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 포교에 나선 일본인 선사 소케이안은 그 어려움을 “바위에 연꽃을 심어 뿌리내리기”에 비유했다.
하지만 건국 200여년. 신자 약 300여만명, 명상인구 1,000만명. 이제 100여년 밖에 되지 않는 미국불교의 외형적 성격은 초라하지 않다.

기독교가 국교처럼 받아들여지는 나라 미국. 돈에도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문구를 선명히 새기는 나라. 하지만 미국에서의 불교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미국불교의 외형과 내형이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포교사인 한창호가 번역한 운주사의 릭 필즈의 《이야기 미국 불교사》는 미국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부터 근래까지의 궤적을 쫓는다.
릭 필즈는 불교에 대한 서양의 인식은 “혐오스럽고 해괴한 종교”이자 “타락의 근원”이었다고 말한다. 호의적으로 보아도 기껏 ‘허무주의’정도였다. 하지만 동양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불교의 본질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 불교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주의 사상가인 랠프 왈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트 휘트먼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법화경을 번역해 미국에 처음 소개했던 소로는 ‘붓다의 경지에 이르는 위대한 길’인 명상과 수행을 직접 실천, 새로운 경지를 체험하며 불교적인 삶을 산 첫 미국인이었다. 물론 1840년대 미국에 노동자로 들어온 중국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사원을 세우고 신앙 및 교류의 중심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릭 필즈는 미국에 불교가 본격 정착한 것은 기독교, 가톨릭이 중심이 되면서도 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시카고에 모여 개최한 1893년 세계종교회의를 꼽는다. 그 뒤 일본과 스리랑카, 티베트, 중국, 한국 등의 불교 지도자가 미국에서 열정적으로 불교를 전파하면서 미국 불교의 초석을 다졌다고 보았다. 저자는 세계종교의회 이후 미국 불교 전개는 이민자 불교와 이를 매개로 한 일본, 티베트, 중국,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한국 불교의 전래 및 뿌리기로 요약했다.

릭 필즈는 미국 불교는 일본 불교(ZEN)과 티베트 불교가 주류라고 분석한다. 릭 필즈는 일본과 티베트 불교가 미국에서 주류가 되긱까지의 과정을 좇아 분석하고,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포교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릭 필즈는 일본, 티베트 불교뿐 아니라 중국 불교, 동남아의 상좌부 불교, 한국 불교, 베트남 불교가 다양하게 뿌리 내린 미국 불교의 특징은 재가불교, 생활불교, 여성주의불교, 참여불교로 요약된다. 릭 필즈는 하나 이상 여러 종류의 불교를 겪었으므로, 자신의 종파가 가장 우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보았다. 여러 형태의 불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점을 릭 필즈는 미국 불교의 발전 기반으로 보았다. 특히 재가 수행이 미국 불교의 진정한 핵심이며 공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릭 필즈는 재가 수행을 미국 불교의 혁명적인 방향을 규정한다고 보았다.

릭 필즈는 “오늘날 북미 지역은 개인적·조직적·문화적 충돌과 사회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종차별주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서 위협받고 위태롭게 된 불교가 보존되는 곳으로 부상했다”며 “현재까지 계승돼 온 일본, 태국, 또는 스리랑카 등의 불교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릭 필즈는 이 책에서 한국 불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애하지 않았다. 하지만 릭 필즈는 “한국인들은 가장 늦게 미국 불교의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 일 수도 있겠으나, 그들 승가의 지속적인 활기와 저력, 그리고 재가신도들의 헌신과 후원에 의해서 미국 불교의 발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고 밝힌다.

릭 필즈의 《이야기 미국 불교사》는 불교학의 발전 역사는 다루지 않았다. 순수하게 포교사적 측면에서 미국불교사를 다뤘다. 때문에 포교 과정에서의 일화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재가 불자의 눈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릭필즈/한창호 옮김/운주사/30,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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