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숙 금강대학교 객원교수.

“무엇이 장애인가?”

눈에 보이는 장애만 장애로 봐야 하는 것인가? 장애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한국장애학연구회가 27일 오후 2시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와 종교:기독교와 불교의 장애 관점에 대한 장애학적 고찰’ 세미나에서다.

이혜숙 객원교수(금강대)는 ‘장애에 대한 불교 이론과 불교인의 태도’를 발표하면서 “불교 장애학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져봐야 할 때”라며 “지금까지 장애학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해 논의하는 구조인데 정작 장애 당사자의 시선은 알 수가 없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를 알기 위해 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란 무엇인지 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이날 발표에서 “기독교는 장애신학이라는 장르도 있는데 불교는 그런 게 없어서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운을 뗀 이 교수는 “불교의 인과법으로 장애와 고통이 생겨나는 이치를 안다면, 인과법으로 장애와 고통이 사라지는 이치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수행과정의 본질은 장애를 극복하려는 자발적 노력이라는 것이다.

불경 가운데 장애를 언급한 경전은 많다. 그 중에서 《대반야바라밀다경》 권 435 지옥품을 보면 마음으로 지은 가지각색의 업으로 인해 ‘귀가 멀고 눈이 멀고’라는 설명을 한다. 《대보적경》은 부처님 법을 부정하거나, 법을 배우는데 방해를 하거나, 전생에 악업을 짓고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신체적 장애가 생긴다고 했다.

《정법념처경》 《불설무량수경》도 장애의 이유를 비슷한 원인에서 찾는다. 《불설포태경》은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뭇 인연에 매여서 갖가지 신체적 장애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경전의 내용을 미루어보면 불교를 믿지 않고 비방하거나 부정한 과보이거나 인간적으로 선하지 않은 행위를 한 과보로 신체적 장애가 온다”며 “불교에서는 자신의 과거사에 기인한 업보로 장애가 온다고 설명한다”고 정리했다.

장애가 오는 이유로 업보가 중요시하게 여겨진다. 불교의 업설은 인간의 의지가 담긴 행위와 그에 대한 필연적 반응관계를 강조한다. 업에 의한 윤회는 한 사람이 과거생에서 이생으로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생의 요소들을 조것으로 이생의 요소가 생기고, 이생의 요소를 조건으로 내생의 요소가 생긴다는 원리이다.

이 교수는 불교적 장애이론의 결정판을 원효스님의 《이장의》라고 주장한다. 《이장의》는 장애를 번뇌장과 소지장으로 분류한다. 번뇌장은 탐욕과 성냄 등의 번뇌가 심신을 교란시키며 그 과보에 의해서 평온 적정한 상태를 잃어버리고 생활의 고통을 겪게 하는 장애이고, 소지장은 세상의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고 정견을 덮어서 고통 받게 하는 장애이다.

이 교수는 불교의 장애를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차원과 물리적 수렴 확산의 공간차원,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조건이 화합한 차원이 서로서로를 인연으로 하여 만들어내는 결과”라고 정의한다. 때문에 불교의 연기적 장애관은 장애 이론 가운데 개인과 사회가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정리한 다중 패러다임의 완결이다.

▲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와 종교:기독교와 불교의 장애 관점에 대한 장애학적 고찰'은 한국장애학연구회가 마련한 장애학 세미나 시리즈의 첫 번째 자리이다.

그렇다면 장애를 대하는 불교의 태도는 어떠할까?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아나율이 시각장애인이었고, 주리반특은 지적 장애가 있었다.

이 교수는 “신체장애가 나쁜 업의 과보였다고 경전에서 말하지만 장애인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애인이 맡은 바 직무를 열심히 수행하여 마침내 훌륭한 과보를 받았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경전 상에 드러난 불교의 태도를 소개한다.

불교계에서는 불교와 장애(인)에 대한 선행연구가 그리 많지 않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인복지의 배중은 10% 정도이다. 아직은 관심이 부족한 분야인 것이다.

다만 조계종의 출가 규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드러난다. 질병을 가졌거나 지적 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출가를 금지했던 것이다. 과거 조계종 승려법 제8조 5항은 ‘중풍 나병 백치 중성 불구자는 출가해서 사미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적이 있다. 이 조항은 2011년 9월 개정 삭제됐지만 교육법 55조에 ‘백치 중성 불구자의 교육이 제한되어 있다. 행자교육운영에 관한 령 16조에도 동일한 내용이 나온다.

이 교수는 “불교계는 장애분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 원인을 불교경전에서 장애관점이 신체 편향적으로 전달되어온 것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불교적 장애이론은 어떻게 정립해야할까?

이 교수는 주체성 보편성 상의상관성 무차별성의 네 가지를 불교적 장애이론의 특성으로 제시한다. 주체성은 불교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불교에서의 장애개념은 타자에 의해서 진단되고 낙인된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주체적으로 성찰한 문제의식이라는 것이다.

보편성은 장애와 고통은 인간의 삶에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불교에서는 받아들인다. 불교는 장애를 수행해서 극복할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다.

상의상관성의 경우 WHO(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서 찾는다. WHO는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기능의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건강한 ‘활동과 참여’라는 관계성 지표들을 장애측정에 포함시킨다. 이런 측면을 이 교수는 불교의 상의상관성과 결부시킨다.

기존의 장애이론들은 복지서비스라는 명분 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립적으로 구조화하는 문제를 드러낸 반면 불교는 장애와 비장애의 존재론적 차별을 부정한다. 때문에 장애는 비정상인 존재가 아니다. 다양한 존재방식 중의 하나라는 불교의 입장은 바로 무차별성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제 우리는 신체와 마음 등 다양한 장애요인들 중에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장애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며 앞으로 장애학이 가야할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장애학 연구자들이 불교적 관점을 공공연하게 논의하고 학문적 실천적으로 응용하도록 상호 교류와 소통의 기회들이 자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