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스님.
대한불교조계종 1994 종단개혁 20주년, 서암 종정 열반 제11주년이 되던 3월29일, 불교교단사연구소(소장 정천구, 이하 연구소)는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승가화합과 조계종의 미래》 출판기념행사와 교단문제 포럼을 개최했다.

《승가화합과 조계종의 미래》는 제1부 승가갈마와 멸쟁법, 제2부 승가의 지도자상과 현대사회, 제3부 조계종의 정체성과 개혁문제로 주제를 나눠 21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날 책에 실린 논문을 주제로 발제한 포럼에서 덕산스님은 ‘휴암이 본 조계종단 ‘개혁세력’의 정체와 그들의 목표’를 통해 “현재의 조계종단은 종교마피아의 씨앗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고, 94개혁은 훼불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덕산스님은 1994년 당시 휴암스님이 남긴 ‘조계종 종헌의 종지 종통이 밀실조작에 의해 바꿔지게 된 배경설명과 우리의 기본입장’을 분석해 개혁세력의 의도를 10가지로 꼽았다.

이 10가지는 ①종단 내 주사파 등장과 종지·종통의 변경 ②종단의 새로운 대처화 ③종교 마피아의 씨앗과 힘의 논리 ④위계질서 파괴와 화합 전통 상실 ⑤원칙 없는 징계와 절 뺏기 ⑥불교의 좌경 정치운동 수단화 ⑦종단을 민중정치 운동장화 ⑧조계종의 유사 정치 집단화 ⑨한국승가의 새로운 마군 ⑩개혁 주체의 의식 수준이다.

스님은 “이 가운데 ①항을 제외한 ②~⑨항은 이미 목적한 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94개혁세력들은 ①항의 목표달성을 위해 종정에 대한 불경과 함께 원로회의·원로의원 무력화를 지금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암스님의 기본입장을 살펴보면 휴암스님은 “개혁주체들의 의식을 세속 학생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치승려들이며 그들이 종단 지도부를 장악했다는 사실은 절 집안의 수치이자 내일의 재앙”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덕산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 역사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역사는 승려대회라는 비법·불법집회의 역사였다. 이를 부처님 법·율과 그 가르침 및 종헌·종법에 입각해 성찰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시 승니법 개정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개정된 승려법 제 46조 ‘멸빈 사유’를 살펴보면 비구는 음행 살인 절도 대망어의 4바라이죄로 실형을 받은 자라야 멸빈할 수 있다. 세간법으로 실형을 받지 않는다면 4바라이죄를 지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휴암스님은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 조계종을 마피아와 다름없는 일종의 범죄집단이자 사이비종교집단으로 전락시켰음을 지적하고 있다.

덕산스님은 “승려이고 율사라면 종헌 제9조 구족계·칠멸쟁법이 명시한 종단 내 쟁사 해결법에 주목했어야 했다”며 “94년 4·10승려대회는 종단 쟁사 해결법 이외에 승쟁에 관한 석존의 교계에도 반하는 비법일뿐만 아니라 종헌ㆍ종법을 위반한 불법집회이다. 더욱 이들의 종헌기관관인 총무원 청사 점령과 종단장악은 치탈(멸빈) 사유에 해당하는 중죄”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덕산스님은 조계종과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님은 먼저 석존의 법·율과 가르침으로 돌아가야함을 우선시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불교는 1994년 종단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는 중국의 여러 법난이나 일본에서의 폐불기석(廢佛棄釋) 만행, 탈레반의 바미안 석불파괴와는 다른 훼불사태이자 조계종과 불교문화 파괴라는 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말 태고보우 국사는 ‘국가가 잘 다스려질 때는 진승(眞僧)이 뜻을 펴지만, 국가가 위태로울 때는 사승(邪僧)이 때를 만난다’고 했다. 개혁세력들이 한번쯤 되새겨 볼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덕산스님은 일본의 저명한 학자의 말을 빌어 발제를 마무리했다.
“불교의 적응성과 독자성의 두 요소가 균형을 유지할 때 불교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불교가 사회에의 적응을 극단화(시대에 영합)와 독자성의 주장(불교의 기본입장)을 망각해버렸을 때 불교는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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