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선화 문화재청장.
숭례문 부실 복구, 수리분야 자격증 불법 대여 등으로 불거진 문화재 수리분야의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수리기술 제도 개선, 중요 문화재 수리 현장 공개, 전통 재료 복원 등 25개 분야 개선대책을 9일 내놨다.

나선화 청장은 “문화재 수리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수리자격시험제도를 개편해 효율적인 인선을 시행하겠다”며 “전통재료와 기법을 전승해 어떻게 연구하고 문제는 무엇인지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문화재수리복원 실명책임제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관련법 개정에 나서 부실 문화재청의 이미지를 털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한 혁신대책 가운데 문화재 수리분야의 자격증 불법 대여와 부실시공 등 비정상적 관행 근절 의지가 눈에 띈다.

이를 위해 먼저 자격대여 3차 적발 시 자격을 취소하던 것을 2차로 강화했다. 부실 설계·감리·시공에 대해서도 기존의 행정처분 외에 부실 벌점제를 도입해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행정 처분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 수리업 등록요건은 완화됐다. 과도한 문화재 수리기술(기능)자 의무보유 요건이 자격증 불법대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의무보유 숫자는 기술자 4명에 기능자 6명. 이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소화해 기술자 2명에 기능자 3명을 종합수리업체의 수리기술(기능)자 의무 보유 숫자로 제안했다. 보수단청 기술자 1명을 필수로 포함하고 있는 현행 요건은 실제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공사 수주규모에 따라 추가채용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수리공사 감리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현행 ‘수리법 시행령’ 제20조(감리대상 등)를 개정해 문화재수리 공사의 경우 5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문화재 주변 정비는 7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감리대상이 확대됐다.

현행 일반 공사에 적용되는 문화재 수리공사의 입찰제도는 문화재 수리의 특성을 반영해 변화를 줄 계획이다. 기재부, 안행부, 조달청, 수리협회 등과 TF를 구성해 기술력 등 평가 지표 개발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국고보조사업 선정심사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 문화재 수리 예산신청․심의절차를 투명화, 객관화하고 만성적으로 부족한 문화재 수리 예산도 관련 부처와 협의해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수리 시험과 교육제도를 개선해 실기 및 현장실무 능력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력공무원 일부 과목 면제제도는 법 개정 후 폐지하고, 수리기술자 기능자의 소양교육 의무화 등으로 직업윤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전통기술소재은행’ 구축도 진행한다. 단절위기에 놓인 전통재료와 기법의 계승 및 복원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전통재료의 제작과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전통재료 인증제 도입 등 전통기법과 재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문화재 수리용 목재 공급체계 역시 개선안을 내놨다. 주요 문화재 수리를 위한 대경목의 건조․비축 시설을 구축하고, 산림청과 협업해 문화재 복원용 목재 대체 수림지도 적극 조성할 계획이다. 대경목(大莖木)은 사람의 가슴높이에서 쟀을 때 줄기의 지름이 30cm 이상인 나무다.

문화재청은 중요 문화재 수리 현장공개 강화와 수리 실명제 도입도 혁신대책으로 내놨다. 중요공정 때마다 ‘현장 공개의 날’을 정해 국민에 공개한다. 올해 시범적으로 10개 현장을 우선 공개할 예정이다. 수리현장 참여인력과 설계도면, 공사 내역 등도 일반에 공개해 문화재 수리의 투명성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문화재 수리 종사자 경력관리와 업체 실적관리, 각종 통계자료 생산 등 문화재 수리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정보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번 혁신대책은 추진 단계별로 필요하면 주요 이해관계자,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여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문화재 수리 분야의 낡고 비정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공정한 수리제도, 투명한 행정,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선진 문화재 행정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영리목적 문화재수리업 폐지돼야, 황평우 소장 지적 

이 같은 문화재청의 행보에 ‘구체적인 진행사항 없는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8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첫째, 혁신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이루어진 공청회는 기능인협회 보수기술자협회 등 개혁대상자들과 진행돼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과 현 문화재청 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둘째, 영리목적의 문화재수리업과 기술자보유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신 문화재공사별 규모, 용도에 따라 채용하고 보수기술자도 등급별로 채용하고 팀제로 운영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보수기술자 경력관리제는 조작 방지시스템을 구현해 철저하게 관리할 것도 주문했다.

셋째, 국고보조사업은 문화재 수리 문제의 악의 축이기 때문에 폐지해야한다는 점이다. 넷째, 교육 및 우수기술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문제다. 전통문화대학교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교육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현장 공개의 경우 상시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섯째, 공기에 급급한 문화재 수리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회계연도 연장을 인정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곱째, 감리를 위해 시민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고, 감리금액의 하한선 설정보다는 전면 감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덟째, 자격제도 시험의 경우 시험 출제위원, 시험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강의를 중단하게 하고, 블라인더 채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실기시험 감독관의 선정 및 심사방법 부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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