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문수선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수경전회 공부모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스님들의 공부 열기가 뜨겁다. 사진제공=용학스님.

최근 스님들의 ‘공부모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불교 대표 수행이 간화선에 비해 교학은 소홀히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일부 스님을 제외하고 강원에 다닐 때만 ‘한시적’으로 경학(經學) 연찬을 한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강원 졸업 후에도 교학을 연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공부모임에 동참하는 스님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 한국불교 변화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계에서는 “간화선에만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수행법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선교(禪敎)의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은 선(禪)과 교(敎)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선이 왼쪽 날개라면, 교는 오른쪽 날개에 해당하며, 선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교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염불이 봄이면, 교는 여름이고, 율은 가을이며, 선은 겨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교학 또한 깨달음으로 가는 ‘같은 길’임에 틀림없다.
최근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의 공부모임을 살펴보았다.

불교서울전문강당
불교서울전문강당(학장 청화스님ㆍ조계종 교육원장)은 지난 2003년 조계종 교육원이 재교육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2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전통 교과목의 원전 강의를 중점적으로 한다.
매주 화ㆍ수요일에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불교서울전문강당은 2005년에 58명, 2007년에 5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지금은 3기생이 교육 받고 있다. 강사진 또한 실력과 수행을 겸비한 스님이 포진하고 있어 내실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 교과목과 교수사는 다음과 같다. △초발심자경문ㆍ선요(의룡스님, 전 직지사 강주) △서장(백운스님, 전 범어사 강주) △도서(지안스님, 승가대학원장) △육조단경(설우스님, 전국선원수좌회 위원) △원각경(혜거스님, 서울 금강선원장) △능엄경(각성스님, 화엄학연구원장) △금강경(통광스님, 쌍계사 강주) △기신론(지오스님, 전 해인사 강주) △화엄경1(혜남스님, 통도사 율주) △화엄경2(무비스님, 전 교육원장)
경전연구회ㆍ선교경전연구회 등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되는 스님들의 공부모임에 불교서울전문강당 졸업생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문수경전연구회
올 초부터 ‘공부모임’의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 문수경전연구회(입승 정일스님ㆍ김천 직지사 부주지)이다. 지난 1월초부터 매달 한차례 부산 문수선원(선원장 용학스님)에서 무비스님(전 교육원장)을 강사로 모시고 법화경 강좌를 열고 있다. 법납 20년차 이상으로 참석 범위를 제한했음에도 영남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참석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범어사 주지 정여스님, 송광사 율주 지현스님, 통도사 영축선원장 반산스님, 중앙종회의원 상운스님, 동국대 교수 법공스님,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 등 중진스님들도 모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력(履歷)을 모두 마치고 후학을 지도하는 중진스님들의 이 같은 모습은 후학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강원을 졸업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 ‘학인(學人)’의 자세로 돌아가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사부대중에게 ‘환희심’과 ‘신심고양’이라는 선물을 주고 있다.
문수선원장 용학스님은 “출가해서 이렇게 많은 중진스님들이 오랜 기간 경전을 공부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교계에 확산되어 정진하고 공부하는 스님들이 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경전연구회
2005년 불교서울전문강당을 졸업한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경전연구회(회장 지장스님)도 공부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옥수동 대승암에서 조실 혜국스님(충주 석종사 조실)을 모시고 특강을 가진 것을 계기로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원로의원 고우스님에게 <육조단경> <선요>, 혜거스님에게 <유식삼십송>, 무비스님에게 <임제록>을 강의를 들었다. 지난해 10월15일부터는 통광스님을 초청해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등록>을 배우고 있다. 1년 과정이다.
“1년에 2번 산철방부를 들여 선원에서 참선 수행한다”는 내규도 만들어 선교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정회원 50여명, 준회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전연구회는 “불조의 가르침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법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서 “큰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조계종 산하 불교대학 교수사를 양성해 전 종도의 교육화, 조직화, 체계화에 기여한다”는 창립 목적을 갖고 있다.

선교경전연구회
불교서울전문강당에서 공부한 스님들로 지난해 9월 구성된 선교경전연구회(회장 법경스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전 강의를 실시한다. 4월부터 9월까지 매달 세 번째 토요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능가경> 강좌를 연다. 강사는 탄허스님 강맥을 이은 각성스님이다. 능가경은 여래심지요문(如來心地要門)으로 불리는 불가의 핵심 경전으로 1학기는 현수대사 현의를 공부하고, 2학기에는 지욱대사와 감산대사 현의를 공부할 예정이다.
불교서울전문강당을 졸업한 스님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 포교당과 사찰 주지스님을 비롯해 불교학자와 재가불자들에게도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선교경학연구회장 법경스님은 “100여명의 스님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생포교와 자기완성에 도움이 되는 공부 모임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중앙승가대 대학원,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 또한 기본교육기관을 마치고 은해사 승가대학원ㆍ화엄학림ㆍ능엄학림 등 전문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스님이 적지 않은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 교육원장 무비스님과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은 “출가수행자가 늘 공부하고 정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임 보는 시간을 아껴서 경전을 공부하는 스님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은 불교신문 칼럼에서 밝힌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소회는 ‘바로 지금의 사부대중’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토록 그리던 배움의 추억을 안고 한 자리에 모인 출가대중의 가사장삼을 수한 진지한 광경은 장엄함 그 자체였다. 강원을 졸업하고 처음해 보는 상강례 시간에는 잔잔한 떨림마저 느껴졌다. 이제부터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온 세상에 두루 펴는 참 수행자들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에게 여기 모인 공부하는 출가 스님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불교의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

이성수/불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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