동아시아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불교로 동아시아의 소통과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에 더욱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 현각스님 불교학술원장.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현각스님은 “동아시아불교는 한역 불전을 근간으로 대승불교를 신행하는 공통의 불교문화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원만히 성취되어 동아시아 불교가 불교학의 새바람을 일으켜서 동아시아 불교가 세계불교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축사했다.

▲ 정승석 불교대학장.
정승석 불교대학장은 “오늘날 서구의 학계가 불교학을 주도하고 있는 동아시아 불교학계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금번 국제학술대회는 동국대와 동경대, 대만대, 북경대가 협력하여 동아시아 불교학계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연구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오늘의 학술대회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내 불교철학의 종교적 학문적 교류와 친선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종교적 학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에는 시모다 마사히로 교수 외에도 ‘근대 불교학의 동아시아 전개’를 대주제로 △리스롱(북경대)-현대 중국 대륙 불교 연구의 새로운 추세 △뚜바오루이(대만대)-중국 대승불교의 문제의식과 이론구성 △김용태(동국대)-한국 근대 불교학의 특성과 전통의 탄생 △첸진화(브리티시 콜럼비아대, 캐나다)-최근 서구학계의 중국불교 연구에서 주요 진전에 대한 개관을 각각 발표했다.

‘동아시아 불교의 다양한 시선’을 대주제 한 발표에서는 △왕쏭(북경대)-중국 역사상에서 유불 교섭–유승(儒僧)을 중심으로 △차이야오밍(대만대)-중생의 이해와 변화를 위한 불교 세계관의 현재적 응용이 다양한 담론을 내놓았다.

10일에는 △미노와 켄료(동경대)-일본불교 연구의 현황과 과제 △고영섭(동국대)-한국불교의 전통과 고유성-원효의 ‘화쟁회통(和諍會通)’ 논법과 관련하여 △김환수(듀크대, 미국)-동아시아 불교라는 불교 맥락에서의 초국가적 불교 운동이 각각 발표된 후 국제학술대회는 폐막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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