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스님)은 올해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갖는다.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은 지상2층 지하4층 연건평 1991.74㎡(602.51평) 규모다.
또 올해 정화 6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연구 및 평가작업의 일환으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은 22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안국동 중앙선원 2층 회의실에서 ‘2014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올해의 주요사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교무이사 정덕스님 재무이사 현진스님 <불교저널> 편집인 한북스님이 배석했다.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신년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불교저널>편집인 한북스님, 이사장 법진스님, 교무이사 정덕스님, 재무이사 현진스님.
▲ 신년기자간담회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이사장 법진스님.

법진스님은 기자간담회 인사말에서 “현재 선학원 건물에서 하는 마지막 간담회다”라고 운을 뗀 뒤 “1921년 민족불교를 수호하기 위해 만공 용성 만해 석두 남전 스님등 선각자들이 중심이 돼 건립했고 그로부터 50년 후에 벽암스님이 현재의 건물을 지었다. 이제 다시 50년이 지나 새롭게 선학원을 중창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은 국고 29억원 지방비 6억원 자부담 29억원 총 64억원의 기금이 투입돼 건립된다. 법진스님은 “이 기금은 확보돼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근접해 있는 덕성여고와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착공일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한국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한국불교문화 창달 △선학원 설립정신의 현대적 계승 △내외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불교전통문화 관람 및 체험 △문화 교육 학술행사 개최 △재단의 행정 교육 복지 문화 중심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

올해는 또 정화 60주년을 맞는 해다. 1954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촉발된 정화운동은 8월 24~25일 제1차 전국비구승대회가 선학원에서 개최됐고 9월 29일 제2차 전국비구승대표자대회도 선학원에서 열려 오늘날의 조계종을 태동시키게 된다. 이러한 정화의 주체로서 금년 하반기 학술발표회와 함께 정화 60년 사료와 사진전도 동시 개최할 계획이다.

이는 선학원사 편찬으로도 이어가게 된다. 조선말기에서부터 1970년대 까지 한국불교사를 정리해 한국불교의 이념과 발전방향을 제시한다. 꾸준히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상 하 2권으로 만들어 낼 복안이다.

선학원 부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에서 시행하는 학술상 시상제도는 발전적 형태로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법진스님은 “현행 우수상 1명에게 5백만원, 학술상 3명에게는 각 3백만원씩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1사찰 1논문 지원제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학술상에 뜻을 같이하는 각계의 성원을 바탕으로 소규모 불교학 연찬회 지원 등 연구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합창단 찬불가 경연대회와 창작찬불가 공모전을 실시한다. 불교의식음악의 발전과 의례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기획된 찬불가 경연 및 공모전에 대해 법진스님은 “선학원 소속의 사찰들에서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면서 “이들의 참여와 협조 속에 찬불가의 보급과 발전을 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법진스님은 승가노후복지에 대한 깊은 관심도 표명했다. 역사적으로도 선학원은 1922년 ‘선우공제회(禪友共濟會)’를 창립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 선풍진작과 수행납자들의 정진을 도운 바 있다. 법진스님은 “불교계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재단 산하 분원 가운데 요양시설을 건립 또는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실정에 맞는 운영프로그램 및 지원제도를 마련해 세납 70세 이상의 출가자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근 종합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건강검진과 유지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는 선학원 설립조사 중 한 분인 만해스님의 열반 70주기를 맞는다. 이와 관련 유관단체와 공동으로 6월 29일 만해스님 열반 70주기 추모다례 및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또 만해를 추념하는 음악회도 계획하고 있다.

▲ 선학원 신년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교계기자단.
한편 법진스님은 종단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법인법>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법진스님은 “지난 해 종단이 제정한 <법인법>에 따라 선학원은 올해 6월 30일까지 등록기한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찰법>에 의해 교육과 수계등 제한을 받게 되고 또 조계종 승려일 경우 징계절차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선학원으로선 지난 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법인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전국 분원장 스님들 97.3%가 이사회 결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부산 금정사를 교육 수계도량으로, 정각사를 기초선원으로 지정하는 등 종단 규제에 대비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진스님의 이같은 발언은 선학원 설립정신을 유지하고 계승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을 침해받게 되면 결국 선학원의 정체성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다.

법진스님은 마지막으로 선학원을 음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해 법무지원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정혜사와 간월암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스님은 “수덕사에서 만공스님은 종조다. 선학원에서는 설립조사의 한 분이다. 같은 조사를 모시는 입장에서 후손들이 분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어른들이 만든 것을 보호하고 육성하긴커녕 재산다툼을 벌이면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지금까지 정혜사와 간월암의 주지임명은 수덕사 임회에서 추천한 분들로 해왔지 한 번도 다른 문중의 사람을 주지로 임명한 적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조계종에 이중등록해 법적분쟁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진스님은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을 인용해 올해 선학원의 행보를 암시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진스님은 “선학원도 재단발전은 물론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당당한 행보를 하려 한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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