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화려한 자태와 오묘한 색깔, 매혹적인 향기로 지고의 아름다움을 상징해 왔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설한 진리를 꽃으로 비유하고 꽃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꽃비가 내린다는 것은 또한 그곳이 우리가 지향하는 극락정토라는 상징적 비유이다.

꽃소식은 봄이 옴을 상징한다. 봄이기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라고 하지 않는가. 죽음과 추위, 어둠에서 새롭고 밝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림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꽃은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향기와 아름다운 마음을 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어 피어있기 어렵다는 뜻이다. 즉 아무리 당당한 권세도, 부도, 명예도 영원할 수는 없고 결국은 무상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씨가 싹을 틔어 잎이 돋고 꽃을 피워 열매가 맺는 과정은 그대로가 부처님이 설하신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연기이다. 하나의 꽃에서 우주의 진리, 생명의 실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대중들에게 한송이의 꽃을 들어보이자 모두들 그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는데 가섭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염화미소(拈花微笑)’. ‘염화미소’는 무언으로 마음이 통해 이심전심으로 전법하는 것을 지칭한다.
부처님은 ‘여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이를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고 했다. 염화미소는 중국 송대 이후 선종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말로써 실질적인 선종의 시원이 됐다.

연꽃(蓮花)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더러운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청정하게 꽃을 피운다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은 번뇌 가득한 사바세계에 살면서도 불성을 꽃피울 수 있다는 비유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부처님이 깨우치고 나서 사람들을 보니 마치 호수의 연꽃으로 보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진창 속에 있고, 헤어나려 하고, 간신히 머리만 내밀고, 꽃을 피우려 애쓰는 등 이런 모습은 인생의 고해에 휩싸여 있는 중생의 모습이였다. 탐진치가 난무하는 세속에 살면서 본성을 지키는 삶이 얼마나 될까. 세상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경계에 부딪쳐 흡수되기 보다는 극복의지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같은 고고함을 가지고, 않고는 그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꽃살문
사찰 법당의 문살 장식은 꽃이 주종을 이룬다. 연꽃은 물론 모란 국화 해바라기뿐 아니라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형태의 꽃들이 문살마다 만발한다. 부산 범어사, 공주 동학사, 논산 쌍계사 등의 대웅전에선 꽃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내소사 대웅보전엔 모두 여덟 개의 문짝이 있는데, 법당을 향해 오른쪽에서 세 번째 문과 여섯 번째 문에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10여 개의 꽃봉오리가 배치되어 있고, 그 위쪽에 활짝 핀 꽃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인데 이것은 활짝 핀 꽃들이 사방연속으로 장식되어 있는 보통의 꽃살문과 다른 점이다. 꽃봉오리가 성숙하여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듯, 성불을 기원하는 사부대중을 향해 하늘에서 내린 환희의 꽃비로 연상할 수 있겠다.

꽃꽂이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가지 공양물 중 으뜸이 꽃공양이다. 불자들은 부처님께 귀의하는 마음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 담아 공양함으로써 진실된 소망을 발원해왔다. 불교전성기에 생화를 공양하던 것이 꽃꽂이의 근원이 됐다. 육법공양의 꽃꽂이는 상단공화로 부처님께 올리는만큼 가장 아름답고 청정한 꽃으로 장엄하고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요란스럽게 하지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불교 꽃꽂이는 기교·기능의 예술성이 아닌 믿음이 우러나야 한다. 즉 부처님께 올리는 꽃꽂이는 꽃병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꽃(진리)을 아름답게 심는 의식이다.

지화(紙花)
옛날에는 지금처럼 사시사철 꽃이 흔하지 않아 절에서 큰 재를 지내려면 주로 스님들이 여러날 전부터 종이에 화사하게 물감을 들여 수공으로 만든 지화(紙花)로써 불단을 장엄했다. 지화는 불교적인 영향으로 탄생해 널리 퍼졌는데 영산재 시연시 지금도 갖가지 꽃모양이 만들어져 장엄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부처님전에 치장했던 조화를 금, 은, 보석으로도 만들었다. 특히 꽃장식은 연꽃이 많이 쓰였다. 임종시에는 커다란 연꽃으로 꽃상여를 만들어 극락왕생을 기원하기도 했다.

법화경·화엄경·아미타경
꽃에 비유된 바른 가르침의 경전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연꽃처럼 현상의 변화에 현혹되지 않고 우주의 진리에 순응하여 인격을 완성하며 세상을 평화로운 이상향으로 가는 길을 설한 경전이다. 말 그대로 ‘꽃으로 꾸몄다’는 뜻의 『화엄경(華嚴經)』은 아름다운 마음의 행동을 꽃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세계의 맨밑에는 풍륜이 있고 위에 향수해가 있는데, 향수해의 커다란 연꽃속에 있는 세계를 부처와 정토세계를 보여주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 했다. 『아미타경』은 극락정토를 연꽃으로 상징했다. 극락정토는 연꽃으로 장엄된 아미타여래의 세계였던 것이다. 이밖에도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법구경』 등 불교의 많은 경전은 꽃을 비유대상으로 삼고 있다.

만다라화(曼陀羅花)
만다라화는 부처님이 나타날 때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신성한 꽃이다. 빛깔이 미묘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열반락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만다라화는 인도의 짧은겨울이 끝나면 제일먼저 피는 꽃중의 하나로 꽃잎이 없으므로 그 꽃이 통째로 15m나 되는 나무위에서 비처럼 쏟아진다는 것이다. 경전속에는 수없이 이 꽃이 쏟아지고 있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고 가부좌상태에서 무량의처삼매에 도달했는데 만다라화가 세존과 대중들위로 뿌려져 부처세계가 6종으로 진동하고 감탄의 소리인 ‘우다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고 한다.

우담발화(優曇鉢華)
우담발화는 3천년에 한번씩 핀다는 상상의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도에 가면 뽕나무과에 속한 우담발화 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잎이 무성하고 3센티의 포도알 같은 열매가 열리는데 이것때문에 우담발화 나무 아래는 더위와 배고품을 견딜 수 있는 좋은 수행처였다고 한다. 우담발화가 3천년만에 한번 꽃이 핀다는 것은 부처님 설법을 듣는다는 것은 여간한 인연이 아니면 들을 기회가 없다는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박윤경/MBC 구성작가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