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형식 박사.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을 위해 다양한 심리치료기법이 개발돼 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이 그것인데 요즘은 문학치료가 뜨고 있다. 문학치료의 한 분야가 시치료인데 불교의 선시를 가져와 ‘선시치유’에 나선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마음치유에 선시(禪詩)가 미치는 영향》으로 2013학년도 동방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청구논문을 낸 채형식씨는 “시가 마음치유에 효과가 있다면 선시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가정하에 연구를 시작했다”며 “단순히 학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임상실험 수치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선시의 치유력을 제대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시치유법은 선시 속에 내포된 선사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그 뜻에 따라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다음에 해야할 것이 바로 선시에 대한 이해이다. “선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낭송이나 듣기를 할 경우에는 치유 효과가 적어진다”며 채형식 박사는 “선시의 주제와 소재 그리고 선사의 일생을 먼저 알고나서 선사가 선시를 통해 전달하려는 의미를 파악하면 그 자체가 치유의 초석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는 낭송이라면 선시는 염송”이라는 말로 그 간절함을 가른 채 박사가 제안하는 선시치유 프로그램은 50분 과정이다. 먼저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증 등 사전 검사를 통해 적합한 선시를 선정한다. 이어 선정된 선시의 주제, 소재 , 선사에 대한 설명을 통해 선시를 이해한다. 그 다음은 입정이다. 수식관 명상 등으로 마음을 이완시키고 나면 본격적으로 선시염송에 들어간다. 염송자에게 선시 염송법을 충분히 숙지하게 한 후 염송을 하게 한다. 이때 한시를 읽고 이어 한글번역시를 읽는다. 한 사람이 염송을 하는 동안 모두 선시를 듣고, 이후 평가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사전검사와 같은 항목의 사후검사를 실시한다.

채 박사는 “임상실험 대상이 40대부터 70대까지였는데 50대에서 가장 반응이 컸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감수성이 예민해서인지 치료효과가 좋았다”고 밝힌다.

채 박사가 선시치유법에 활용하는 선시는 모두 우리나라 선사들의 시이다. 중국 선사나 유명 시인의 선시들도 많지만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한문으로 된 시를 읽고, 한글로 번역한 시를 통해 그 뜻을 되뇌이며 다시 읽으면 점차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 채 박사는 “‘선(禪)’이라는 단어는 불교와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낸 ‘마음치유의 도구’였다”고 설명한다.

선시를 염송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판소리나 구성진 창의 울림에 담긴 리듬의 파동이 우리 가슴 속으로 들어올 때는 응어리진 그 무엇이 순간적으로 녹아내리는 ‘마음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율동적 언어로 시를 염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한시에서 음운의 높낮이를 가리키는 평측을 활용해 선시를 염송할 때는 음운의 높낮이를 만들어 리듬의 파동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충분히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부가 미흡하다는 생각에 더 많은 선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원력이 섰다.

“《선문염송집》에 나온 선시는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으니까 ‘선시치유’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기고 앞으로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해 외국에도 선시 치유를 알리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낸다.

선시의 다양한 번역본들을 살피며 직접 보다 치유에 적합한 고운 한글 시어로 정리하는 작업도 하나하나 채 박사의 손을 거쳤다.

“10여 편 정도의 선시를 염송하는 훈련을 거치면 화가 날 때나 짜증 날 때 선시 염송만으로도 화나 짜증이 사라지는 기분 좋은 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한문공부와 시쓰기 실력이 생기는 것은 부수적인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뿐일까. 선시에 담긴 선사들의 고뇌와 가르침을 통해 선과 시의 세계가 하나로 관통하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선시 가운데 선다시는 선과 차 그리고 시가 잘 조화를 이루어 현대인들에게 내려놓기와 비움을 통해 불안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편이 된다”며 채형식 박사는 선시치유의 효능을 다시 한 번 설명한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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