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춤 추는 스님을 형상화한 전통등을 설명하는 백창호 대표.

“올해는 종단협과 청계천에서 등 전시를 하고, 봉은사에서도 등전시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10여 점 정도의 신작 전통등을 선보일 계획인데요. 70~80% 정도 완성이 됐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3~5월6일 청계청 청계광장에서 청계3가 삼일빌딩에 이르는 구간에서 제7회 청계천 전통등전시회를 개최한다. 올해의 주제는 ‘불교, 나라를 지키다’이다.

이번에 전시될 전통등을 제작 중인 한국전통등연구원 백창호 대표는 “지난해 전시가 삼국시대까지의 호국불교를 다뤘다면 올해는 고려에서 현대까지의 호국불교를 다루게 된다”며 “만해 한용운스님이나 사명대사, 백범 김구 등 호국인사들을 전통등으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 만해 한용운스님을 형상화한 전통등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 전통등은 ‘만해 한용운스님’을 비롯해, ‘사명대사의 신통력’ ‘호국의 일념, 팔만대장경’, ‘백범 김구 그리고 원종스님’ ‘평화를 향한 붓다의 마음’ 등을 선보인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종군위안부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부처님오신날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1월 말 기획회의에서부터 연구원 식구들의 발걸음은 시작된다. 2~10m를 오가는 거대한 등을 작업하기 때문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여의 제작기간이 소요된다. 20여 명의 직원들이 등 제작에 매달린다.

신작 등 외에도 청계천 초입에는 연꽃과 학, 사슴 등 20여 점이 설치되고, 봉축탑이 부처님오신날의 장엄함을 그려낸다. 전통등을 매다는 데 사용되는 고정틀인 등관을 30여 개 설치해 다양한 전통 등 100여 개를 달아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청계천 난간에도 각양각색의 전통등이 매달려 한국불교의 전통 등문화를 뽐낸다. 청계천 전시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구의 연등축제, 봉은사 등에서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 우리 등 문화는 소지문화였어요. 부처님오신날 즈음에서 등을 달고 소원을 빌면서 태우는 형태였거든요. 하지만 요즘 전통등은 오랜 기간 보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봉축 장엄물의 경우 발수제 등으로 약품처리를 해서 더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코팅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외부 전시물이 아닌 이상 한지가 숨을 쉬기 때문에 약품처리는 가급적 안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백 대표가 전통등에 관심을 가진 건 전통등 복원 프로젝트 사업 때문이다. 1996년 전통등연구회를 결성해 초대회장을 맡아 전통등 복원에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찰 등에는 전통등의 흔적이 거의 사라져있었다. 관련 문헌부터 찾았다. 각 지역 민속놀이 문화와 무속, 《동국세시기》 기록 등 토대로 2년여의 연구 끝에 40여 점의 전통등을 재현해냈다. 1998년 봉은사 법왕루에서 전통등 재현전을 개최하면서 복원성과를 세상에 알렸다.

“전통등을 복원할 때 큰 도움이 된 것 중 하나가 노스님, 노학자들의 구술이었습니다. 석주 큰스님은 수박등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단순히 둥근 것이 아니라 수박을 잘라 6면을 보여주고 모퉁이만 둥근 것이라고 알려주셨거든요. 여기에 더해 동해안별신굿보존회에서 ‘동해안 별신굿 무격행차도’를 주시며 원 6개를 엮어 만들라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 도움이 있어 전통등 복원이 가능했지요.”

사무실에는 ‘동해안 별신굿 무격행차도’가 걸려있다. 그 안에는 수박등, 반야용선등, 연등 등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낸다. 불교뿐만이 아니라 무속에서 오히려 전통등의 원형이 유지 전승되고 있었던 것이다.

▲ 한국전통등연구원 백창호 대표.
“우리 전통등의 보급을 위해서는 왜색등에 대한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팔모주름등이라고 전통 팔모등과 접목한 주름등이 나오고 있는데 주름등은 변형됐어도 왜색등이에요. 금액이 전통을 살린 팔모접이등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아직도 사찰에서 많이 쓰고 있는데요. 이제 왜색등은 사라져야합니다. 재정이 허락한다면 사찰에서 직접 전통등을 만드는 것도 좋기 때문에 강습 등을 통해 스님과 신도들이 전통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전통등연구원은 100여 종 200여 점의 전통등을 보유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위한 장엄등 렌탈도 진행한다. 2월이면 렌탈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백 대표는 불교계를 넘어 불교 등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마다 않는다. 2000년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경우 기획단계에 참여해 전통등을 전수했다. 2001년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한 지구촌 등축제를 주관하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전통등에 돌리는데 성공했다. 2006년 한국전통등연구원으로 개칭하면서 창립 10주년 국제학술세미나와 전통등 전시회를 열며 한국전통등의 위상을 한 차원 높였다. 2009년부터 서울 세계등축제를 맡아 전시대행을 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 확산에 기여했다.

“서울 세계등축제는 보름 전시에 300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는 집계가 나와 있다”고 설명한 백 대표는 “얼마 전 도봉구청에서 등축제를 했는데 일반 종교행사에 비해 관람객들의 반응이 신선함과 놀라움으로 나타나는 등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2016년이면 한국전통등연구원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진출도 꿈꾸며 백 대표는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졌던 전통등에는 수박등 모기등 등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백창호 대표는 “너도 나도 예쁘고 독특한 등을 사다 달 생각을 하지 말고, 부처님께 등공양을 올리던 정신으로 돌아가 직접 등을 만들어 달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당시 생활상을 담아냈던 전통등에 요즘의 생활상을 담아내는 작업 또는 이어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