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만 좋은벗 풍경소리 대표.
4월26일 열릴 연등축제를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좋은벗 풍경소리 이종만 대표를 풍경소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풍경소리의 공식명칭은 ‘찬불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좋은 벗 풍경소리’이다. 이 명칭 안에 풍경소리의 특징과 개성이 다 들어있다.

어린이 찬불가로 시작한 풍경소리는 여름·겨울 불교학교, 부처님오신날에 신작 찬불가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연등축제에 사용할 ‘연등회의 노래’를 만들었다. 이 대표를 만나러 간 날, 홍보를 앞둔 ‘연등회의 노래’ 9집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 첫 선을 보이는 ‘초파일 아리랑’은 이 대표가 추천하는 이번 앨범의 대표곡이자 타이틀곡이다. 이 대표가 곡을 쓰고 덕신스님이 가사를 붙인 ‘초파일 아리랑’은 명창 박애리씨가 구성지게 노래했다.
“우리나라는 아리랑 축제입니다. 그 분위기를 초파일에도 입혀봤어요.”

초파일 아리랑의 가사를 보면 ‘우리 사는 날까지 성불을 꿈꾸며 축제의 노래를 부르자 초파일 아리랑’이라며 부처님오신날의 환희를 노래한다.

“찬불가 음반을 내거나 축제무대에 대중가수는 왜 없냐고들 지적하시는데 대중가수 중에 불자를 표방하고 활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요. 다만 박애리씨가 지난 5년간 연등회 앨범에도, 연등축제 회향한마당에도 꾸준히 동참해 활동해왔죠.”

이번 앨범에는 ‘초파일 아리랑’과 ‘하늘 꽃 내리고’를 박애리씨가 불렀다. ‘잃어버린 우산’으로 데뷔한 가수 우순실씨도 이번 앨범에 ‘벗이여 오라’를 부르며 풍경소리 사단에 합류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회향한마당에서 공연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박애리씨나 우순실씨나 풍경소리와 함께 부처님 일을 해서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 공덕으로 주변 가수들도 풍경소리 작업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풍경소리가 연등축제에서 담당하는 것이 찬불가만은 아니다. 매년 회향한마당의 연출을 진두지휘해왔다.
요즘도 봉축위원회와 다각도로 회의를 하며 회향한마당의 테마를 결정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전통을 지키자는 쪽과 보다 현대적으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올해의 회향한마당은 어떻게 꾸며질지 궁금했다.

“회향한마당의 세부사항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어요. 1부는 행렬맞이죠. 연등행렬에 나오는 각각의 연등이나 사찰, 단체 등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열심히 행렬을 해온 불자님들을 격려하는 시간입니다. 2부는 축하공연인데요. 연등회의 노래도 들려드리고 박애리씨도 이 무대에 오릅니다. 가수가 노래로 분위기를 즐겁게 하면 율동리더들이 다 같이 출 수 있는 율동도 알려주면서 축제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겁니다. 한 마디로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는 거죠. 3부는 대동한마당입니다. 지금까지 보고 들으면서 즐겼다면 불자와 시민이 한 자리에 어울려 다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어울리는 자리로 회향하는 겁니다.”

매년 열리는 연등축제이지만 해마다 다른 모습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 회향한마당의 키워드는 ‘다함께’라는 걸 놓치지 않으면서.

연등회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전통문화행사이다. 때문에 신·구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1955년 조계사 인근에서 제등행렬을 했던 것을 시발점으로 1996년 연등축제는 국민축제가 됐다. 불자를 넘어 시민까지 어우러지는 축제 한 마당. 연등축제의 현주소다.

1995년부터 매년 한해도 거르지않고 찬불가를 발표할 수 있었던 원력은 뭘까?

“노래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치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때가 돌아오면 다시 노래를 만들면서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란다.

“이번 연등회 앨범에 ‘꿈 찾아가리라’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가 바로 제 원력이랄까, 제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입니다.”

이 대표의 꿈은 뭘까 되물었다.

“사는 게 꿈 같잖아요. 꿈 같은 삶 속에서도 기운 차리고 갈 수 있는 건, 노래하고 노래를 만드는 꿈이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 대표의 꿈은 이 대표의 원력이고, 지금껏 풍경소리를 이끌어오게 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만 대표는 처음 찬불가를 만들게 된 1990년대 중반과 지금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고 토로한다.

초창기에는 늘 시간에 쫓겼다. 하지만 지금은 몇달의 작업기간이 주어진다. 연등축제가 끝나고 평가회를 마치면 10월부터 봉축위와 함께 노래작업에 대한 계약이 시작된다. 몇곡을 만들지 계약하고 12월말까지 작업을 진행한다.

“늘 마감은 못 지키는 것 같아요. 1월에 곡을 마무리하고 2월에 녹음을 하면 앨범이 나오죠. 이 음악을 듣고 3월부터는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에서 율동을 만들고 동영상을 띄우며 홍보에 나서게 됩니다.”

올해는 여기에 음원서비스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3월말에는 언제 어디서나 연등회의 노래를 각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받아 들을 수 있게 된다.

베짱이처럼 살아야 된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는 “음악은 패션”이라고 정의한다.

패션이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유행을 타듯이 음악 역시 시대에 맞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듯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거예요. 안식년을 갖는 교수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이 산 넘고, 저 산 가다, 계곡에도 빠져보고 하면서 처절해질 때 곡이 잘 나와요. 절실하기 때문이겠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음악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풍경소리와 함께 하며 주변에 바라는 바는 없는지 물었다.

“올해 연등회의 노래도 나왔지만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해 며칠 내지 길어야 한달 바짝 듣다 마는 노래가 아니라 1년 내내 불자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불자들이 흥얼거리며 불러주는 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론에서도 풍경소리 찬불가를 많이 틀어주셔서 불자들이 더 많은 찬불가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 불자들이 박수에 인색한데 우리 노래 찬불가를 듣고 잘했다 안아주고 박수쳐주는 문화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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